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licy & Regulation
식약처, 임상 유의성·보안 기준 구체화 13종 가이드라인 제·개정…SBOM 심사 반영

디지털의료기기 개발 기업이 단순한 통계적 차이만으로는 허가 문턱을 넘기 어려워졌다.
식품의약품안전처 소속 식품의약품안전평가원은 28일 서울 강남구 SETEC 컨벤션센터에서 2026년 제2차 디지털의료기기 허가·심사 업무설명회를 열고, 올해 하반기 제·개정된 13종의 가이드라인과 최신 허가·심사 보완사례를 공개했다.
이번 설명회는 임상 유효성의 질적 기준과 소프트웨어 보안 규제를 제도화해 기업의 관리 역량을 정밀 검증하겠다는 방침을 담았다.
식약처는 지난 9월 10일 니코틴사용장애, 알코올사용장애, 공황장애, 우울장애, 섭식장애, 주의력결핍과잉행동장애(ADHD), 경도인지장애 등 7개 적응증에 대한 디지털치료기기 임상시험계획서 작성 가이드라인을 일괄 개정했다.
핵심은 과학적 근거에 기반한 최소 임상적 유의성 변화량(MCID) 설정과 다기관 임상 및 추적관찰 기간 기준의 구체화다.
MCID는 통계적으로 유의미한 p값에 그치지 않고 환자가 일상에서 증상 호전을 실제로 인지할 수 있는 최소한의 임상적 수치 변화를 뜻한다.
그동안 개발사들이 통계적 유의차 입증에만 집중했다면, 앞으로는 설정한 평가 지표가 실제 치료 효과를 대변하는지 규제 당국에 증명해야 한다.
추적관찰 기간 예시와 다기관 설계가 가이드라인에 대폭 포함되면서 임상 설계 비용과 기간 부담도 늘어날 전망이다.
인공지능(AI)과 거대언어모델(LLM)이 적용된 소프트웨어 분야의 기술적 잣대도 뚜렷해졌다.
식약처는 이날 디지털의료기기 구성요소 성능평가 방안과 전문가용 소프트웨어 허가 기준을 설명하며, 사이버보안 평가 시 소프트웨어 구성 요소 명세서(SBOM)를 적극적으로 심사에 반영하겠다고 밝혔다.
오픈소스 소프트웨어나 외부 라이브러리를 다수 차용하는 AI 기반 의료기기의 특성상, 보안 취약점 통제와 버전 관리를 투명하게 증명하지 못하면 보완 요구를 피하기 어렵게 됐다.
이 같은 심사 기준 강화는 올해 10월부터 시행된 디지털의료기기 분야 신기술 의료기기 허가심사 혁신방안과 맞물린다.
식약처는 기존 순차 심사를 다수 심사인력이 동시에 투입되는 병렬 심사 체계로 바꾸고, 허가 신청 전 대면회의와 수시검토를 지원해 허가 소요 기간을 줄이겠다는 구상이다.
다만 완결성 높은 임상 데이터와 안전 관리 역량을 갖추지 못한 기업은 조기 보완 통보나 반려 위험이 커질 수 있다.
임상시험 자료 면제 특례를 노리는 기업도 시험대에 올랐다.
식약처는 지난 7월 27일 디지털의료제품 허가·인증·신고·심사 및 평가 등에 관한 규정을 개정해 임상시험 평가자료 면제 요건을 사용목적별로 세분화하는 대신, 제품 개별 심사에서 기업 조직의 거버넌스와 우수관리체계 역량을 종합적으로 검토하는 방향으로 무게를 옮겼다.
보건의료데이터를 다루는 거버넌스가 취약한 초기 스타트업은 특례 혜택을 누리기 어렵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에 따라 디지털 헬스케어 기업들은 개발 초기 단계부터 강화된 MCID 잣대에 맞춘 임상 디자인을 수립하고, 지속적인 알고리즘 업데이트와 외부 라이브러리 관리를 담보할 내부 품질관리 인프라를 서둘러 구축해야 할 것으로 관측된다.
인허가 기간 단축 혜택은 엄격한 데이터와 규제 거버넌스를 선제적으로 입증한 기업에만 돌아갈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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