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licy & Regulation
K-라면, 드디어 오리지널로 중국 간다 연간 3,700억 원 손실 절감 기대

식품의약품안전처가 20일 중국 다롄에서 열린 '2026 APEC 세관-기업 대화'를 계기로 중국 해관총서와 식품안전 분야 협력문서 3건을 체결했다. 이번 합의는 지난 1월 5일 한·중 정상회담에서 맺은 양해각서의 후속 조치로, 수출 생산업체 등록 간소화, 고기 성분 함유 라면의 대중국 수출 허용, 수산물 전자위생증명서 도입이 핵심 내용이다.
이번 협력의 직접적인 수혜는 한국 라면업계에 집중된다. 중국은 아프리카돼지열병(ASF)·조류인플루엔자(AI) 등 가축 전염병 유입을 차단한다는 명목으로 고기 성분이 미량이라도 포함된 한국산 라면의 수입을 사실상 전면 금지해왔다. 이 때문에 국내 라면 기업들은 중국 수출용으로 고기 성분을 빼고 식품 첨가물로 맛을 재현한 이른바 '무육(無肉) 라면'을 별도 생산라인에서 만들어야 했다.
이번 합의로 중국이 인정하는 국가의 원료육을 사용하고, 합의된 열처리 기준 등 위생요건을 충족하면 고기 성분이 든 라면도 중국으로 수출할 수 있게 됐다. 국내 판매 제품과 동일한 라인에서 동일한 제품을 만들어 바로 수출할 수 있다는 의미다. 별도 생산라인 운영에 따른 원가 부담이 사라지고 생산 효율성이 높아질 것으로 업계는 기대하고 있다.
■ 대중국 라면 수출, 이미 최대 시장으로 부상
이번 합의가 더욱 주목받는 이유는 중국이 한국 라면의 압도적인 1위 수출 시장이기 때문이다. 2025년 기준 한국의 라면 수출액은 15억 2,000만 달러(약 2조 원)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으며, 이 중 대중국 수출액은 3억 8,500만 달러로 전년 대비 47.9% 급증해 전체 수출의 25.3%를 차지했다. 이미 폭발적인 성장세를 보이고 있는 시장에서 원가 경쟁력과 제품 오리지널리티까지 갖추게 된 셈이다.
넷플릭스와 K-팝 등 한류 콘텐츠를 통해 불닭볶음면, 신라면 등 한국 라면에 익숙해진 중국 소비자들이 늘어나는 상황에서, 이제 한국인이 실제로 먹는 것과 동일한 성분의 제품을 현지에서 구매할 수 있게 된다. K-푸드 브랜드의 진정성 측면에서도 긍정적인 변화다.
■ 수출 등록 3개월→10일, 중소기업 수혜 클 듯
수출 생산업체 등록 절차 간소화도 실질적인 파급력이 크다. 기존에는 중국 수출을 원하는 기업이 개별적으로 중국 해관총서에 직접 신청해야 했으며, 축산물을 제외한 일반 식품도 등록까지 약 3개월이 걸렸다. 앞으로는 식약처 통합민원창구를 통해 신청하면 식약처 검토·승인 후 약 10일 내 처리되고, 그 결과를 중국 측이 인정하는 방식으로 바뀐다.
이 절차 지연으로 인해 발생하던 연간 약 3,700억 원 규모의 손실이 절감될 것으로 기대된다. 식품산업협회 관계자는 "복잡한 등록 절차와 증명서 발급은 상당한 시간과 비용이 드는 부담이었다"며 "특히 중소 식품기업들이 중국 시장에 보다 쉽고 빠르게 진출하는 데 실질적인 도움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수산물 위생증명서는 종이 문서에서 정부 간 시스템을 연계한 전자증명서(E-certificate)로 전환된다. 디지털 인증으로 위·변조를 방지하고 통관 절차를 빠르게 하는 동시에, 종이 발급과 국제우편 송부 비용을 없애 연간 약 30억 원의 비용 절감 효과도 예상된다.
■ 적용 품목 확대 가능성에 업계 주목
업계 시선은 이미 다음 단계를 향해 있다. 고기 성분 함유 라면의 수출 허용이 선례가 되면, 향후 소스류·즉석식품·레토르트 국물 요리(HMR) 등 다양한 육류 가공식품으로 수출 허용 범위가 확대될 가능성이 있다. 실제로 식품업계 일부에서는 고기 성분 함유 소스류와 즉석식품 등으로의 확대를 기대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중국 랴오닝성 사회과학원 뤼차오 연구원은 "한·중 경제 무역 관계의 개선은 한국 소비재가 중국의 방대한 시장에 진출하는 데 안정적이고 긍정적인 환경을 제공한다"고 평가했다. 중국 수출에서 확보한 원가 절감분이 북미·유럽 시장을 겨냥한 R&D와 마케팅 투자로 이어질 경우, 글로벌 K-라면 시장의 성장세는 더욱 빨라질 수 있다는 게 업계의 전반적인 시각이다.
식약처는 이번 합의에 따른 세부 사항을 향후 식품업계 간담회 등을 통해 업계에 안내할 예정이다.

BIOBOOK TEAM
biobookmedia@biobook.co.kr
국립대학병원·치과병원, 복지부로 이관…21년 만에 주축병원 육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