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licy & Regulation
빅데이터·AI로 '핀셋' 단속 동물병원, 새 마약류 사각지대 되나

식품의약품안전처가 동물병원 46곳을 대상으로 의료용 마약류 취급 실태를 점검한 결과, 28곳에서 위반 사실을 적발했다. 적발률은 60%에 달한다. 이번 점검은 무작위 방문이 아니라 마약류통합관리시스템(NIMS)에 축적된 빅데이터를 분석해 위반 가능성이 높은 병원을 사전에 선별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높은 적발률은 데이터 기반 타기팅의 정밀도를 방증한다.
NIMS는 한국이 2018년 세계 최초로 구축한 마약류 전주기 추적 시스템이다. 마약류의 제조, 수입, 유통, 처방, 폐기에 이르는 전 과정을 디지털로 의무 보고하도록 설계됐다. 현재까지 누적된 데이터는 약 10억 건에 이르며, 매년 약 1억 3,000만 건의 취급 정보가 새로 수집된다.
2023년 연구에 따르면 NIMS 도입 이후 한국 내 의료용 마약류 처방 건수가 약 9.2%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사람 대상 의료기관에 대한 관리 수준이 높아진 반면, 동물병원은 상대적으로 감시 밀도가 낮아 새로운 취약 지점으로 부상했다.
동물병원에서 합법적으로 취급 가능한 마취제·진통제 성분은 식약처 기준으로 49개에 달한다. 프로포폴, 케타민, 펜타닐 등 오남용 위험이 높은 약물이 다수 포함돼 있다. 그러나 동물 보호자에 대한 신원 확인 의무는 사람 환자에 비해 상대적으로 느슨하고, 수의사 한 명이 마약류 구매부터 보관, 투약까지 전 과정을 단독으로 처리하는 구조여서 외부 견제가 사실상 불가능하다.
실제로 수의사가 프로포폴 등을 외부로 빼돌리거나 불법 판매한 사례가 이미 발생한 바 있다. 대한동물약국협회는 이런 구조적 한계를 지적하며, 처방과 조제를 분리하는 '동물의약품 완전분업' 도입 등 관리체계의 근본적 정비가 필요하다고 밝히고 있다.
식약처는 이번 점검 결과를 바탕으로 AI 기반 통합감시시스템(K-NASS)을 통한 365일 상시 감시 체계를 강화할 방침이다. 기존에 사람이 수동으로 분석해 2~3주가 걸리던 이상 징후 탐지 작업을 AI를 활용해 3일 이내로 단축할 계획이다.
K-NASS는 NIMS 데이터에 그치지 않고 출입국 기록, 건강보험 정보 등 타 기관 데이터와도 연계해 운영될 예정이다. 단순 데이터 수집을 넘어 불법 오남용을 사전에 예측하고 차단하는 방향으로 시스템의 역할이 확장되는 셈이다.
향후 제재 수위도 높아질 전망이다. 불법 유출이나 고의적 오남용이 적발될 경우 단순 영업정지를 넘어 '징벌적 과징금' 제도 도입이 검토되고 있다. 업계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동물병원 마약류 관리 문제가 단기적 단속으로는 해결되기 어렵고, 처방·조제 분리와 같은 구조적 제도 개편이 병행돼야 실효성을 가질 수 있다는 의견이 나온다. 한국의 AI·빅데이터 기반 마약류 추적 모델은 의료용 마약류 오남용 문제로 고심 중인 미국, 유럽 등 해외 국가들에도 정책 참고 사례로 주목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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