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licy & Regulation
8월1일 시행, 환자 부담 월 6920엔으로 내려 한국은 급여 협상 결렬 뒤 비급여…직구 통로만 막혔다

일본 정부가 '너무 잘 팔린다'는 이유로 8월1일부터 마운자로 약값을 25% 깎았다.
일본 후생노동성 산하 중앙사회보험의료협의회는 5월13일 마운자로 전 규격의 약가를 25% 인하하기로 의결했고 이 조치는 8월1일 시행됐다. 연간 매출이 당초 예상치의 1.5배를 넘어 1000억엔을 돌파한 것이 인하 근거였다.
일본이 올해 새로 만든 '지속가능성 특례 가격조정' 제도가 처음 적용된 사례다. 예상보다 지나치게 많이 팔려 건강보험 재정을 압박하는 약의 가격을 긴급히 끌어내리는 장치다.
인하 폭은 환자 지갑에서 바로 확인된다. 본인부담 3할 기준 10mg 제제의 월 부담금은 9200엔에서 6920엔으로, 15mg은 1만3900엔에서 1만380엔으로 내려갔다.
한국 환자에게는 해당 사항이 없다. 마운자로는 국내에서 비급여 의약품이라 본인부담률이라는 개념 자체가 없고, 정부가 가격에 개입할 근거도 없다.
국내 공급가는 2.5mg 27만8066원, 5mg 36만9307원, 7.5·10mg 52만1377원이다. 약국 소비자가로는 10mg 기준 56만~63만원 선이고 여기에 진료비와 검사비가 따로 붙는다.
일본의 10mg 4주분 약가는 인하 전 29만원대로 알려져 있었다. 25% 인하가 반영되면 22만원 안팎으로, 한국 공급가와의 격차는 1.8배에서 2.4배로 벌어진다.
일라이 릴리는 일본 정부의 인하 결정에 반발했다. 이런 식의 가격 통제가 제약사들의 일본 시장 투자 매력을 떨어뜨릴 수 있다는 취지다. 다만 릴리는 반발과 별개로 고베 공장의 생산설비와 물류 인프라에 200억엔을 투자하기로 했다.
한국에서는 반발할 일도 없었다. 가격을 깎자는 협상 자체가 무산됐기 때문이다.
한국릴리와 국민건강보험공단은 2년 넘게 마운자로의 제2형 당뇨병 적응증 급여 등재를 협상했으나 2026년 5월 결렬됐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약제급여평가위원회가 급여 적정성을 인정한 뒤에도 약가 수준과 신설 제도 운영 방향에서 이견이 좁혀지지 않았다.
협상 실패의 구조적 배경으로는 브랜드 문제가 지목된다. 경쟁 약물이 당뇨용과 비만용에 서로 다른 이름을 붙인 것과 달리 마운자로는 두 시장을 한 이름으로 쓴다. 당뇨 급여가를 확정하는 순간 30만원대 비급여 비만 시장의 가격표가 흔들린다는 계산이다.
한국릴리는 급여 재신청 방침을 밝혔다. 브랜드는 그대로 유지하면서 비만과 폐쇄성 수면무호흡증까지 적응증을 넓히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가격 인하 계획은 없다. 한국릴리는 국내 약가가 비급여 항목이어서 통제 대상이 아니라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경쟁사의 선택은 달랐다. 노보 노디스크는 마운자로 출시 직전인 2025년 8월14일부터 위고비 도매공급가를 용량별로 최대 42% 내렸다. 0.25mg은 40%, 0.5mg은 30% 인하했고 회사는 이 조정이 한국에만 적용된다고 밝혔다.
가격이 안 내려가는 동안 국경은 닫혔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2024년 10월 위고비와 마운자로를 유해 통보 품목으로 지정해 개인 반입을 금지했고, 인천공항세관은 2025년 11월10일부터 두 약을 반입 제한 대상에 올렸다.
이전에는 자가 치료용 전문의약품 3개월분까지 신고 없이 통관됐다. 지금은 '수입요건확인 면제 추천서'가 있어야 하는데, 희귀의약품센터는 희귀의약품이 아니라는 이유로, 지방자치단체는 국내 판매 허가 제품이라는 이유로 발급을 거부하고 있다.
막힌 만큼 새는 양도 늘었다. 올해 1~5월 인천공항세관의 휴대품 적발은 289건으로 지난해 9~12월 86건에서 급증했고, 국제우편 적발은 월평균 600건 수준으로 지난해 연간 1107건의 2.7배를 이미 넘어섰다.
단속 현실도 만만치 않다. 한 관세청 관계자는 "비만치료제를 대상으로 여행자 휴대품을 전수조사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밝혔다.
가격표가 만든 은어도 정착했다. 국내에서 산 약은 '김치자로', 일본에서 들여온 약은 '일본자로'나 '스시자로', 인도 직구품은 '인도자로'로 불린다.
일본은 값을 내리면서 오남용은 조였다. 후생노동성은 환자가 아닌 이들에게 미용 목적으로 처방한 의료기관에 행정처분과 형사고발을 예고하는 통지를 내렸다.
한국은 순서가 반대다. 값은 그대로 둔 채 오남용 관리부터 강화하겠다는 방침을 내놨고, 국내 처방은 출시 2주 만에 1만8500여건을 기록하며 위고비의 출시 첫 달 1만1000건을 넘어섰다.
릴리의 나라별 가격 조정 방향은 정치적 압력과 정확히 맞물려 있다. 미국의 최혜국대우 압박이 본격화한 뒤 릴리는 2025년 9월부터 영국 최고 용량 월 가격을 122파운드에서 330파운드로 170% 올렸다.
미국에서는 반대로 내렸다. 릴리와 노보 노디스크는 백악관과 협상해 젭바운드·위고비 바이알 가격을 월 350달러로 낮추고 메디케어·메디케이드 공급가를 월 245달러로 맞추는 데 합의했다. 대가로 두 회사는 3년간 의약품 관세 면제를 받았고 릴리는 미국 내 270억달러 투자를 약속했다.
정리하면 미국은 대통령이 깎았고 일본은 정부가 깎았으며 영국은 회사가 올렸다. 한국은 협상이 깨졌다.
국회에서도 지적이 나왔다. 서미화 의원은 "불법 반입 단속과 함께 국내 가격 부담, 처방 관리 체계를 종합적으로 살펴봐야 한다"고 밝혔다.
일라이 릴리의 2026년 1분기 전 세계 매출은 197억9900만달러로 전년 대비 56% 늘었다. 마운자로와 젭바운드가 성장을 이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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