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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진약품, 매출 43%가 사다 파는 약…항생제 공장에 승부 경보제약, 원료 수출 반토막…ADC 공장에 855억 투입

세파계 항생제라는 같은 뿌리에서 출발한 영진약품과 경보제약이 지난해 나란히 30억원대 영업이익을 냈지만 시가총액 격차는 880억원으로 벌어졌다.
30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영진약품은 2025년 매출 2543억원에 영업이익 34억원, 경보제약은 매출 2641억원에 영업이익 35억원을 기록했다. 두 회사 모두 지주회사를 최대주주로 둔 상장 제약사다. 영진약품은 KT&G가 52.45%, 경보제약은 종근당홀딩스가 특수관계인을 포함해 60.56%를 쥐고 있다.
성적표는 겹치지만 돈을 버는 구조는 정반대로 갈라져 있다.
영진약품의 2025년 매출을 뜯어보면 상품 매출이 1105억5700만원으로 43.5%를 차지했다. 직접 만든 제품 매출은 874억2100만원으로 34.4%에 그쳤다. 다른 제약사 품목을 도입해 파는 비중이 자사 생산 품목보다 큰 구조다.
여기에 다른 회사 의약품을 대신 만들어주고 받는 가공료가 503억6800만원으로 19.8%를 채웠다. 자기 이름을 붙인 약으로 올린 매출이 전체의 3분의 1을 조금 넘는 셈이다.
지역별로는 국내 매출이 2315억4800만원으로 91.1%였다. 해외 매출은 227억800만원으로 8.9%에 머물렀고 이 가운데 일본이 187억9200만원이었다.
약효군별로는 항생제가 509억4300만원으로 20%를 차지해 가장 컸다. 경장영양제 하모닐란이 381억8000만원으로 15%, 고혈압·고지혈증 등 순환기계 품목이 367억5500만원으로 14%를 기록했다. 특발성 폐섬유증 치료제 파이브로는 77억8400만원이었다.
경보제약은 완제품을 파는 회사라기보다 원료를 만들어 내보내는 회사에 가깝다. 2025년 3/4분기 누적 매출 1928억8800만원 가운데 원료의약품(API)이 988억7100만원으로 51.2%를 차지했다. 완제의약품은 912억2700만원으로 47.3%였다.
원료 안에서도 일반 API가 405억6600만원, 세파계 API가 276억2300만원, 항암제 API가 59억9200만원으로 나뉜다. 회사는 항암제 원료를 다루며 쌓은 고독성 물질 취급 경험을 신사업의 기반으로 제시하고 있다.
수출 비중은 19.0%로 365억8900만원이었다. 거래는 일본과 미국에 몰려 있다. 영진약품의 해외 비중 8.9%와 비교하면 두 배 이상이다.
연구개발비를 쓰는 강도도 다르다. 영진약품은 2025년 121억원을 투입해 매출 대비 4.77%를 썼고 경보제약은 3/4분기까지만 161억6800만원을 집행해 8.38%를 기록했다. 연구인력은 각각 55명과 108명이다.
두 회사가 다음 성장 카드로 꺼낸 설비도 성격이 다르다.
영진약품은 경기 화성 남양공장에 항생주사제동을 지었다. 2022년 9월 착공해 2024년 12월 준공 승인을 받았고 완전 가동 시 연간 2000만바이알을 생산할 수 있다. 기존 800만바이알에서 2.5배로 늘어나는 규모다. 회사는 이 설비로 일본에 더해 중국과 동남아시아 수출을 늘리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라인별 가동 상황은 크게 엇갈린다. 2025년 남양공장 분말주사제 라인 가동률은 198.6%로 설비 능력의 두 배 가까이 돌아갔다. 반면 세파계 정제 라인 가동률은 8.3%에 그쳤다.
경보제약은 항체약물접합체(ADC) 위탁개발생산(CDMO)에 855억원을 걸었다. 충남 아산 기존 공장 부지에 짓는 이 설비는 결정 당시 자기자본의 60%, 직전 연도 매출의 40%에 해당하는 규모였다. 지난해 12월에는 경기 용인에 885평 규모 ADC 연구센터를 열어 전임상 시료 생산 체계를 갖췄다.
아산 우수의약품제조관리기준(GMP) 공장은 2026년 4/4분기 완공, 2027년 3/4분기 임상시료 생산 개시가 목표다. 원료 기준 2.5kg, 완제 기준 2만5000바이알을 한 배치에 처리하는 설계다. 회사는 링커·페이로드 합성부터 GMP 생산까지 한 곳에서 처리하는 구조를 내세워 2033년 ADC CDMO 매출 1조원을 제시했다. ADC CDMO 시장은 2024년 93억달러에서 2033년 360억달러로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경보제약이 대규모 투자에 나선 배경에는 본업의 침식이 있다. 원료의약품 수출은 2020년 1004억원에서 2024년 532억원으로 절반 수준이 됐다. 주요 거래처인 일본 야쿠인향 물량도 347억원에서 190억원으로 줄었다.
중국 쪽에서도 물량이 빠졌다. 경보제약은 지난 4월 10일 중국 광둥란두제약과 맺은 88억7000만원 규모 원료의약품 공급계약 해지를 공시했다. 2027년 12월까지였던 계약이 1년8개월 앞당겨 끝났고 회사는 해지 사유로 "중국 의약품 시장 정책 변화와 가격 하락"을 들었다. 계약 종료는 상대방의 통보로 이뤄졌다.
영진약품 쪽은 설비 완공과 매출 실현 사이의 시차가 문제다. 이 회사는 지난 24일 신규시설투자 관련 공시를 기재정정했다. 제약 설비는 건물이 올라가도 식품의약품안전처 GMP 승인이 나야 제품을 팔 수 있어 완공 시점과 가동 시점이 벌어진다. 업계에서는 "최근에는 글로벌 시장을 겨냥한 대규모 시설 투자일수록 세계적 수준의 규제 장벽을 넘기 위해 철저한 시간적 여유를 두는 추세"라는 설명이 나온다.
투자 부담은 재무제표에 먼저 나타났다. 영진약품의 2025년 말 부채총계는 1709억원, 자본총계는 915억원으로 부채비율이 186.9%다. 결손금은 191억원이 남아 있다.
2026년 들어 속도는 더 빨라졌다. 1/4분기 매출은 637억5900만원으로 내수 590억3400만원, 수출 47억2500만원이었다. 같은 기간 23억원의 순손실을 내며 전년 동기 10억원 순이익에서 적자로 돌아섰다. 2025년 연간 순손실이 2억3000만원이었던 점을 감안하면 한 분기 만에 손실 규모가 10배로 불어난 것이다.
현금도 빠르게 줄었다. 지난해 말 284억원이던 현금성자산은 1/4분기 말 63억원으로 감소했다.
영진약품에는 설비 외에 또 하나의 카드가 있다. 미토콘드리아 희귀질환 치료제 KL1333이다. 총 5700만달러(약 820억원) 규모 기술수출 계약으로 지금까지 440만달러(약 63억원)를 받았고 최대 5200만달러(약 749억원)가 남아 있다. 계약 상대는 뉴로바이브에서 아블리바를 거쳐 파밍 테크놀로지스로 세 차례 바뀌었다. 이 물질은 2018년 미국 식품의약국(FDA) 희귀의약품 지정, 2023년 9월 패스트트랙 지정을 받았고 글로벌 임상 팰컨 스터디가 진행 중이다.
두 회사에 대한 시장 평가는 실적과 반대 방향으로 벌어져 있다. 29일 기준 영진약품 시가총액은 2074억원, 주가는 1134원이다. 주당순자산(BPS) 486원 대비 주가순자산비율(PBR)은 2.34배다.
경보제약은 시가총액 1194억원, 주가 4995원이다. BPS는 6036원으로 PBR은 0.83배에 그친다. 순자산보다 싸게 거래되는 셈이다.
주가 흐름은 둘 다 좋지 않다. 영진약품의 52주 최고가는 2320원, 최저가는 1081원이고 경보제약은 9300원과 4800원이다. 두 종목 모두 52주 최저가 부근에 머물러 있다.
정리하면 영진약품은 도입 품목과 수탁 생산으로 매출을 유지하면서 항생주사제 설비와 기술료 유입에 기대를 걸고 있고, 경보제약은 줄어든 원료 수출을 ADC 위탁생산으로 대체하려 하고 있다. 영진약품의 항생주사제동은 가동률이, 경보제약의 아산 ADC 공장은 수주가 각각 다음 분기의 확인 지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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