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licy & Regulation
한국 산정률 45% 인하 시행, 일본은 AG 약가 오리지널 수준으로 상향 "14년 만의 최대 인하" vs "과당경쟁 완화"…같은 문제, 정반대 처방

한국이 복제약 가격을 14년 만에 가장 큰 폭으로 깎는 사이 일본은 일부 복제약 가격을 오히려 오리지널 수준으로 끌어올리기로 했다.
보건복지부는 지난 3월 26일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에서 제네릭 및 특허만료 의약품의 약가 산정률을 오리지널 대비 53.55%에서 45%로 조정하는 '국민건강보험 약가제도 개선방안'을 심의·의결했다. 개편된 산정체계는 2026년 하반기부터 적용된다. 반면 일본 중앙사회보험의료협의회(중의협)는 지난해 12월 26일 2026년도 약가제도 개혁안을 의결하면서 오소라이즈드 제네릭(AG)의 약가를 선발 의약품과 동일한 수준으로 올리기로 했다.
AG는 오리지널 특허권자가 직접 또는 위탁생산을 통해 만드는 복제약이다. 성분과 제조법이 오리지널과 같으면서도 복제약으로 분류돼 약가는 낮게 책정돼왔다. 일본에서는 이 구조가 논란의 중심에 있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에 따르면 후생노동성이 AG 약가를 인상하기로 한 배경에는 복제약 시장의 왜곡이 있다. AG가 사실상 오리지널의 할인 제품처럼 작동하면서 후발 의약품 제조업체의 경영을 압박했고 공급 불안정 요인으로 지목돼왔다는 것이다.
정책 변경 시점은 오는 10월이다. 이후 보험이 적용되는 신규 AG는 선발 의약품과 같은 수준의 약가를 받는다. 이미 약사 승인을 받은 10개 이상의 AG가 보험 적용을 보류한 채 재고로 남을 것으로 예상된다.
일본 복제약 업계는 이를 환영하고 있다. 사와이 그룹 홀딩스의 사와이 미쓰오 회장은 그동안 AG에 점유율을 빼앗기고 대량 폐기로 이어질 위험이 있었다고 설명했다. 강력한 경쟁자가 줄어들면 생산 확대 계획을 세우기 쉬워진다는 기대도 내비쳤다.
주목할 지점은 두 나라가 겨냥하는 문제가 겹친다는 것이다. 한국과 일본 모두 복제약 난립과 저가 경쟁, 공급 불안을 정책 과제로 삼고 있다. 그러나 해법의 방향은 갈린다.
한국은 가격을 낮춰 시장 진입 유인을 줄이는 쪽을 택했다. 산정률 45% 조정에 더해 계단식 인하 적용 기준을 기존 20번째 품목에서 13번째 품목으로 앞당겼다. 적용 단계마다 상한가는 15%씩 깎인다. 최초 등재 제네릭에 1년간 부여되던 59.5% 가산도 폐지된다.
일본은 반대로 가격을 올려 과당경쟁을 걷어내는 쪽이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후생노동성이 AG 확대를 억제해 복제약 제조업체의 진입을 돕고, 복제약의 비효율적 생산 체제를 손보려는 목적을 갖고 있다고 전했다.
바이오 분야가 또 다른 배경으로 꼽힌다. 옵디보와 같은 고가 바이오 의약품의 특허 만료가 잇따를 전망인데, 개발에 비용과 시간이 많이 드는 바이오 분야에서 후발 의약품 제조업체가 뒤처져 있다는 판단이다.
일본은 이번 개편에서 바이오시밀러가 등재된 오리지널 바이오의약품에 제네릭 약가 산정방식인 'G1' 규정을 적용하기로 했다. 장기수재품 약가 인하 강화와 바이오시밀러 가격대 집약 완화도 함께 담겼다.
일본 사례는 한국 정책 논의에서도 이미 인용되고 있다. 정부는 개편안의 근거로 일본(40~50%)과 프랑스(40%)의 제네릭 산정률을 제시했다.
다만 일본 현지에서는 약가 인하 정책 자체에 대한 반발이 이어져왔다. 2024년 11월 일본제약공업협회(JPMA)와 미국연구제약공업협회(PhRMA), 유럽제약단체연합회(EFPIA)는 일본 정부의 약가 정책이 혁신을 저해한다는 내용의 공동성명을 발표했다.
같은 해 12월에는 PhRMA와 EFPIA가 2025년도 중간년 개정에 대해 '놀라움과 깊은 실망'이라는 표현을 썼다. 2년 주기였던 약가개정이 2020년 이후 매년 이뤄지면서 특허 기간 중인 신약의 43%가 인하 대상이 됐고 일부 기업은 10년 이상 수립한 투자회수계획을 재검토해야 하는 상황이라는 것이다.
가격 인하가 공급망에 미친 결과도 확인된다. 일본에서는 반복적인 약가 인하 이후 전체 제네릭의 약 32%에 해당하는 4000여개 품목에서 공급 부족이나 생산 중단이 발생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제약바이오협회는 이 지점을 근거로 시행 유예를 요구해왔다. 노연홍 한국제약바이오협회장은 비상대책위원회 기자회견에서 "1999년 실거래가 제도 도입 이후 10여 차례 약가 인하가 단행됐지만, 제도의 효과와 부작용, 산업 영향에 대한 입체적이고 종합적인 평가가 제대로 이뤄진 적 없다"고 말했다.
일본의 2026년 개편은 한국 기업에 반사이익 가능성도 열어둔다. AG 가격이 오리지널 수준으로 오르면 처방 시장에서 AG의 가격 경쟁력이 떨어진다. 바이오시밀러의 진입 장벽이 낮아지면서 일본 시장 진출을 추진하는 국내 기업에 우호적인 환경이 만들어질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한국 복제약 가격은 OECD 평균의 2.17배 수준이다. 복지부는 이번 개편으로 연간 1조1000억~2조4000억원의 건강보험 재정 절감을 기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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