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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 제약사와 3,507억 원 장기 계약 체결 생물보안법發 탈중국 수요 본격 흡수

삼성바이오로직스가 10일 유럽 소재 제약사와 3,507억 7,329만 원 규모의 의약품 위탁생산(CMO) 계약을 체결했다고 공시했다. 계약 기간은 2026년 7월부터 2033년 12월까지 약 7년 반에 걸친 장기 계약이다. 이번 수주는 2026년 들어 공시된 6번째 대형 계약으로, 창립 이후 누적 수주액이 219억 달러(약 29조 4,000억 원)를 넘어섰다.
계약 금액은 확정 금액 2억 6,218만 2,000달러에 최초 매매기준율 1,337.90원을 적용해 산출됐다. 2025년 연결재무제표 기준 매출액 4조 5,569억 원의 7.70%에 해당하는 규모다. 계약금과 선급금은 없으며, 계약 상대방은 경영상 비밀유지를 이유로 2033년 12월 31일까지 비공개로 유지된다.
탈중국 공급망 재편이 수주의 배경
주목할 점은 이번 계약의 배경에 깔린 글로벌 바이오 공급망의 구조적 변화다. 2025년 말 미국에서 생물보안법(BIOSECURE Act)이 최종 통과되면서 우시바이오로직스 등 중국계 CDMO 기업과의 거래가 제한됐다. 미국뿐 아니라 유럽 주요 제약사들도 선제적으로 공급망을 다변화하며 지정학적 리스크가 낮은 파트너로 제조 물량을 이전하고 있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이런 수요를 정조준하고 있다. 2026년 3분기 네덜란드에 유럽 세일즈 오피스를 개소할 예정이며, 이번 7년짜리 장기 계약은 유럽 영업망 확대 전략의 첫 성과물로 읽힌다. iM증권 정재원 애널리스트는 "생물보안법 영향으로 신규 계약은 중국에 기반을 두지 않은 기업에 유리하게 작용할 수밖에 없다"며 "선제적 생산 기지 확보가 안정적 외형 성장을 견인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84만 리터 캐파로 글로벌 1위 굳히기
생산 능력 면에서도 경쟁사와의 격차가 벌어지고 있다. 2025년 가동을 시작한 송도 5공장(18만 리터)과 2026년 3월 인수한 미국 록빌 공장(6만 리터)을 합쳐 현재 총 84만 5,000리터의 세계 1위 바이오의약품 생산 능력을 확보했다. 송도 제2바이오캠퍼스(6~8공장)가 완공되면 총 138만 5,000리터까지 늘어난다.
글로벌 바이오의약품 CDMO 시장은 2026년 515억 달러(약 69조 원) 규모로 추산된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론자, 써모피셔 등과 함께 글로벌 상위 5위권 점유율을 유지하고 있다. 경쟁 CDMO 기업들이 시설 확충에 난항을 겪는 사이 압도적 캐파를 앞세워 빅파마 상업 생산 물량을 흡수하는 구조가 굳어지고 있다.
계약 비공개 관행, 투자자 판단 제약 우려도
다만 반복되는 계약 상대방 비공개 관행은 짚어볼 대목이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이번에도 계약 상대를 2033년 말까지 공개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경영상 비밀유지라는 명분이지만, 투자자 입장에서는 계약의 질적 내용을 판단하기 어렵다. 상대가 글로벌 빅파마인지 중소형 바이오텍인지에 따라 계약의 안정성과 매출 인식 시점이 크게 달라지기 때문이다.
계약금과 선급금이 없다는 점도 눈에 띈다. 통상 대형 CMO 계약에서는 초기 선급금이 수반되는 경우가 많은데, 이번 계약에서 이를 배제한 것은 계약 조건의 구체적 내용에 대한 추가 설명이 필요한 부분이다.
향후 생물보안법 유예 기간인 2032년이 다가올수록 중국 기업과 기존 계약을 유지하던 유럽·미국 제약사들의 벤더 교체 수요가 급증할 전망이다. 송도 바이오 클러스터를 중심으로 한국이 글로벌 바이오 제조의 안전지대로 부상하는 흐름 속에서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수주 행진이 하반기에도 이어질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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