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뇌 해마체, 언어와 무관한 '개념 지도' 공유 서로 다른 '좌표축'으로 정보 읽어…AI 모델과 유사

두 가지 언어를 자유자재로 구사하는 비밀이 뇌 속 '공유 의미 지도'에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이 작동 원리는 인공지능(AI) 대규모 언어 모델(LLM)과 놀라울 정도로 유사한 것으로 밝혀졌다.
미국 베일러 의과대학과 라이스대학 공동 연구팀은 뇌 해마에 있는 신경망이 언어와 관계없이 개념을 저장하는 '공유 의미 지도'를 사용한다는 사실을 규명했다고 국제학술지 '셀(Cell)'에 2026년 발표했다. 두 언어를 구사할 때 뇌가 이 지도에 저장된 정보를 서로 다른 '좌표축'으로 읽어 들여 언어 간 혼선을 막는다는 원리다.
연구팀은 영어와 스페인어를 모두 유창하게 구사하는 뇌전증 환자 4명의 해마에서 직접 단일 뉴런의 활동을 기록했다. 이들에게 두 언어로 된 팟캐스트 청취, 문장 낭독, 자유 대화 등 세 가지 과제를 수행하게 하고 신경 신호 변화를 관찰했다.
분석 결과, 뇌는 특정 단어를 소수의 '번역 뉴런'에 의존해 처리하지 않았다. 대신, 단어들 사이의 의미적 관계를 나타내는 '공유 의미 기하학 구조'를 모든 언어에 걸쳐 동일하게 유지했다. 예를 들어 영어의 '고양이'와 '개'의 의미적 거리는 스페인어의 '가토(gato)'와 '페로(perro)'의 거리와 신경망 지도상에서 동일하게 나타났다.
연구팀은 두 언어가 어떻게 섞이지 않는지에 대한 해답도 찾았다. 뇌는 거의 동일한 해마 뉴런 집단을 사용하지만, 각 언어를 사용할 때마다 정보를 읽어 들이는 주된 의미 축을 회전시키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는 같은 지도를 보더라도 다른 좌표계를 사용하는 것과 같다. 이 설계 덕분에 뇌는 개념 정보를 효율적으로 공유하면서도 각 언어의 독립성을 유지할 수 있다.
이러한 '공유 기하학, 차별화된 인코딩' 원리는 다국어 LLM인 'mBERT'와 매우 유사했다. 연구팀이 mBERT의 11번째 심층 의미 표현층과 인간의 해마를 비교한 결과, 두 시스템 모두 동일한 원리를 따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AI는 거의 모든 정보 단위를 언어 간에 정렬하지만, 인간의 뇌는 극소수 뉴런만 언어 간 반응을 공유하며 더 순수한 개념 중심으로 작동한다는 차이가 있었다.
이번 연구는 이중 언어 구사 능력의 핵심 신경 메커니즘을 밝혔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연구 결과는 향후 다국어 뇌-컴퓨터 인터페이스(BCI)나 실어증 환자의 언어 재활 치료법 개발에 새로운 단서를 제공할 것으로 기대된다. 다만 연구팀은 피험자 수가 4명으로 적고, 모두 인도-유럽어족에 속하는 언어 사용자들이라는 한계가 있어 후속 연구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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