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cience
'클릭 화학' 기술로 두 항체 체내서 결합 동물실험서 췌장암 생존율 90% 달성

두 종류의 항체를 몸속에서 레고처럼 조립해 암세포를 공격하는 새로운 항암 기술이 개발됐다. 기존 항체-약물 접합체(ADC)의 한계인 종양 이질성에 따른 내성 문제를 극복할 대안으로 주목된다.
17일(현지시간) 바이오 전문매체 바이오온에 따르면 미국 워싱턴대학교 의과대학 연구팀은 '클릭 화학(click chemistry)'을 이용해 체내에서 두 항체를 결합시키는 모듈형 플랫폼 기술을 개발하고, 그 연구 결과를 국제학술지 '네이처(Nature)'에 발표했다.
연구팀은 서로 다른 두 항체에 각각 특수한 화학 작용기를 부착했다. 첫 번째 항체에는 트랜스-사이클로옥텐(TCO)을, 약물이 결합된 두 번째 항체에는 테트라진(Tz)을 붙였다. 이 두 항체를 순차적으로 투여하면 혈액 속에서 서로를 찾아 '딸깍' 소리를 내듯 빠르고 특이적으로 결합해 이중표적 ADC가 완성된다.
기존 ADC는 '생물학적 미사일'로 불리지만, 하나의 항원만 표적하는 단점이 있었다. 암 조직 내 세포들이 표적 항원을 적게 발현하거나 발현하지 않는 '종양 이질성' 때문에 약물에 반응하지 않고 내성이 생기는 경우가 많았다. 실제로 위암 및 유방암 환자의 약 20~50%는 HER2 발현 이질성을 보이는 것으로 알려졌다.
새로운 기술은 두 가지 방식으로 이 문제를 해결한다. 먼저 EGFR과 HER2를 각각 표적하는 항체를 결합하면, 암세포가 둘 중 하나의 표적을 잃더라도 다른 항체가 결합해 약물을 전달할 수 있다. 또한 동일한 수용체(HER2)의 다른 부위에 결합하는 두 항체를 사용하면 수용체 간 교차결합을 유도해 약물의 세포 내 유입 효율을 극대화한다.
동물실험 결과는 고무적이었다. 췌장암, 위암, 삼중음성유방암 이질성 종양 모델 생쥐에서 '클릭 조립' 치료법은 기존 단일 ADC 치료보다 월등히 높은 종양 내 약물 축적량을 보였다. 특히 췌장암 모델에서는 치료군의 120일 생존율이 90%에 달해, 평균 생존 기간이 80일 미만이었던 대조군과 뚜렷한 차이를 보였다.
연구팀은 이 기술이 복잡한 단백질 공학 기술 없이 1~3일 만에 맞춤형 ADC를 만들 수 있는 '플러그 앤 플레이' 방식이라고 설명했다. 환자의 종양 항원 발현 특성에 맞춰 최적의 항체 조합을 유연하게 선택할 수 있어 개인 맞춤형 치료의 가능성을 연다.
연구에 참여한 파트리샤 페레이라 교수는 "이 기술의 핵심은 기존에 허가된 약물들의 가치를 극대화하는 것"이라며 "신약 개발의 긴 시간과 높은 비용 없이 기존 약물에 새로운 시너지 효과를 부여하는 빠른 길"이라고 평가했다. 다만, 아직 전임상 단계로 인체 내 반응 효율, 면역원성, 장기 안전성 등 추가 검증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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