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licy & Regulation
5년 생존율 3%, 최악의 암에 전환점 한국 시장, 본사가 직접 독점 관리

미국 식품의약국(FDA)이 전이성 췌장암 환자의 전체 생존 기간을 2배 가까이 연장한 경구용 항암제를 공식 승인했다. 미국 제약사 레볼루션 메디신스(Revolution Medicines)가 개발한 다락소라십(daraxonrasib)이 상품명 라손크(Rasonque)로 26일(현지시간) FDA 허가를 받았다. 적응증은 전신 치료를 한 번 이상 받았거나 병용 전신 치료 요법 대상이 아닌 전이성 췌장 선암 성인 환자다. 전이성 췌장암의 5년 생존율이 약 3%에 불과한 현실을 감안하면, 이번 승인은 종양학계에서 전례 없는 수치로 평가받는다.
승인의 근거는 전이성 췌관 선암 환자 500명을 대상으로 한 3상 임상시험 'RASolute 302' 결과다. 다락소라십을 투여받은 환자의 전체 생존 기간 중앙값은 13.2개월로, 표준 화학요법군(6.7개월)의 약 2배에 달했다. 사망 위험(Hazard Ratio)은 화학요법 대비 60% 낮아졌다(HR 0.40). 무진행 생존 기간도 3.5개월에서 7개월로 두 배 늘었고, 객관적 반응률은 화학요법군 11.8% 대비 다락소라십군 33.2%로 3배 가까이 높았다.
'난공불락' KRAS, 어떻게 뚫었나
다락소라십은 기존 항암제들이 접근하지 못했던 '활성화된 상태(ON state)'의 RAS 단백질을 직접 타격하는 최초의 다중 선택적 RAS(ON) 억제제다. 세포 내 단백질인 사이클로필린 A(cyclophilin A)와 결합해 종양 성장을 유발하는 활성화된 RAS 단백질에 달라붙는 '삼중 복합체' 방식으로 작동한다. 이를 통해 암세포 증식 신호가 하위 전달 체계로 넘어가는 것을 원천 차단한다.
KRAS는 RAS 단백질의 변이체로, 종양 세포가 성장·분열 신호를 계속 받도록 만들어 암의 성장과 전이를 유발한다. 글로벌 유전체 분석 데이터에 따르면 췌장암 환자의 85~95%가 KRAS 유전자 돌연변이를 보유하고 있어 모든 암종 중 가장 높은 비율이다. 세부적으로는 G12D 변이가 약 41~46%, G12V가 31~32%를 차지한다. 다락소라십은 특정 유전자 변이 여부와 무관하게 KRAS 단백질을 차단해 암 성장을 멈추는 방식이어서, 이 넓은 환자군 전체를 대상으로 효과를 낼 수 있다.
안전성 프로필도 주목할 만하다. 가장 흔한 이상반응은 피부 발진으로 다락소라십 투여 환자의 86.3%에서 나타났지만, 대부분 항생제와 국소 스테로이드로 관리 가능한 수준이다. 치료 관련 이상반응으로 투약을 중단한 환자 비율은 다락소라십군 1.2%로, 화학요법군(11.2%)보다 현저히 낮았다. 통증과 환자가 직접 보고한 삶의 질 기준으로 측정한 악화까지의 시간도 다락소라십군에서 유의미하게 길었다.
한국 시장, 본사가 직접 쥔다
레볼루션 메디신스는 최근 아시아 제약사 BeOne Medicines와 아시아 지역 판권 파트너십을 체결했다. 그러나 한국과 일본 시장의 개발 및 상업화 권리는 본사가 직접 독점 유지하기로 결정했다. 이는 한국 의료 시장의 전략적 중요성을 높이 평가한 판단으로 분석된다. 한국 중앙암등록본부 통계에 따르면 국내 췌장암 5년 상대생존율은 17.0%이며, 원격 전이된 경우 2.4%에 불과해 혁신 신약의 국내 도입 필요성이 매우 높다. 현재 한국의 주요 대학병원 및 암 센터에서 다락소라십을 포함한 RAS(ON) 억제제 파이프라인에 대한 글로벌 임상시험이 진행 중이어서, 국내 환자 접근성이 빠르게 확보될 전망이다.
레볼루션 메디신스는 현재 2차 치료제로 승인받은 다락소라십을 1차 치료제로 확장하기 위한 글로벌 임상 3상 'RASolute 303'을 진행 중이다. 또한 자사가 개발 중인 KRAS G12D 선택적 억제제 '졸돈라십(Zoldonrasib)'과 다락소라십을 병용 투여한 초기 임상에서 객관적 반응률 50%, 질병 통제율 97%라는 성과가 나왔다. 업계 전문가들은 다락소라십이 특정 돌연변이에 국한되지 않는 다중 선택적 억제제인 만큼, 췌장암 외에도 KRAS 변이가 흔한 비소세포폐암(NSCLC)과 대장암 등으로 적응증을 확대할 경우 글로벌 고형암 시장의 판도를 바꿀 블록버스터 항암제로 성장할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2차 치료의 한계, 이번 승인의 의미
다락소라십의 이번 FDA 승인이 특히 의미 있는 이유는 2차 치료 영역에서다. 임상 수석 연구자인 브라이언 울핀 박사(다나-파버 암연구소)는 2차 치료에서 표준 화학요법이 기대만큼 효과적이지 않다고 인정했다. 실제로 약 80%의 전이성 췌장암 환자가 이미 진행성 또는 전이성 단계에서 진단을 받고, 절반 이상은 암이 퍼진 뒤에야 진단된다. UCSF 헬렌 딜러 가족 종합 암센터의 프랭크 맥코믹 교수는 "이 약물이 활성화된 RAS 돌연변이를 직접 억제함으로써 종양 세포로 전달되는 신호를 효과적으로 차단하는 매우 혁신적이고 정교한 기전을 보여준다"고 평가했다. FDA는 지난 5월 정식 승인 전에 레볼루션 메디신스가 확대 접근 프로그램을 시작하도록 허가한 바 있어, 이미 임상 단계에서부터 혁신성을 인정받은 셈이다.

BIOBOOK TE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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