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cience
뇌 호르몬 바소프레신, 연골 파괴 촉진 기전 밝혀 사이언스지 게재…새 치료 전략 제시

고혈압이 골관절염(퇴행성관절염)을 악화시키는 구체적인 분자 원리가 국내 연구진에 의해 규명됐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전남대 류제황 교수와 인제대 전장수 교수 공동연구팀이 고혈압으로 증가한 뇌 호르몬이 수용체와 결합해 연골 파괴를 촉진하는 핵심 기전을 밝혀냈다고 2일 전했다.
이번 연구 성과는 세계 최고 권위 학술지 '사이언스(Science)'에 10월 2일(현지시간 10월 1일) 게재됐다. 과기정통부 기초연구사업의 지원으로 수행됐다.
골관절염과 고혈압은 고령층에 함께 나타나는 경우가 많다. 오래전부터 고혈압 환자에게서 관절염이 더 심하게 나타나는 현상이 관찰됐지만 근본 원인은 밝혀지지 않았다.
연구팀은 국민건강영양조사 데이터를 분석해 고혈압이 있는 사람일수록 골관절염 유병률이 높고 관절염이 심할수록 고혈압과의 관련성이 뚜렷해짐을 확인했다. 이어 두 종류의 고혈압 생쥐 모델 실험으로 고혈압이 실제 골관절염을 가속화한다는 사실을 입증했다.
핵심은 뇌에서 분비돼 혈압을 조절하는 호르몬 바소프레신(AVP)과 이를 받아들이는 바소프레신 수용체 1A(AVPR1A)였다. 고혈압 상태에서는 혈중 바소프레신 농도가 높아지고, 건강한 연골에는 거의 없는 수용체가 관절 손상이나 노화 시 크게 증가한다.
결과적으로 혈중 바소프레신이 많아지고 수용체까지 늘어나 두 요소가 결합하면 연골을 분해하는 신호는 켜지고 유지하는 신호는 꺼지면서 연골 파괴가 촉진된다. 생쥐 모델에서 이 수용체를 유전자 수준으로 없애거나 억제하자 고혈압에 의한 연골 손상이 크게 줄었다.
이번 연구는 '관절염은 관절만의 병'이라는 통념을 깨고 뇌 호르몬이 관절 건강을 조절한다는 사실을 실제 증거로 보여준 첫 사례로 평가받고 있다. 순수 국내 연구진이 주도해 완성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더해진다.
연구를 이끈 전장수 인제대 석좌교수는 2014년 '셀(Cell)', 2019년 '네이처(Nature)'에 이어 이번 '사이언스'까지 세계 3대 과학 학술지에 모두 교신저자로 성과를 발표했다.
류제황 전남대 교수는 "골관절염 환자를 진료할 때 관절 국소 부위뿐 아니라 고혈압 같은 전신 건강 상태를 함께 관리해야 함을 시사한다"며 "바소프레신 신호 체계를 표적으로 하는 근본적인 관절염 치료제 개발로 후속 연구를 발전시켜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김성수 과기정통부 연구개발정책실장은 "질환의 발생과 진행 원리를 밝히는 기초연구가 새로운 치료법 개발의 출발점이 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며 "기초연구가 국민이 체감할 수 있는 성과로 이어지도록 지원을 아끼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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