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cience
513종 바이러스 유래 단백질 9000개 분석 라이브러리 구축 면역 회피 단백질 700여개 발견…신약 개발 가속화 기대

수천 개의 바이러스 단백질을 단일 실험으로 분석할 수 있는 새로운 도구가 개발돼 바이러스 연구의 새 지평을 열었다.
11일(현지시간) 미국 하버드 의대 연구팀은 수천 개의 바이러스 단백질을 한 번에 분석할 수 있는 역대 최대 규모의 라이브러리 '바이러스 ORFeome'을 개발했다고 밝혔다. 관련 연구 결과는 국제학술지 '셀(Cell)'과 '사이언스(Science)'에 각각 게재됐다.
이 도구는 단백질을 암호화하는 DNA 서열인 '오픈 리딩 프레임(open reading frames)'의 이름을 따 명명됐다. 513종의 바이러스에서 유래한 약 9000개의 단백질을 암호화하는 1만3000개의 DNA 서열로 구성된다. 이는 기존 라이브러리가 개별 바이러스나 특정 과(family)에 초점을 맞춰 100~200개 서열을 담았던 것과 비교해 압도적인 규모다.
연구를 이끈 스티븐 엘리지 유전학 교수는 "이 라이브러리는 이전에는 불가능했던 규모로 바이러스가 인간 세포를 조작하는 방식을 밝혀낸다"며 "바이러스학 연구를 한 번에 하나씩 연구하는 것에서 바이러스가 진화시켜온 공통 전략과 혁신을 발견하는 방향으로 바꿀 것"이라고 말했다.
연구팀은 각 DNA 서열에 '유전 바코드'라는 고유 식별 태그를 부착했다. 이를 통해 1만3000개의 모든 서열을 세포 집단에 동시에 삽입하고, 특정 단백질이 세포 성장에 미치는 영향 등을 추적 분석할 수 있다. 연구팀은 이 도구가 바이러스학자가 아닌 생물학자도 쉽게 사용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고 설명했다.
특히 이 도구는 바이러스 자체를 사용하는 것이 아니라 단백질만 개별적으로 연구하기 때문에 생물학적으로 안전하다. 라이브러리에 포함된 단백질은 원래의 바이러스를 재구성하거나 스스로 복제할 수 없다.
연구팀은 ORFeome을 활용해 면역 체계 공격을 막는 항원 제시를 방해하거나, 감염 방어 물질인 인터페론의 효과를 차단하는 등 면역 반응을 방해하는 바이러스 단백질 700개 이상을 이미 발견했다. 이 중 다수는 이전에 기능이 알려지지 않았던 단백질이다.
사이언스지에 게재된 후속 연구에서는 바이러스가 세포 내 단백질 분해 시스템인 '유비퀴틴 프로테아좀'을 어떻게 이용해 면역 체계를 회피하는지에 대한 새로운 통찰을 제시했다. 예를 들어, 장염을 유발하는 로타바이러스의 'NSP1' 단백질이 숙주 유전자를 재조합해 숙주 세포에서는 거의 관찰되지 않는 유비퀴틴 변형 복합체를 만드는 것을 발견했다.
연구팀은 이 도구가 새로운 백신과 치료제 개발을 앞당기고, 미래에 발생할 수 있는 신종 병원체에 대비하는 데 기여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BIOBOOK TE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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