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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38억 유증으로 실탄 확보 "안전성 데이터 차용" 논리에 시선

페니트리움바이오사이언스가 항암 신약 후보물질 페니트리움(Penetrium)의 첫 글로벌 임상을 미국 임상 1상을 건너뛰고 곧바로 2상부터 시작한다고 지난 13일 밝혔다.
회사는 7월 중 미국 식품의약국(FDA)에 고형암 대상 임상 2상 시험계획(IND)을 제출할 계획이다. 임상시험수탁기관(CRO)에서 신약개발사로 체질을 바꾼 지 약 1년 만에 나온 최대 규모의 개발 승부수다. 같은 달 21일에는 738억 원 규모 유상증자 납입일도 예정돼 있어 자금 조달과 임상 일정이 동시에 맞물린 국면이다.
회사는 1상 생략의 근거로 기존 인체 투여 안전성 자료를 든다. 페니트리움과 동일한 제형의 치료제가 코로나19 치료제로 글로벌 임상을 거쳤고, 현재 베트남에서 뎅기열 치료제로 임상 2·3상이 진행 중이라는 설명이다. 국내에서는 항암 적응증 임상 1상이 별도로 진행되고 있다.
임상 설계 전면 개편, 병용요법이 핵심 축
미국 임상 설계에는 면역항암제 병용요법이 새로 추가됐다. 기존 면역항암제가 암세포에 억제된 면역세포의 기능을 회복시키는 방식이라면, 페니트리움은 암 주변의 물리적·기질적 장벽을 완화해 면역세포가 종양 내부로 침투하도록 돕는 기전이다.
설계는 암이 생긴 장기나 조직에 얽매이지 않고 공통 생물학적 기전만 겨냥하는 암종 불문(tumor-agnostic) 방식이다. 회사는 패스트트랙과 브레이크스루 지정 신청을 검토 중이며, 임상 결과에 따라 가속승인 가능성까지 염두에 두고 있다고 밝혔다.
국내 임상도 정비 단계를 거쳤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6월 16일 펨브롤리주맙과 페니트리움 병용요법의 임상 1상 시험계획 변경을 승인했다. 아주대학교병원에서 비소세포폐암과 삼중음성유방암 환자를 대상으로 최대 내약용량(MTD)과 용량제한독성(DLT)을 확인하는 시험으로, 목표 대상자는 최소 3명에서 최대 24명, 예상 종료일은 2028년 6월 16일이다.
앞서 회사는 임상시험용 의약품 제형을 캡슐에서 정제로 전환하는 변경승인을 신청한 바 있다. 대량 생산과 품질 관리, 장기 안정성을 고려한 글로벌 표준 제형 구축 과정이라는 게 회사 설명이다.
석학 영입과 학회 발표로 대외 신뢰도 보강
인적 구성 강화도 병행됐다. 지난 6월 25일에는 류마티스 관절염 분야 권위자인 게리 S. 파이어스타인 UC샌디에이고 의대 석좌교수가 임상 프로젝트에 합류했다. 파이어스타인 교수는 류마티스 표준 교과서 편집장으로, 페니트리움의 전임상 결과를 직접 검토한 뒤 참여를 결정했다.
미국 임상의 총괄 책임연구자는 2024년 세계폐암학회(WCLC) 공동 의장을 지낸 샌딥 파텔 교수가 맡는다. 파텔 교수는 오는 9월 서울 코엑스에서 열리는 WCLC 2026에서 페니트리움의 비소세포폐암 연구를 발표할 예정이다. 해당 초록은 이미 채택됐다.
암과 자가면역질환이 '병든 미세환경'이라는 공통 뿌리에서 출발한다는 게 회사의 개발 논리다. 페니트리움은 동물모델에서 종양미세환경과 류마티스 판누스 병변의 병리적 섬유아세포를 정상화하는 효능을 보였다고 회사는 설명한다.
재무 체력과 반복된 자금 조달이 남긴 부담
문제는 자금 구조다. 회사는 4월 30일 이사회에서 주주배정 후 실권주 일반공모 방식의 유상증자를 결의했다. 신주 850만 주, 예정 발행가 8,690원, 조달 규모 약 738억 원이다. 대표 주관사는 유안타증권이며, 구주주 청약은 7월 6~7일, 납입일은 7월 21일로 잡혔다.
증권신고서에는 유상증자가 무산될 경우 내년 완전자본잠식에 이를 수 있다는 시뮬레이션 결과가 포함됐다. 이는 이번 조달이 성장 투자보다 재무 안정성 확보 성격에 가깝다는 점을 회사 스스로 문서로 남긴 셈이다.
조달 이력도 반복적이다. 상환전환우선주(RCPS) 100억 원과 사모 전환사채(CB) 120억 원 발행에 이어 이번 유상증자까지 매년 외부 자금 수혈이 이어졌다. 미행사 주식매수선택권은 4월 30일 기준 186만 주이며, 이 중 85만 주는 오는 11월 29일부터 행사 가능하다.
최대주주 지분 담보와 오버행이라는 변수
최대주주인 현대바이오사이언스는 배정 물량의 100% 청약을 결정했다. 다만 지분율은 2024년 30.82%에서 지난해 말 25.95%로 낮아졌고, 보유 주식의 62.5%가 담보로 잡혀 있어 주가 하락 시 반대매매 위험이 남아 있다.
주가 변동성도 이미 확인된 리스크다. 지난 2월 초 3,100원 수준이던 주가는 임상 2상 신청 등 호재가 겹치며 같은 달 말 1만 8,600원까지 올랐다. 유상증자 결정 공시 직후에는 시간외거래에서 13.66% 하락한 9,670원을 기록했다.
시장경보 지정 이력도 누적돼 있다. 회사는 2024~2025년 투자주의 5회, 투자경고 3회 등 총 8회 시장경보 종목 공시 대상에 포함됐다. 최근 3년 기준으로는 투자주의 10회, 투자경고 5회, 투자위험 1회 지정 이력이 있다.
업계 전문가들은 임상 속도와 자금 소진 속도의 정합성을 관건으로 본다. 투자은행(IB) 업계에서는 이번 유증 자금 대부분이 임상 비용으로 투입되는 만큼 자금 소진과 임상 일정이 맞물려야 하며, 바이오 임상 특성상 추가 조달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는 시각이 나온다.
CRO와 신약개발이 요구하는 역량이 근본적으로 다르다는 지적도 여전하다. CRO는 규제 준수와 임상 운영 역량을 기반으로 고객사 임상을 관리·대행하는 사업인 반면, 자체 신약개발은 장기간 대규모 자본과 실패 위험을 감수해야 하는 구조다.
결국 확인해야 할 것은 FDA의 판단이다. 1상 생략과 가속승인 검토는 회사의 계획이지 규제당국의 승인이 아니다. 7월 중 제출한다는 IND가 실제로 접수됐는지, 그리고 FDA가 이 논리를 받아들이는지가 다음 분기 최대 관전 포인트가 될 전망이다.

BIOBOOK TE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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