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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쇄 창업자 쿠이 박사의 두 번째 베팅 나스닥 상장으로 글로벌 폐암 시장 정조준

FDA 승인 표적항암제를 세 개나 직접 설계한 약물 설계자(Drug Designer)가 또 한 번 글로벌 항암제 시장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미국 샌디에이고에 본사를 둔 항암제 개발사 블라썸힐 테라퓨틱스(BlossomHill Therapeutics)가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에 기업공개(IPO) 서류를 제출했다. 회사를 이끄는 J. 진 쿠이(J. Jean Cui) 박사는 앞서 터닝포인트 테라퓨틱스를 설립해 브리스톨 마이어스 스큅(BMS)에 41억 달러(약 6조 1,500억 원)에 매각한 연쇄 창업자다. 블라썸힐은 나스닥(티커: BLSM) 상장을 통해 약 1억 2,500만 달러(약 1,700억 원)를 조달하고, 연간 70억 달러(약 10조 5,000억 원) 이상 팔리는 아스트라제네카의 '타그리소'에 정면 도전한다는 계획이다.
진 쿠이 박사는 화이자 재직 시절 잴코리(Xalkori)와 로브레나(Lorbrena)를 설계했고, 터닝포인트 창업 후에는 오그티로(Augtyro)를 탄생시켰다. 이런 실적을 바탕으로 2024년 미국 국립공학아카데미(NAE) 회원으로도 선출됐다. 블라썸힐은 올해 2월까지 콜트 벤처스, 오비메드 등으로부터 총 1억 7,300만 달러(약 2,595억 원)를 유치했으며, 예상 시가총액은 약 4억 7,800만 달러(약 6,400억 원)에 달한다.
■ 타그리소 내성 환자를 겨냥한 BH-30643
블라썸힐의 선두 파이프라인은 거대고리(Macrocyclic) 구조의 EGFR 표적 분자 'BH-30643'이다. 현재 비소세포폐암(NSCLC) 환자를 대상으로 임상 1/2상(SOLARA)을 진행 중이다. 타그리소는 강력한 1차 표준 치료제이지만, 투약 후 'C797S' 등 획득 내성 돌연변이가 발생하면 효과가 크게 제한된다. BH-30643은 바로 이 내성 돌연변이를 극복하도록 설계된 다중 표적(OMNI-EGFR) 억제제다. 야생형(Wild-type) EGFR은 건드리지 않아 피부 발진 등 부작용을 최소화하고, 뇌 투과율을 높인 것이 핵심 차별점이다.
2026년 미국임상종양학회(ASCO)에서 발표된 SOLARA 초기 데이터는 주목할 만한 수준이다. 다양한 EGFR·HER2 돌연변이를 가진 비소세포폐암 환자(뇌 전이 환자 포함)에서 59%의 객관적 반응률(ORR)을 기록했다. 특히 타그리소 내성의 원인인 C797S 돌연변이 환자 9명 중 7명에서 변이 대립유전자 빈도가 99% 이상 감소하는 강력한 효능을 보였다. ASCO 연구팀은 BH-30643이 T790M 변이 유무와 관계없이 C797S 내성 돌연변이에 임상적 반응을 입증한 최초의 티로신 키나아제 억제제(TKI) 단독요법이라고 평가했다. 버지니아 암 전문가 그룹의 알렉산더 스피라(Alexander Spira) 박사는 "야생형 EGFR을 잘 보존해 심각한 피부 독성 없이 뇌혈관장벽을 투과할 수 있는 충분한 용량 투여가 가능하다는 점이 고무적"이라고 밝혔다. 블라썸힐은 IPO 자금을 바탕으로 2026년 4분기 FDA와 임상 1상 종료 미팅을 갖고, 특정 내성 환자군을 대상으로 한 신속 승인 경로를 논의할 계획이다.
■ 타그리소만이 경쟁자가 아니다
글로벌 폐암 시장에서 블라썸힐이 맞서야 할 경쟁 구도는 단순하지 않다. 타그리소의 글로벌 시장 규모는 2024~2025년 기준 약 40억~60억 달러 수준이었으나, 초기 단계 폐암 환자의 수술 후 보조요법 등으로 적응증이 확대되면서 2032년경에는 약 132억 달러(약 18조 원) 규모로 성장할 전망이다. 존슨앤드존슨의 '리브리반트' 역시 강력한 경쟁자인데, 이 약물은 단독이 아니라 유한양행이 개발해 기술 수출한 렉라자(미국 상품명: 라즈클루즈)와의 병용요법으로 쓰인다. 최근 MARIPOSA 임상 3상에서 리브리반트+렉라자 병용요법이 타그리소 단독 대비 전체생존기간(OS)과 무진행생존기간(PFS)을 유의미하게 개선하며 새로운 글로벌 표준 치료제로 자리잡았다. 블라썸힐은 타그리소뿐만 아니라 한국 기술이 담긴 이 병용요법과도 글로벌 점유율 경쟁을 펼쳐야 하는 상황이다.
BH-30643의 글로벌 임상(SOLARA, NCT06706076)은 미국·호주·대만과 함께 삼성서울병원 등 국내 기관에서도 환자를 모집 중이다. 두 번째 파이프라인 'BH-30236'은 CDC 유사 키나아제(CLK)를 표적하는 계열 최초(first-in-class) 약물로, 재발성 또는 불응성 급성 골수성 백혈병(AML) 및 고위험 골수이형성증후군(MDS) 환자를 대상으로 임상 1/1b상을 진행 중이며 직접적인 경쟁 약물은 아직 없다. 전임상 단계의 범-KRAS(pan-KRAS) 억제제 'BH-501284'도 보유하고 있으며, 2027년 상반기 임상 진입을 목표로 하고 있다. KRAS 분야에서는 레볼루션 메디슨이 개발한 '다락손라십'이 내년 승인이 예상되며 가장 앞서 있다.
업계에서는 BH-30643의 임상 2상 데이터가 구체화되는 시점에 글로벌 빅파마들의 M&A 타깃이 될 가능성을 높게 보고 있다. 진 쿠이 박사가 터닝포인트를 BMS에 41억 달러에 매각한 전례가 있는 데다, 미충족 의료 수요가 큰 타그리소 내성 환자군을 겨냥한 차별화된 임상 데이터가 확보된다면 대형 제약사들의 관심이 집중될 수밖에 없는 구조다. 최근 미국에서는 보젠엑스, 아토비아 테라퓨틱스, 앱니메드 등 바이오 기업들의 IPO 신청이 잇따르는 가운데 블라썸힐의 상장 추진도 주목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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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사바이오파마, 나스닥 상장 추진∙∙∙FDA 승인 앞두고 미국 시장 정면 승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