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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탠퍼드대, 세포막 물리 파괴 방식의 합성 폴리머 10종 발굴…대장균·황색포도상구균 모두 제압 데이터 부족 극복한 역발상 AI 학습법 주목…한국도 AI 항생제 신약 개발 가속

미국 스탠퍼드대 연구진이 인공지능(AI)을 활용해 항생제 내성균을 물리적으로 파괴하는 합성 폴리머 후보 10종을 발굴했다. 연구 결과는 9월 21일 국제 학술지 '매터(Matter)'에 게재됐다. 연구진은 기존 항생제가 세균 내부의 특정 단백질이나 생화학적 경로를 표적으로 삼아 내성이 쉽게 발생하는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세포막에 직접 구멍을 내는 물리적 방식에 주목했다. 이번 성과는 매년 전 세계 수백만 명의 목숨을 위협하는 항생제 내성균, 이른바 '슈퍼박테리아' 문제에 새로운 돌파구를 제시할 수 있다는 점에서 주목받고 있다.
170만 개 라이브러리에서 찾아낸 10종의 후보 물질
인체에서 자연 생성되는 항균 펩타이드는 세균의 세포막을 물리적으로 파괴해 내성 발생을 원천 차단하는 장점이 있지만, 체내 수명이 짧고 합성 비용이 높다는 단점이 있다. 스탠퍼드대 연구진은 이 펩타이드의 물리적 파괴 원리를 모방하면서도 저렴하고 안정적인 합성 폴리머를 AI로 탐색하는 전략을 택했다. 연구진은 AI 모델을 활용해 170만 개에 달하는 합성 폴리머 라이브러리를 스크리닝한 뒤, 최종 후보 10종을 선별했다.
선별된 10종의 폴리머를 대장균(그람음성균)과 황색포도상구균(그람양성균)에 테스트한 결과, 10종 모두 연구진의 기대치를 뛰어넘는 항균력을 입증했다. 특히 1종의 폴리머는 기존 항생제로는 제거하기 극히 어려운 세균 보호막인 바이오필름까지 파괴하는 효능을 보였다. 연구 수석 저자인 쇼샤나 윌리엄스 스탠퍼드대 박사는 "이번에 발견된 10개의 후보 물질은 제가 아는 한 지금까지 보고된 항균 폴리머 중 가장 강력하다"며 "이 폴리머들은 기존 약물처럼 세포 내부로 들어갈 필요도 없고, 특정 단백질 경로를 표적으로 삼지도 않는다"고 설명했다.
에릭 아펠 스탠퍼드대 재료공학과 교수는 작동 원리에 대해 "이 폴리머들은 세균의 세포막에 말 그대로 구멍을 찢어버리는 방식으로 세균을 죽인다"며 "세균 입장에서는 화학 약물을 거부하는 방법을 배우는 것보다 자신의 세포막 지질 구조 전체를 바꾸는 것이 훨씬 어렵기 때문에 내성을 갖기 힘들다"고 밝혔다.
데이터 부족 극복한 역발상 AI 학습법
이번 연구에서 특히 주목할 점은 폴리머 관련 데이터가 턱없이 부족한 상황을 극복한 AI 학습 방법론이다. 연구진은 AI 모델들 사이에서 예측 결과가 가장 크게 엇갈리는, 즉 불확실성이 가장 높은 20개의 후보 물질을 우선적으로 합성하고 실험한 뒤 그 결과를 다시 AI에 학습시키는 역발상 접근법을 사용했다. 이 방식은 AI가 특정 물질의 화학적 특성을 전혀 다른 구조의 물질에 적용해 데이터 부족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음을 증명한 것으로, 향후 희귀질환이나 난치성 감염병 신약 개발에도 폭넓게 응용될 전망이다.
한국에서도 AI를 활용한 항생제 내성 극복 연구가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 9월 1일 비씨월드제약은 양자컴퓨팅 기업 큐노바와 함께 중소벤처기업부 R&D 과제에 선정돼 AI와 양자역학을 결합한 항생제 내성 대응 혁신 신약 발굴에 착수했다. 8월 말에는 바이오기업 세니젠이 AI 기반의 차세대 항균 플랫폼을 통한 신약 개발 로드맵을 발표하는 등 한국도 AI 신약 개발의 글로벌 테스트베드로 부상하고 있다. 한국은 OECD 국가 중 항생제 처방률이 최상위권에 속해 내성균 문제가 국가적 보건 과제로 대두돼 있어, 이 같은 내성 회피형 신약에 대한 의료계의 관심이 특히 높다.
연구진은 향후 이 AI 시스템을 고도화해 인체에 유익한 미생물은 보호하면서 질병을 일으키는 특정 병원균만 선택적으로 파괴하는 맞춤형 항생제 설계가 가능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다만 현재는 실험실 환경에서의 성공 단계이므로, 동물 실험과 인체 대상 임상 시험을 통해 독성 여부와 체내 안정성을 검증하는 과정이 남아 있다. 이 과정이 글로벌 제약업계의 주요 관전 포인트가 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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