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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약 2주 만에 임상 중단 통보 1조 원 빅딜 뒤에 숨은 대사체 리스크

SK바이오팜이 계약금 3억 5,000만 달러(약 4,690억 원)를 들여 전 세계 판권을 확보한 뇌전증 신약 후보물질 '오파칼림(BHV-7000)'에 미국 식품의약국(FDA)이 부분 임상 중단 조치를 내렸다. 11일(현지시간) 피어스바이오텍에 따르면 FDA는 설치류 비임상 시험에서 확인된 대사체 관련 우려를 이유로 9월 4일 자로 후기 임상시험(RISE-2)의 신규 환자 등록을 막았다. SK바이오팜이 바이오헤이븐과 계약을 발표한 지 불과 2주 만이다.
주목할 점은 바이오헤이븐이 계약 체결 전 대사체 특성 분석 결과를 포함한 모든 임상·비임상 데이터를 SK바이오팜에 공개했다고 밝힌 대목이다. 윌리엄 블레어의 마일스 민터 애널리스트도 "SK바이오팜이 FDA가 지적한 대사체 이슈를 이미 인지하고 있었으며 감내할 수 있는 수준으로 판단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결국 SK바이오팜은 리스크를 알면서도 계약을 밀어붙인 셈이다.
총 계약 규모로 보면 부담은 더 크다. 계약금 3억 5,000만 달러에 2027년 추가금 5,000만 달러, 단계별 마일스톤 최대 1억 5,000만 달러가 걸려 있다. 여기에 원개발사 크노프 바이오사이언시스에 대한 의무 2억 4,500만 달러까지 떠안아 총 7억 9,500만 달러(약 1조 600억 원) 규모다.
이번 조치로 신규 환자 모집이 중단된 것은 RISE-2 임상이다. 다만 이미 등록한 참가자에 대한 투약은 계속된다. 바이오헤이븐 측은 대사체가 인체에 어떤 위협이 되는지 판단하기에는 정보가 부족하며 설치류 특이적 현상일 가능성도 있다고 설명했다. 수주 내로 추가 비임상 데이터를 확보해 FDA에 제출할 계획이다.
RBC 캐피탈 마켓의 레오니드 티마셰프 애널리스트는 다른 시각을 내놨다. 그는 "FDA가 대사체 관련 추가 데이터를 요구한 것 자체가 향후 임상 과정에서 리스크가 추가되는 요인"이라며 신약 승인에 필수적인 데이터 확보 지연 가능성을 경고했다.
다행히 또 다른 핵심 임상인 RISE-3에는 600명 이상의 환자가 이미 등록돼 중단 없이 투약이 진행 중이다. 지금까지 1,200명 이상이 오파칼림을 투여받았고 전반적으로 안전한 내약성을 보였다. 바이오헤이븐은 RISE-3의 주요 결과를 올해 안에 발표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이 결과가 오파칼림의 상업적 가치를 판가름할 핵심 데이터가 된다.
오파칼림은 뇌 신경세포의 흥분성을 조절하는 칼륨 채널(Kv7.2/7.3)을 선택적으로 활성화하는 기전을 가진다. 기존 뇌전증 치료제의 고질적 부작용인 졸음·어지러움·피로감을 크게 줄인 차세대 신약으로 평가받아 왔다.
SK바이오팜은 독자 개발한 뇌전증 신약 '엑스코프리(세노바메이트)'를 미국에 안착시킨 경험이 있다. 이동훈 대표는 지난 8월 기자간담회에서 오파칼림의 2029년 미국 시장 출시를 목표로 제시했다. 미국 현지에 구축한 150명 규모의 신경질환 전문 영업망을 활용해 상업화 시너지를 극대화하겠다는 구상이다.
그러나 같은 Kv7 채널 개방제 계열에서 캐나다 제논 파마슈티컬스의 '아제투칼너'가 2026년 3분기 미국 FDA 신약 허가 신청을 앞두고 한발 앞서 있다. 주요 7개국 뇌전증 치료제 시장은 2023년 약 90억 달러 규모로 2026년부터 2036년까지 연평균 7% 성장이 전망된다. 시장은 커지고 있지만 SK바이오팜이 1조 원을 걸고 들어간 오파칼림이 FDA의 문턱을 넘지 못하면 엑스코프리 이후의 성장 동력 확보에 차질이 불가피하다.

BIOBOOK TE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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