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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경한미 룬메이캉 채권 1084억원, 대손충당금 '0원' 황 대표, 과거 코리그룹 500억 투자 타진…이해상충 지적

한미약품이 북경한미약품의 1000억원대 미회수 매출채권을 둘러싼 특별감사를 연말까지 끌고 갈 가능성이 커졌다.
24일 업계에 따르면 한미약품 감사위원회는 지난 10월 8일 사내 리스크관리총괄 조직과 삼일회계법인·법무법인 세종 등 외부 기관을 포함한 특별감사 착수 회의를 열고 북경한미와 중국 유통사 룬메이캉 간 거래를 전면 조사하기 시작했다.
행동주의 펀드 라이프자산운용이 9월 17일 이사회와 감사위원회에 주주서한을 보내 거래 공정성과 내부통제 부실을 지적하며 10월 30일까지 감사 결과 공개를 요구한 데 따른 조치였다.
그러나 현지 실사와 방대한 거래 이력 검증, 관련자 진술 확인 과정에서 시일이 촉박해지자 한미약품 내부에서는 결과를 연말까지 미뤄야 한다는 현실론이 고개를 들고 있다. 감사 착수 보름이 지나도록 채권 발생의 근본 원인과 실질적 회수 방안에 대한 뚜렷한 가닥은 잡히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사태의 본질은 기형적인 내부거래와 통제 부재에 있다. 룬메이캉은 한미그룹 창업주 고(故) 임성기 회장의 장남인 임종윤 코리그룹 회장이 지배하는 중국 의약품 유통사다. 임 회장은 동시에 북경한미의 이사회 의장인 동사장과 법정대표자를 맡고 있다.
이 과정에서 북경한미의 대(對)룬메이캉 매출채권은 2023년 말 351억원에서 2024년 말 605억원, 2025년 말 1254억원으로 폭증했다. 올해 6월 말 기준 1084억원으로 한미약품 전체 연결 매출채권의 35%에 육박하는 금액이 룬메이캉 한 곳에 묶여 있다.
북경한미는 1000억원이 넘는 채권을 떠안으면서도 대손충당금을 단 1원도 설정하지 않았고, 오히려 룬메이캉에 다른 유통사보다 유리한 조건을 우선 제시해야 하는 불리한 계약 조건을 유지해 왔다. 3개월을 넘긴 장기 연체 채권만 7월 기준 920억원에 달했지만 경영진 차원의 제동은 걸리지 않았다.
이 같은 채권 부실 여파로 북경한미는 올해 2분기 영업이익이 전년 동기 대비 96.6% 급감한 6억원에 그쳤고 세전순손실을 내며 적자로 돌아섰다.
이런 구조적 병폐를 끊어내야 할 황상연 한미약품 대표의 입지는 과거 행적이 드러나며 흔들리고 있다. 황 대표는 지난해 HB인베스트먼트 사모펀드(PE) 부문 대표 재직 당시 코리그룹에 약 500억원 규모의 상환전환우선주(RCPS) 투자를 타진한 사실이 밝혀졌다.
당시 투자제안서에는 3년 내 적격상장(Q-IPO) 실패 시 연 10%의 수익률을 얹어 원금을 되돌려받는 풋옵션과 오너 일가 담보 조건 등이 포함됐다. 임 회장 개인회사의 유동성을 지원하는 백기사 투자를 기획했던 인물이 이제는 반대로 임 회장의 회사로부터 1000억원을 회수해야 하는 역할을 맡은 셈이다.
이에 대해 황 대표는 코리그룹 투자는 개별 프로젝트 펀드 조성을 검토하던 통상적인 시장 조사 수준이었으며 본계약이나 본격적인 실사 단계로 나아가지 못하고 무산됐다고 해명했다. 특별감사 역시 경영진을 배제하고 사외이사로 구성된 감사위원회가 전권을 쥐고 외부 기관과 독립적으로 수행하고 있어 본인이 개입할 여지가 없다는 입장이다.
황 대표는 또 8월부터 룬메이캉에 대한 신규 의약품 출하를 전면 억제하고 9월 말 일부 채권을 상환받았으며, 채무 불이행 시 자산 압류 등 법적 조치도 불사하겠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시장의 시선은 싸늘하다. 황 대표를 포함한 경영진이 8월 중국 출장길에 올랐을 당시 룬메이캉은 상장 추진 과정의 비밀유지협약(CDA)을 구실로 재무제표와 재고 현황 자료 제출을 거부했다. 자회사가 1000억원대 외상값을 깔아놓은 거래처에서 기본적인 회계 자료조차 받아오지 못한 채 빈손으로 돌아온 것이다.
특별감사가 연말까지 지연될 경우 재무적 후폭풍은 한미약품 주주들의 몫이 된다. 회계 기준상 장기 미회수 채권에 대한 실질적 담보가 없고 회수 가능성이 불투명하다고 판단되면, 한미약품은 연말 결산 시점에서 1000억원 안팎의 채권을 대손충당금으로 반영해 일시에 비용 처리해야 할 위험을 안고 있다.
룬메이캉에 대한 신규 출하를 중단하면서 당장 북경한미의 3분기와 4분기 매출 공백도 현실화하고 있다. 한미약품은 과거의 잘못된 내부거래 관행을 바로잡고 경영 투명성을 제고하겠다고 공언해 왔지만, 이해관계의 중심에 서 있는 경영진이 채권 채무 관계를 엄정하게 정리해 실질적인 현금 회수를 이끌어낼 수 있을지는 여전히 불투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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