Policy & Regulation
신약 허가 수수료 883만원→4억1000만원 전문 심사 인력 확충·기간 단축 실효성 주목

식품의약품안전처가 신약 허가 체계 개편을 특별성과로 내세웠지만, 45배 이상 오른 수수료에 걸맞은 전문 심사 인력 확충과 실질적인 허가 기간 단축이 뒷받침돼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식약처는 29일 중동 분쟁에 따른 의료 소모품 수급 불안 대응과 신약 등 의료제품 허가·심사 체계 혁신을 올해 제2회 특별성과로 선정하고 담당 공무원에게 포상했다고 밝혔다.
앞서 식약처는 5월 26일 정부서울청사 브리핑에서 신약 허가 심사 기간을 기존 420일 안팎에서 최대 240일 수준으로 단축하고 전담 심사팀 신설과 사전 대면 상담 확대를 골자로 한 혁신방안을 발표했다. 이 체계는 당초 계획보다 약 5개월 앞당긴 6월부터 조기 가동됐다.
산업계는 단순한 일정 단축 발표를 넘어 냉정한 손익 계산을 요구하고 있다. 식약처는 수익자 부담 원칙을 내세워 신약 허가 수수료를 종전 약 883만원에서 4억1000만원으로 45배 이상 올렸다.
제약업계가 건당 수억 원의 비용 부담을 수용한 배경에는 심사관의 잦은 이직과 인력 부족으로 반복되던 보완 요구를 줄이고, 미국 식품의약국(FDA)이나 유럽 의약품청(EMA)처럼 전문 심사관과 수시로 소통해 출시 시점을 앞당기겠다는 약속이 있었다.
식약처는 인상된 수수료 재원으로 전문 의사·약사 등 민간 전문가 비율을 기존 30% 선에서 70%까지 끌어올리고, 품목별 전담 심사팀을 통해 10회 안팎의 대면 심사 회의와 제조품질관리 실사 조기 진행을 약속했다.
다만 공공 부문의 경직된 보수 체계와 직급 구조 속에서 글로벌 기준의 임상·통계·품질 역량을 갖춘 의사나 박사급 전문 심사관을 장기적으로 유치·유지할 수 있을지는 구조적 시험대에 놓여 있다. 인건비 예산이 확보되더라도 유능한 인재 풀이 채워지지 않으면 심사 병목 현상이 재현될 위험이 크다는 분석이다.
신약 개발 기업의 규모별 양극화 우려도 제도 정착 과정에서 풀어야 할 쟁점으로 꼽힌다. 중소 바이오벤처에는 수수료 50% 감면 규정이 마련됐지만, 자체 매출 없이 외부 투자금으로 연명하는 초기 바이오텍에는 수억 원대 허가 비용과 임상 프로토콜 변경에 따른 추가 수수료가 여전히 진입 장벽으로 작용한다.
이에 자금력이 풍부한 다국적 제약사나 대형 제약사와 달리 영세한 바이오 기업이 규제 비용 상승의 직격탄을 맞지 않도록 세밀한 차등 지원과 사전 컨설팅 인프라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식약처가 포상한 허가 혁신이 제약 산업 전반의 신약 개발 경쟁력으로 이어지려면 240일 허가 시한 준수율과 실제 의약품 품목허가 승인 사례를 통해 엄격히 입증돼야 한다. 허가 수수료 현실화에 따른 기업들의 비용 지출이 고품질 규제 서비스로 환류되는지, 확보된 심사 인력이 실질적인 심사 역량 강화로 이어지는지를 현장 산업계는 주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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