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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모 87.88%로 성립 조건 넘겨

삼성바이오로직스가 국내 제약·바이오 업계 최대 규모 인수합병(M&A)의 첫 관문을 넘었다. 13일 스위스 증권거래소 상장사 폴리펩타이드 그룹 공개매수 잠정 중간 집계 결과 응모 지분이 87.88%로 거래 성립 최소 조건인 66.7%를 웃돌았다.
공개매수는 지난달 15일부터 12일까지 인수용 특수목적법인(SPC) 자회사 '삼성펩타이드'를 통해 진행됐다. 자사주를 제외한 발행주식 3,301만 6,411주 가운데 2,901만 4,418주가 응모했다.
응모 물량에는 최대주주 드라우프니르 홀딩이 보유한 1,837만 5,000주 전량이 포함됐다. 이 지분만 55.65%에 이르는 만큼 거래 성립을 가른 변수는 나머지 소액주주의 응모 여부였다.
드라우프니르 물량을 빼면 소액주주 보유분 1,464만 1,411주 가운데 1,063만 9,418주가 응모했다. 소액주주 약 73%가 매각을 택한 셈이다.
공개매수가는 주당 44.31스위스프랑이다. 인수 발표 직전 60거래일 거래량 가중평균주가보다 11.6% 높고, 인수설이 처음 보도되기 전인 4월 10일 주가보다는 40% 높다.
폴리펩타이드 이사회가 만장일치로 응모를 권고했고 스위스 인수위원회 공인 평가기관 IFBC도 가격이 공정하다는 의견을 냈다. 프리미엄과 이사회 지지가 높은 응모율로 이어졌다.
남은 12%와 상장폐지 일정
확정 중간 결과는 독립 감사인 검증을 거쳐 16일 발표된다. 이후 19일부터 30일까지 추가 응모를 받는다.
추가 응모가 끝나면 유럽·인도·호주·브라질 등 관계 당국의 규제 승인을 거쳐 10거래일 안에 대금을 지급한다. 회사는 11월 말까지 인수 절차를 마무리할 계획이다.
삼성바이오로직스의 목표는 지분 100% 확보다. 지분율이 90%를 넘으면 남은 소수주주 지분을 강제로 사들이는 스퀴즈아웃을 거쳐 폴리펩타이드를 스위스 증권거래소에서 상장폐지할 방침이다.
현재 미응모 물량은 400만 1,993주로 대상 주식의 12.12%다. 추가 응모 기간에 2.12%포인트 이상을 더 확보해야 스퀴즈아웃 요건에 닿는다.
흑자 전환한 폴리펩타이드의 몸값
폴리펩타이드는 1996년 글로벌 제약사 페링의 펩타이드 생산사업부에서 분사한 스위스 바르 본사 CDMO 기업이다. 유럽·미국·인도 등 5개국에 6개 생산거점을 두고 1,000건 넘는 펩타이드 의약품을 개발·생산했다.
올해 상반기 매출은 2억 3,660만 유로로 전년 동기보다 41.6% 늘었다. EBITDA 마진은 2.7%에서 20.7%로 뛰었고 순손익은 2,650만 유로 적자에서 910만 유로 흑자로 돌아섰다.
성장은 비만·당뇨 등 대사질환 치료제가 이끌었다. 관련 매출이 1억 6,170만 유로로 전체의 68%를 차지했고 대형 제약사 매출 비중도 62%에서 72%로 높아졌다.
수익성 지표는 아직 검증 단계다. 1년 전 적자였던 데다 상반기 마진 개선에는 일회성 이익도 섞였다. 회사는 중기적으로 매출의 15~20%를 설비투자에 쓰겠다고 밝혀 인수 뒤에도 추가 자금이 필요하다.
삼성바이오로직스가 펩타이드에 베팅한 배경에는 GLP-1 계열 비만·당뇨 치료제 수요가 있다. 글로벌 투자은행들은 세계 비만치료제 시장이 2035년 최대 1,500억 달러까지 커질 것으로 전망한다.
미국 무역확장법 232조에 따른 의약품 관세로 항체 사업에 쏠린 지정학적 위험을 분산하려는 포석이라는 분석도 있다. 폴리펩타이드는 미국·유럽·인도에 생산시설을 두고 있어 지역별 공급망 대응이 가능해진다.
폴리펩타이드의 임상 3상 단계 프로젝트는 37개로 세계 합성 펩타이드 3상 개발의 절반가량이다. 기존 CDMO 계약을 승계하는 만큼 인수 직후부터 수주 물량을 이어받는다.
차입서 유상증자로 바뀐 인수 재원
인수 대금 조달 방식은 주주 반발을 불렀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7월 인수 계약 당시 보유 현금과 차입금으로 대금을 마련하겠다고 공시했다.
한 달여 뒤인 8월 28일 계획은 3조 9억 원 규모 주주배정 후 실권주 일반공모 유상증자로 바뀌었다. 조달액 가운데 2조 7,062억 원은 폴리펩타이드 인수에, 2,948억 원은 송도 제2바이오캠퍼스 증설에 쓴다.
증자 발표 당일 주가는 7.03% 급락했다. 배당을 하지 않는 회사가 2조 원 규모 현금성 자산을 두고도 주주 자금으로 인수 대금을 마련한다는 점에 소액주주 불만이 쏟아졌다.
회사 측 논리는 재무 여력 보존이다. 유승호 부사장은 소액주주 설명회에서 3조 원을 전액 차입하면 부채비율이 50%대 초반에서 80%대 후반으로, 차입금 의존도는 20%대 중반으로 높아진다고 설명했다.
2034년까지 15조 4,000억 원을 투입하는 장기 투자계획도 근거로 들었다. 송도 6~8공장을 순차 건설해 항체의약품 생산능력을 138만 5,000ℓ까지 늘리려면 차입 여력을 남겨둬야 한다는 판단이다.
반면 한국신용평가와 나이스신용평가는 7월 차입 인수 계획 발표 당시 신용도 영향이 제한적이라고 평가했다. 나이스신용평가는 대금 대부분을 빌려도 부채비율이 51.4%에서 96%로 오르는 수준이라고 추산했다. 차입으로도 감당할 수 있었던 인수 비용을 주주에게 넘겼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원화 기준 인수 부담은 환율 덕에 줄었다. 증자 신고서에 담긴 인수자금 2조 7,062억 원은 7월 16일 환율 기준이지만, 현재 환율로는 주당 약 7만 1,500원, 전체 약 2조 4,000억 원이다.
이번에 응모된 2,901만 4,418주의 매입 대금만 따지면 약 2조 745억 원이다. 원·스위스프랑 환율 하락으로 전량 인수 기준 원화 부담이 3,000억 원가량 가벼워졌다.
증자 규모도 줄어드는 흐름이다. 1차 발행가가 예정가 132만 2,000원보다 낮은 117만 4,000원으로 정해지면서 227만 주 기준 조달액은 약 2조 6,650억 원으로 당초보다 3,360억 원가량 적다.
업계에서는 이번 증자의 흥행 여부를 가를 1차 변수로 대주주 참여를 꼽는다. 최대주주 삼성물산과 2대주주 삼성전자는 각각 78만 2,818주, 56만 7,503주를 배정받는다.
두 회사가 배정 물량만 청약하면 특수관계인 지분율은 74.30%에서 73.61%로 낮아진다. 남은 관건은 추가 응모를 통한 지분 90% 확보와 11월 증자 청약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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