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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리가켐·에이비엘 등 30곳 역대급 참가에도 대부분 전임상 단계 일본은 장기 임상 데이터, 중국은 빅파마 포스터로 '기술이전 삼국지'

세계 최대 암 학술대회 'AACR 2026'이 22일(현지시간) 미국 샌디에이고에서 폐막하며 한국 제약·바이오 업계가 역대 최대 규모로 출격했지만 발표 상당수가 전임상 단계에 머물면서 중국·일본과의 격차 논란이 다시 부상했다.
바이오북 취재를 종합하면 지난 17일부터 22일까지 엿새간 캘리포니아주 샌디에이고 컨벤션센터에서 열린 미국암연구학회(AACR) 연례학술대회에는 한미약품·동아에스티·셀트리온·삼성바이오에피스·리가켐바이오·에이비엘바이오 등 국내 기업 약 50곳이 참여했다. 지난해(15곳)의 3배를 웃도는 규모다.
양적 팽창과 달리 발표 내용물은 여전히 '플랫폼 소개'에 무게가 실렸다. 한미약품은 EZH1/2 이중저해제 'HM97662', 선택적 HER2 저해제 'HM100714', SOS1-KRAS 상호작용 저해제 'HM101207' 등 8개 후보물질의 비임상 결과 9건을 공개했다. 국내 최다 기록으로 4년 연속이다.
리가켐바이오는 다발성 골수종 치료제로 개발 중인 BCMA 표적 ADC 2종(LCB14-2524·LCB14-2516)의 전임상 데이터를, 에이비엘바이오는 이중항체 ADC 2종(ABL206·ABL209)의 비임상 결과를 각각 포스터로 내놨다. 삼성바이오에피스는 넥틴-4 표적 ADC 'SBE303'의 전임상 데이터를, 온코닉테라퓨틱스는 PARP·Tankyrase 이중저해 항암제 '네수파립'의 소세포폐암·췌장암 전임상을 발표했다.
반면 일본 다이이찌산쿄·아스텔라스·다케다 등은 이미 시장에 진입한 ADC 플랫폼의 장기 추적 임상 데이터로 승부했다. 중국은 글로벌 빅파마와 체결한 대규모 기술이전 계약을 매개로 빅파마 명의 포스터에 이름을 올리는 방식으로 존재감을 드러냈다.
업계 전문가들은 이번 학회에서 한국·일본·중국의 전략이 명확히 갈렸다고 평가한다. 헬스코리아뉴스는 "한국은 차세대 플랫폼 기술의 물량 공세, 일본은 검증된 자산의 적응증 확장, 중국은 빅파마 포스터를 장악한 기술수출 자산"이라고 분석했다.
국내 기업들이 발표 내용을 플랫폼·전임상에 몰아넣은 배경에는 빅파마의 특허 절벽이 있다. 2026년부터 주요 블록버스터 의약품의 특허가 잇달아 만료되는 상황에서 빅파마들이 외부 파이프라인 확보에 사활을 거는 흐름을 겨냥한 것이다. 한국제약바이오협회에 따르면 국내 제약·바이오 업계의 지난해 기술수출 규모는 약 20조3898억원으로 2021년(13조8047억원)을 넘어 역대 최대를 기록했다.
기술수출 기대감은 증시에도 반영됐다. 지난달 상장된 'KRX 기술이전바이오' 지수 추종 액티브 상장지수펀드(ETF)는 상장 2주 만에 순자산 1000억원을 돌파했다. 편입 상위 종목 다수가 이번 AACR 발표 기업과 겹친다. 에이비엘바이오 주가는 지난해 4월 GSK와의 4조1104억원 규모 기술이전 공시 이후 1년 만에 400% 넘게 뛰었다.
공시 환경 정비도 맞물렸다. 금융감독원은 이달 '제약바이오 공시 종합개선을 위한 태스크포스(TF)'를 출범시켰다. 기술수출 계약에서 '가능성'을 '확정 사실'처럼 포장하거나 총 계약 규모를 과도하게 부각하는 관행을 줄이겠다는 취지다. 코스닥 시가총액에서 제약·바이오가 차지하는 비중은 약 30%에 이른다.
다만 초기 데이터 중심 발표만으로는 실제 기술이전 성과 전환까지 거리가 멀다는 지적도 나온다. 학회에서 확인된 플랫폼 기술이 글로벌 임상(IND) 단계를 통과해 계약금 수령으로 이어져야 주가와 실적에 반영된다. 리가켐바이오는 이번 AACR 발표를 기점으로 BCMA ADC의 글로벌 IND 신청 준비에 속도를 낸다는 계획을 밝혔다.
한미약품의 경우 올해 에페글레나타이드(비만 신약) 국내 시판 허가가 예고됐다. 회사는 이달 상용화 공식 협의체를 출범시키고 매월 정기 회의를 열기로 했다.
셀트리온은 지난 공시를 통해 2025년 연결 매출 4조1163억원, 영업이익 1조1655억원의 잠정치를 먼저 공개한 상태다. 전년 대비 매출은 15.7%, 영업이익은 136.9% 증가한 규모다. 증권사 평균 목표주가는 23만1000원대로 상향됐다.
한편 이번 AACR 폐막과 함께 오는 28일부터 사흘간 서울 코엑스에서 '바이오 코리아 2026'이 열린다. 에스티팜·유한양행·지씨셀·존슨앤존슨·암젠 등 20여 개국 270여 개 기업이 참여한다.

BIOBOOK TE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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