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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암 3전3패에도 리라푸그라티닙 순항 2년 반 반복된 CMC 리스크는 숙제

HLB가 미국 자회사 엘레바 테라퓨틱스를 통해 FGFR2 표적항암제 리라푸그라티닙의 담관암 2차 치료제 허가 심사와 관련한 레이트 사이클 미팅을 마쳤다.
엘레바는 23일(현지시간) FDA와 시판 후 의무사항(PMR)과 시판 후 이행 약속(PMC) 등을 협의했다. 간암 신약 리보세라닙이 이달 세 번째 보완요구서한(CRL)을 받은 직후여서 9월 25일 결정이 예정된 담관암 신약으로 무게중심이 옮겨간 모양새다.
레이트 사이클 미팅은 허가 심사 마무리 단계에서 남은 쟁점을 점검하고 허가 가능성을 전제로 라벨링과 시판 후 이행 계획을 조율하는 공식 절차다. 회사 측은 심사 과정에서 FDA와 특별한 이견이 없었고 승인에 영향을 미칠 새로운 검토 사항도 제기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주목할 대목은 제조시설 변수다. 리라푸그라티닙의 원료의약품(API)과 완제의약품(DP) 제조시설은 각각 캐나다와 미국에 있으며 모두 지난해 FDA의 일반 cGMP 실사를 받은 이력이 있다. 다만 이번 미팅에서 사전승인실사(PAI) 여부는 별도로 언급되지 않았다.
세 번 반복된 CMC, 파트너 리스크의 실체
리보세라닙의 좌절은 약효가 아니라 공장에서 반복적으로 발생했다. 엘레바는 지난 9일(현지시간) FDA로부터 리보세라닙·캄렐리주맙 병용요법에 대한 세 번째 CRL을 수령했다. PDUFA 목표일은 7월 23일이었다.
FDA는 리보세라닙 NDA에 등재된 중국 항서제약 제조시설의 일반 cGMP 실사에서 지적사항이 확인돼 Form 483이 발부됐고 해당 시설이 cGMP 준수 상태에 도달했는지 판단하기 위해 재실사가 필요할 수 있다고 통보했다. 필요 시 PAI를 다시 진행할 수 있으며 두 실사 모두 통과해야 허가가 가능하다.
문제는 리스크 관리의 사각지대다. HLB는 이번 실사가 허가 심사용 PAI가 아닌 항서제약 제조소에 대한 일반 cGMP 실사로 진행돼 HLB와 엘레바가 실사 진행 및 Form 483 발부 사실을 사전에 공유받지 못했다고 밝혔다.
파트너사의 공장 관리 상태를 실시간으로 파악하지 못한 채 허가 일정을 시장에 제시해 왔다는 뜻이다. 해당 시설은 올해 4월 일반 cGMP 정기 실사에서 Form 483을 받은 뒤 후속 조치를 진행 중이었다.
'해소' 발표와 CRL 사이, 시장이 치른 비용
HLB의 소통 방식도 도마에 올랐다. 회사는 지난 7월 15일 FDA가 항서제약 제조시설 cGMP 실사를 자발적 개선 권고 조치(VAI)로 분류했고 해당 분류가 진행 중인 허가 신청 평가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고 서한에 명시했다고 설명했다.
시장은 이를 승인 걸림돌 해소로 받아들였다. HLB 주가는 15일 전일 대비 29.96% 오른 3만 4,700원까지 치솟았고 16일에도 5%대 상승하며 시가총액 4조 원대를 회복해 코스닥 10위권에 재진입했다.
그러나 CRL은 이미 9일 발부된 상태였다. 회사는 CRL 수령 후 재신청 절차 착수를 알린 13일 주가가 이틀 연속 하한가를 기록했고 이후 VAI 소식에 다시 30% 급등하는 극단적 변동성이 2주 사이 반복됐다.
승인 지연이 재무로 옮겨붙는 구조
19년간 이어진 개발 부담은 실적에 그대로 남아 있다. HLB는 지난해 연결 기준 잠정 영업손실 1,069억 9,000만 원을 기록해 전년 1,185억 1,600만 원에 이어 적자를 지속했다. 매출액은 839억 1,000만 원으로 23.1% 늘었지만 당기순손실은 2,415억 6,100만 원으로 전년 1,080억 2,600만 원 대비 두 배 이상 확대됐다.
순손실 급증의 원인으로는 관계기업 및 파생상품 평가손실 반영이 지목됐다. 올해 1분기에는 연결 매출이 5.8% 늘고 영업손실이 19.3%, 당기순손실이 40.8% 각각 줄며 개선 흐름을 보였다.
허가 지연이 길어질수록 자금 조달 부담이 커진다는 점도 부담이다. 업계 전문가들은 CRL 반복 시 유상증자를 통한 기존 주주 지분 희석 가능성을 주요 점검 항목으로 꼽고 있다.
임상 데이터는 여전히 최상위권
역설적으로 리보세라닙의 약효 경쟁력은 흔들리지 않았다. 글로벌 임상 3상 CARES-310에서 리보세라닙·캄렐리주맙 병용요법의 전체 생존기간 중앙값(mOS)은 23.8개월로 대조군 소라페닙의 15.2개월을 크게 웃돌았다.
로슈의 티쎈트릭·아바스틴 병용요법 19.2개월, BMS의 옵디보·여보이 23.7개월도 앞서는 수치다. 간 기능이 저하된 환자군에서도 위험비(HR) 0.62의 일관된 효과를 보였다.
FDA도 이번 CRL에서 임상 유효성·안전성 데이터에 대한 지적이나 추가 임상시험 요구를 제기하지 않았다. 앞서 FDA는 리보세라닙의 안전성과 유효성이 캄렐리주맙 병용에서만 입증된 만큼 캄렐리주맙 승인 전에는 단독 허가가 불가하다고 명시한 바 있다.
'20년 만의 첫 성공' 시점은 미뤄졌다
진양곤 HLB 이사회 의장은 지난 5월 12일 열린 2026 HLB 포럼에서 올해 간암과 담관암 두 개 항암제 승인을 기대한다며 허가를 받으면 항암제 개발 착수 20년 만의 첫 성공이라고 말했다. 이 구상 중 절반은 일단 뒤로 밀렸다.
남은 카드는 리라푸그라티닙이다. 2022년 FDA 희귀의약품(ODD), 2023년 혁신치료제(BTD)로 지정된 데 이어 올해 NDA 우선심사 대상으로 선정됐다.
관건은 제조시설이 북미에 있다는 구조적 차이다. 리보세라닙이 중국 파트너사의 공장 관리 문제로 세 차례 발목이 잡힌 것과 달리 리라푸그라티닙은 통제 가능성이 상대적으로 높다는 평가가 나온다.
그룹 재편도 병행되고 있다. HLB는 HLB사이언스 흡수합병을 포함한 그룹 구조 개편을 추진해 왔으며 상업화 단계 진입을 염두에 둔 사전 정비라는 해석이 나온다.
시장이 요구하는 건 일정이 아닌 통제력
글로벌 시장조사기관 그랜드뷰리서치에 따르면 세계 간암 치료제 시장은 연평균 17.9% 성장해 2030년 약 98억 1,000만 달러 규모에 이를 전망이다. 시장 규모 자체는 여전히 매력적이다.
다만 규제 리스크의 성격이 바뀌었다. 글로벌 규제 분석 기관 데이터에 따르면 FDA가 발행한 CRL의 약 70~74%가 CMC 및 제조시설 결함에서 비롯된다.
HLB에 필요한 것은 데이터 보완이 아니라 파트너 제조소의 품질관리 상태를 사전에 파악하고 시장에 전달하는 체계다. 회사는 Form 483과 항서제약의 보완자료를 분석한 뒤 재신청 계획을 발표한다는 방침이다. 9월 25일 리라푸그라티닙 결정이 20년 도전의 첫 결실이 될지가 남은 관전 포인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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