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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제약·바이오, 주 1회 주사 대신 복약 편의성 극대화 전략 에페 첫 국산화 뒤 장기지속형·경구·패치 개발 가속

국내 제약·바이오 기업들이 글로벌 빅파마가 선점한 비만치료제 시장에서 효능 경쟁 대신 투약 편의성을 극대화한 차별화 제형으로 승부수를 띄우고 있다.
24일 제약·바이오업계에 따르면 국내 비만치료제 개발은 노보 노디스크의 위고비와 일라이 릴리의 마운자로가 주도하는 주 1회 피하주사 시장에 같은 주기의 추격 약물로 맞서는 대신, 투약 간격을 늘리거나 투여 경로 자체를 바꾸는 방식에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한미약품이 개발한 국산 45호 신약이자 첫 국산 글루카곤 유사 펩타이드-1(GLP-1) 계열 비만치료제인 에페(성분명 에페글레나타이드)는 10월 7일 식품의약품안전처 품목허가를 받고 22일 첫 출하를 거쳐 29일 의료 현장 처방을 앞두고 있다. 에페는 주 1회 주사제로 가격 경쟁력과 자체 공급망을 내세웠지만, 후속 주자들은 투약 주기를 대폭 늘리거나 침습적 투여 경로를 바꾸는 기술을 전면에 내세웠다.
가장 두드러진 변화는 연간 주사 횟수를 줄이는 장기지속형 주사제의 부상이다. JW중외제약은 2주에 1회 투여하는 피하주사 제형의 GLP-1 비만치료 신약후보물질 보팡글루타이드를 개발하고 있다. 4월 중국 간앤리 파마슈티컬스로부터 국내 독점 판권을 확보한 뒤 8월 18일 식약처에 비만 환자 300명 대상 임상 3상 시험계획을 신청했다. 연간 주사 횟수를 기존 52회에서 26회로 절반 줄여 자가 투약에 대한 심리적 거부감과 피부 손상을 낮춘다는 구상이다.
투약 간격을 한 달로 늘리는 시도도 이어지고 있다. 대웅제약은 티온랩테라퓨틱스와 협력해 세마글루타이드 기반의 월 1회 장기지속형 주사제를 개발하며 상반기에 임상 1상 시험계획을 제출했다. 미립자 제어 기술과 특화 노즐 공정으로 약물의 급속 방출을 억제해 체내에서 4주간 일정한 혈중 농도를 유지하도록 설계했다. 상용화되면 연간 투약 횟수는 12회로 줄어든다.
주사 바늘 자체를 배제하려는 경구용·패치형 치료제 개발도 가시권에 들어왔다. 일동제약은 합성 저분자 화합물 기반의 경구용 GLP-1 후보물질 ID110521156을 자체 개발해 임상 1상을 마쳤으며 기술 수출과 글로벌 임상 2상 진입을 타진하고 있다. 저분자 화합물은 소화 효소에 분해되지 않고 경구 흡수율이 높아 매일 일정한 약효를 유지할 수 있고 대량 합성으로 제조 단가를 낮출 수 있다.
대웅제약이 임상 1상을 진행 중인 마이크로니들 패치 DWRX5003도 침습 주사의 대안으로 주목받는다. 피부 각질층을 통과해 진피층으로 약물을 전달하는 미세 바늘 패치는 통증 없이 자가 부착이 가능해 주사 공포증이 있는 환자군을 흡수할 수 있다. 대웅제약은 10월 14일 대웅바이오 향남 공장에 전용 무균 제조소를 구축하며 상업화 생산 기반도 선점했다.
이 같은 제형 차별화 전략은 글로벌 제약사들이 장악한 체중 감량 수치 위주의 마케팅 구도에서 국내 기업들이 생존할 수 있는 현실적 대안으로 평가받는다. 마운자로 등이 글로벌 임상에서 20% 안팎의 감량률을 입증한 상황에서 단순 약효 경쟁만으로는 후발 주자가 시장 점유율을 빼앗기 어렵기 때문이다. 비만은 장기 관리가 필수인 만큼 잦은 주사 횟수와 바늘 공포증, 소화기계 부작용을 얼마나 덜어주느냐가 처방 현장의 핵심 변수로 작용한다.
다만 새로운 제형이 상업적 성공으로 이어지기까지 넘어야 할 난제도 있다. 장기지속형 주사제는 투약 초기 약물이 과도하게 방출되는 초기 과다 방출 현상이 나타나면 구역·구토 등 중대한 부작용 위험이 커지고, 반대로 약물이 제대로 방출되지 않으면 목표한 혈당·체중 조절 효과를 거둘 수 없다. 패치형 마이크로니들도 고분자 단백질 약물을 균일하게 탑재하고 대량 생산 단계에서 바늘 균일성을 유지하는 공정 표준화가 까다롭다.
결국 향후 시장 경쟁은 임상 단계의 체중 감량 수치뿐 아니라 확장된 투약 주기 동안 약물이 균일하고 안전하게 방출되는지, 경구제와 패치 제형이 주사제에 상응하는 생체이용률과 대량 생산의 경제성을 확보할 수 있는지에 달려 있다. 한미약품 에페의 첫 상용화로 개막한 국내 비만치료제 시장에서 복약 편의성을 극대화한 차세대 제형 기술이 외산 중심 판도를 뒤흔들 수 있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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