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cience
USC 의대, 전립선암서 3D 네트워크 형성 확인 CRISPR로 '중앙 허브' 제거 시 암 성장 둔화

암 유전자를 껐다 켜는 '마스터 스위치' 역할을 하는 DNA 조절 부위가 처음으로 규명됐다.
23일(현지시간) 미국 서던캘리포니아대학(USC) 켁 의대 연구팀은 국제 학술지 '게놈 바이올로지'(Genome Biology)를 통해 암 유전자 발현을 조절하는 인핸서(enhancer)들의 계층적 구조와 작동 원리를 밝혔다고 전했다. 인핸서는 유전자의 스위치를 켜고 끄는 역할을 하는 DNA의 한 부분이다.
연구팀에 따르면 인핸서들은 개별적으로 작동하는 것이 아니라, 3차원(3D) 네트워크를 형성해 협력적으로 유전자를 조절했다. 특히 이 네트워크 안에는 수많은 유전자를 통제하는 '중앙 허브' 인핸서와 이를 보조하는 인핸서가 존재하는 계층 구조가 확인됐다.
이번 연구를 이끈 이선경(Suhn Kyong Rhie) USC 켁 의대 교수는 "일부 인핸서는 여러 유전자와 다른 인핸서들을 조절하는 '마스터 스위치' 역할을 하고, 다른 것들은 보상적인 역할을 한다는 계층 구조를 처음으로 규명했다"고 설명했다.
연구팀은 전립선암 환자의 종양 샘플과 정상 전립선 조직에서 얻은 201개의 데이터세트를 분석해 전립선암에 특이적인 인핸서 3216개를 식별했다. 이후 '영역 포획 마이크로-C'라는 고해상도 기술을 이용해 인핸서와 유전자 간의 물리적 상호작용을 분석한 결과, 암세포에서만 정상 세포에는 없는 복잡한 3D 네트워크가 형성된 것을 발견했다.
연구팀은 유전자 가위 기술인 크리스퍼(CRISPR)를 이용해 인핸서를 하나씩 제거하며 변화를 관찰했다. 그 결과 '중앙 허브' 역할을 하는 핵심 인핸서를 제거하자 전체 네트워크가 붕괴하며 여러 암 촉진 유전자가 꺼지고 암세포의 성장이 둔화됐다. 반면 보조적인 인핸서를 제거했을 때는 큰 변화가 없었다.
이번 발견은 암 치료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할 수 있다. 개별 유전자를 표적하는 대신, 여러 암 유전자를 동시에 통제하는 '마스터 스위치' 인핸서를 편집하는 방식의 치료법 개발이 가능해지기 때문이다. 이는 이미 겸상적혈구병 치료제로 미국 식품의약국(FDA) 승인을 받은 '카스게비'(Casgevy)와 같이 인핸서를 표적하는 유전자 편집 치료의 연장선에 있다.
이 교수는 "이번 연구 결과는 게놈이 작동하는 복잡성을 보여주는 기초 과학이지만, 미래의 치료법에 정보를 제공할 잠재력이 있다"며 "잘못된 인핸서를 표적할 경우의 부작용 등 해결해야 할 과제는 남아있다"고 덧붙였다. 연구팀은 향후 유방암 등 다른 암에서도 인핸서의 역할을 규명하고, 기존 항암제에 대한 내성 기전을 연구할 계획이다.

BIOBOOK TE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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