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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로드, 전갈 독소 결합 단백질 31만개 설계 독성 중화·교차 반응성 검증은 미완

인공지능(AI)이 64시간 만에 수십만 개의 단백질 서열을 계산해 전갈 독소에 달라붙는 물질을 찾아냈지만, 결합 성공이 곧 해독제 효능을 뜻하지는 않는다.
앤트로픽은 20일 금융투자 리서치사 시트리니 리서치와 협력해 AI 모델 클로드로 전갈 신경독 결합 단백질을 설계한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단백질이 표적에 물리적으로 붙는 것과 체내에서 독성을 중화하고 안전성을 입증하는 것은 다른 차원의 과제라는 점이 이번 발표에서 부각됐다.
클로드는 4종의 전갈에서 유래한 5개 신경독을 표적으로 삼고 12개 설계 도구를 운용하며 약 64시간 동안 31만8484개의 단백질 후보를 설계했다. 클로드가 자율적으로 180개를 추려내고 연구진의 보조를 거쳐 총 211개 후보가 실제 실험실로 전달됐다.
어댑티브 바이오와 트위스트 바이오사이언스가 진행한 체외 결합 시험에서는 17개 물질이 독소 결합 기준을 충족했다. 멕시코 전갈 독소인 Cn2 등에 단단히 달라붙는 후보도 확인됐다. 말이나 양에 독소를 주입해 혈청 항체를 얻는 전통 방식이 수개월 이상 걸리고 개체마다 품질 편차가 컸던 점을 고려하면, 연산 단계에서 후보 물질군을 빠르게 추려낸 속도는 고무적인 성과로 평가받는다.
다만 이 결과를 실제 의약품으로 전환하는 데는 뚜렷한 한계가 있다. 우선 독성 중화 효과가 검증되지 않았다. 단백질이 독소에 결합한다고 해서 독소가 신경세포 표면 통로와 상호작용하는 것을 완벽히 차단한다는 보장은 없다. 이번 연구는 세포 수준의 독성 억제 실험이나 동물 모델을 통한 생체 내 보호 효능 검증을 거치지 않은 단순 체외 결합 테스트에 그쳤다.
앤트로픽과 연구진은 이번 결과가 항독소나 해독제 개발 완료를 뜻하는 것은 아니며 독성 중화와 생체 적합성 검증이 반드시 선행돼야 한다고 밝혔다.
해독제 분야의 핵심 과제인 교차 반응성도 해결하지 못했다. 전갈이나 뱀 독소는 지역과 종에 따라 아미노산 서열이 20~60% 이상 달라 단일 물질로 여러 독소를 동시에 무력화하기 어렵다. 이번 연구에서 여러 독소에 한꺼번에 결합하는 다중 표적 단백질 후보 151개가 설계됐으나, 실제 실험에서 2개 이상의 독소에 유의미하게 결합한 후보는 단 하나도 나오지 않았다.
브라질 서식 전갈 독소인 Ts1을 겨냥한 단백질은 단일 결합 기준조차 넘어서지 못했다. 응급 현장에서 환자를 문 전갈의 정확한 종을 알기 어려운 특성을 고려하면, 광범위한 독소를 포괄하지 못하는 후보군은 임상적 실용성이 크게 떨어진다.
제약·바이오 업계가 이번 사례에서 읽어야 할 현실은 AI가 줄여주는 영역이 후보 물질 탐색이라는 초기 구간에 한정된다는 점이다. 후보 도출은 수일 만에 끝났지만 이를 합성하고 체외에서 확인하는 실험에만 두 달 이상이 걸렸다. 면역원성 평가, 체내 약물동태학적 특성 분석, 동물 안전성 및 유효성 평가, 대량 생산 공정 개발 등 실제 개발 주기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공정은 여전히 전통적인 임상 전·임상 단계를 거쳐야 한다.
AI를 바이오 연구에 접목하려는 빅테크 간 전략 차이도 뚜렷해지고 있다. 앤트로픽이 미니바인더 설계처럼 계산 집약적인 특정 후보물질 도출에 집중하는 반면, 오픈AI는 20일 신약 개발 업무 조율 플랫폼 기업 오케스트라 바이오를 인수하고 자체 연구 도구 로절린드와의 통합을 선언했다. 신약 개발의 병목이 물질 설계뿐 아니라 임상 설계와 데이터 통합, 다기관 협업 같은 프로세스 관리에서 비롯된다는 판단에 따른 행보다.
결국 AI가 계산해 낸 31만 개의 단백질 서열은 신약 개발의 긴 여정에서 첫걸음을 뗀 것에 불과하다. 연구진이 확보한 17개 결합 물질이 세포와 동물 실험에서 실질적인 독성 차단 효능을 입증할 수 있을지, AI 모델이 광범위한 독소를 커버하는 구조적 다변성을 해결할 수 있을지가 AI 기반 단백질 설계의 진정한 시험대가 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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