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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임상 2a상 대상 18명 불과…효능 입증엔 한계 췌장암·전립선암 라이선스 제외…3년 연속 적자도 부담

임상시험수탁기관(CRO)에서 바이오 벤처로 체질 전환을 선언한 페니트리움바이오사이언스가 구충제 성분을 재창출한 항암 후보물질 '페니트리움'을 앞세워 시장 소통에 나섰지만, 인체 검증 등 넘어야 할 과제가 적지 않다.
회사는 지난 9월 미국 식품의약국(FDA)으로부터 진행성 고형암 대상 임상 2a상 시험계획 승인을 받았다고 공시했다. 이어 서울에서 글로벌 임상 개발 심포지엄을 열고 국내외 의료진 앞에 비임상 데이터를 공개했다.
회사가 제시한 핵심 이론은 암연관섬유아세포와 종양관련대식세포, 세포외기질이 단단한 그물망을 형성해 항암제의 암세포 도달을 차단한다는 기전이다. 암세포 자체에는 약물 감수성이 남아 있는데도 외벽에 막혀 약효가 나타나지 않는 현상을 '가짜 내성'으로 이름 붙였다.
이에 따라 페니트리움으로 기질 장벽을 허물고 기존 표적항암제나 화학항암제, 면역관문억제제를 병용 투여해 약물 도달률을 복원하겠다는 구상이다.
심포지엄에서는 환자 유래 폐암·난소암 오가노이드와 암연관섬유아세포를 공배양한 실험 결과가 비중 있게 다뤄졌다. 표적항암제 다락손라십과 페니트리움을 병용했을 때 기질 장벽 내 암세포 생존 활성률이 급격히 낮아졌다는 데이터가 제시됐다.
동물 실험에서는 면역항암제 병용 시 폐 전이 억제율 96%, 췌장암 치료제 젬시타빈 병용 시 종양 성장 억제율 92%를 기록했다고 발표했다. 회사는 마리나 키아라 가라시노 시카고대 교수와 브라이언 헤닉 컬럼비아대 교수가 미국 임상에 연구자로 참여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다만 업계와 임상 전문가들은 회사가 내세운 수치가 아직 인체 투여로 직접 확인된 데이터가 아니라는 점을 근본적 한계로 꼽는다. 전임상 단계의 세포·설치류 모델 효과가 인체 내 복잡한 종양미세환경에서도 재현될지는 미지수라는 지적이다.
종양미세환경을 타깃해 세포외기질을 완화하려는 시도는 과거 글로벌 빅파마들도 수없이 도전했으나 대부분 성과를 내지 못한 영역이다. 기질 장벽을 약화시키는 과정에서 암세포의 혈관 침투와 원격 전이를 오히려 촉진하거나 전신 독성을 유발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남아 있다.
이번에 승인된 미국 임상 2a상의 설계도 엄밀한 효능 입증과는 거리가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공시에 명시된 시험 대상자는 미국 3개 기관을 통틀어 18명에 불과하다. 특정 암종을 확정하지 않고 여러 진행성 고형암 환자에 표준치료와 병용 투여하는 바스켓 형태의 탐색적 임상이다.
통계적 유의성을 가늠하는 가설 검정이 포함되지 않은 소규모 탐색 시험인 만큼 이 임상으로 약물의 유효성을 단정하기는 어렵다. 예상 임상 종료 시점도 2028년 9월로 잡혀 있어 인체 반응률이나 안전성 프로파일이 윤곽을 드러내기까지 최소 2년 이상 걸린다.
파이프라인의 원천 권리를 둘러싼 구조적 한계도 지적된다. 페니트리움의 주성분은 기존 구충제로 쓰이던 니클로사마이드다. 물에 잘 녹지 않고 생체이용률이 낮은 한계를 모회사 현대바이오사이언스와 씨앤팜의 약물전달기술을 접목해 개량했다는 설명이다.
그러나 회사가 씨앤팜으로부터 확보한 고형암 전용실시권 계약에서는 시장성이 큰 전립선암과 췌장암이 명시적으로 제외됐다. 심포지엄과 발표 자료에서는 췌장암 병용 데이터와 전립선암 기전을 주요 홍보 포인트로 활용하면서도 상업화 과실은 배제된 영역에 머물러 있다는 모순이 발생한다.
연구개발 리스크는 코스닥 상장사인 페니트리움바이오사이언스가 짊어지면서 알짜 적응증의 권리는 모회사와 관계사에 귀속되는 지배구조적 불균형에 대한 시장의 의구심도 가라앉지 않고 있다.
재무적 기초체력도 위험 요인이다. 에이디엠코리아 시절부터 주력해 온 임상시험수탁 서비스는 수주 경쟁 심화와 바이오 투자 한파로 수익성이 악화됐다. 회사는 2025년 기준 매출 92억 원에 영업손실 73억 원, 당기순손실 148억 원을 기록하며 3년 연속 적자를 이어갔다.
자체 영업활동으로 신약 개발에 필요한 임상 비용을 감당하기 어려운 구조다. 회사는 지난 5월 739억 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단행했다. 신약 파이프라인 개발에 550억 원 이상을 투입하겠다고 밝혔으나 임상 단계가 진전될수록 연구개발비 소진 속도는 빨라질 수밖에 없다.
과거 니클로사마이드 성분 기반 코로나19 치료제 등을 개발했던 모회사의 궤적을 기억하는 시장 관계자들은 기시감을 표하고 있다. 전임상 단계의 화려한 효능 발표와 해외 연구진 참여 선전, 글로벌 규제기관 접촉 소식이 이어졌음에도 실제 상용화로 이어지지 못한 전례가 적지 않기 때문이다.
페니트리움바이오사이언스가 제시한 가짜 내성 극복이라는 기전적 접근은 종양학계에서 흥미로운 화두일 수 있으나 아직은 초기 가설을 소규모 환자군에서 탐색하는 출발점에 서 있을 뿐이다. 명망 있는 해외 석학들의 합류나 전임상 수치가 신약의 최종 성공을 보장하지는 않는다.
소규모 바스켓 임상에서 유의미한 안전성과 종양 반응 신호를 통계적으로 입증할 수 있을지, 제한된 라이선스 범위 안에서 독자적 사업화 가치를 창출해 만성 적자 구조를 타개할 수 있을지 시장은 냉정하게 지켜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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