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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약처, 177Lu-DGUL 3상 임상 승인…서울대병원 등서 150명 대상 2030년 완료 목표 2상 기반 조건부 허가 심사도 병행…노바티스 플루빅토 독주 시장에 국산 도전장

방사성의약품 전문 개발사 셀비온이 전이성 거세저항성 전립선암(mCRPC) 치료제 후보물질 '포큐보타이드 사테트라세탄(Lutetium-177 DGUL)'의 국내 3상 임상시험 계획을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승인받았다. 승인일은 28일이며, 셀비온은 29일 전자공시시스템(DART)을 통해 이를 공시했다.
이번 3상은 서울대학교병원 등 국내 다기관에서 환자 150명을 대상으로 진행된다. 시험군과 대조군을 1대 1로 무작위 배정해, 기존 최적지지·표준요법(BSC/SoC) 단독 투여와 여기에 177Lu-DGUL을 병용하는 요법의 유효성·안전성을 비교한다. 1차 평가지표는 독립중앙평가위원회(BICR)가 판정하는 방사선학적 무진행 생존(rPFS)이며, 예상 종료일은 2030년 1월 31일이다.
주목할 점은 셀비온이 이미 2상 결과를 근거로 식약처에 조건부 품목허가를 신청해 놓은 상태라는 것이다. 3상 임상과 조건부 허가 심사가 동시에 진행되는 '투트랙' 구도가 형성된 셈이다. 심사 결과에 따라 3상 완료 이전에 국내 시장 출시가 이뤄질 가능성도 열려 있다.
노바티스 독주 시장에 던지는 도전장
177Lu-DGUL이 겨냥하는 시장은 현재 노바티스의 '플루빅토(Pluvicto)'가 사실상 독점하고 있다. 플루빅토는 전립선암 세포 표면의 전립선특이막항원(PSMA)에 방사성 동위원소 루테튬-177을 실어 보내는 방사성의약품으로, 2025년 한 해 글로벌 매출이 약 20억 달러(약 2조 6,000억 원)에 달했다. 2030년까지 연매출 50억 달러가 전망되는 블록버스터다.
셀비온의 177Lu-DGUL도 같은 루테튬-177 기반 PSMA 표적 방사성의약품이다. 셀비온 측은 2상 임상에서 플루빅토 대비 우수한 결과를 확인했다고 밝힌 바 있으며, 이번 3상은 그 임상적 가치를 확증하기 위한 단계로 설명하고 있다. 다만 2상과 3상의 설계·규모·환자군이 다르기 때문에, 3상에서 동일한 우위가 재현될지는 아직 확인되지 않았다.
연평균 19% 성장…글로벌 빅파마가 뛰어드는 이유
방사성의약품(RPT) 시장은 글로벌 제약업계에서 가장 빠르게 팽창하는 분야 중 하나다. 시장조사기관 포춘비즈니스인사이트에 따르면, 글로벌 핵의학·방사성의약품 시장 규모는 2026년 약 137억 달러(약 18조 원)에서 2034년 557억 달러(약 73조 원)로 연평균 19.15% 성장이 전망된다.
이 같은 성장 전망에 일라이 릴리, 아스트라제네카 등 글로벌 빅파마들이 방사성의약품 전문 기업을 수조 원 규모로 인수하거나 기술을 도입하며 경쟁적으로 진입하고 있다. 셀비온의 후보물질이 3상에 진입한 시점은 이런 글로벌 투자 열기와 맞물려 있다. 3상 단계의 PSMA 표적 방사성의약품 파이프라인을 보유한 기업은 다국적 제약사들의 기술수출(License-Out)이나 인수합병(M&A) 대상으로 주목받을 수 있는 위치에 서게 된다.
150명 규모 임상, 무엇을 증명해야 하나
이번 3상의 설계를 좀 더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 약물은 6주 간격으로 4회 투여하며, 사전에 정한 기준을 충족하면 최대 6회까지 투여할 수 있다. 대조군 참여자도 방사선학적 질병 진행이 확인되면 별도 동의를 거쳐 약물을 병용 투여받는 교차(Cross-over) 절차가 마련돼 있다.
교차 설계는 대조군 환자의 윤리적 치료 접근권을 보장하는 장치이지만, 전체생존기간(OS) 같은 후속 평가지표 분석에는 복잡한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 1차 지표인 방사선학적 무진행 생존(rPFS)은 PCWG3 modified RECIST v1.1 기준에 따라 BICR이 평가하는데, 이는 플루빅토의 허가 임상(VISION 시험)에서도 사용된 국제 표준 기준이다. 향후 글로벌 확장을 염두에 둔 설계로 읽힌다.
다만 150명이라는 규모는 플루빅토의 3상(VISION)이 831명을 대상으로 진행된 것과 비교하면 상당히 작다. 셀비온이 2상 데이터에서 충분한 효과 크기를 확인해 소규모로도 통계적 유의성을 확보할 수 있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이나, 규모가 작을수록 결과의 변동성이 커질 수 있다는 점은 유의해야 한다.
조건부 허가와 3상, 두 갈래 시나리오
셀비온의 전략에서 가장 눈에 띄는 것은 조건부 허가 신청과 3상 임상을 병행하는 구조다. 셀비온은 2025년 말 2상 결과를 근거로 식약처에 조건부 품목허가를 신청했으며, 현재 심사가 진행 중이다. 조건부 허가가 나오면 3상 완료 이전인 올해 4분기나 내년 초에 국내 시장에서 조기 상업화가 가능해진다.
이 경우 셀비온은 매출을 창출하면서 동시에 3상 데이터를 축적하는 구도를 만들 수 있다. 김권 셀비온 대표는 언론 인터뷰에서 "상업화에 대비해 연간 약 3,000도즈 수준의 원료의약품(API) 생산체계 구축을 추진 중"이라며 "GMP 시설을 보유한 기업이나 시설의 인수도 적극 검토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생산 인프라 확보에 이미 착수했다는 점은 조건부 허가에 대한 자신감을 반영한다.
반면 공시에는 냉정한 단서도 붙어 있다. 셀비온은 "임상시험 약물이 의약품으로 최종 허가받을 확률은 통계적으로 약 10% 수준"이라고 명시했고, "기대에 못 미치는 결과가 나올 경우 상업화 계획을 변경하거나 포기할 가능성이 있다"고 덧붙였다. 3상 진입이 곧 성공을 의미하지 않는다는 점을 투자자에게 환기한 것이다.
파이프라인 확장과 파트너십, 아직은 초기 단계
셀비온은 전립선암 외 영역으로의 확장도 모색하고 있다. 9월 초 중견 제약사 안국약품과 방사성의약품 신약 공동연구를 위한 업무협약(MOU)을 체결했다. 차세대 표적항암제 파이프라인 전반으로 연구 영역을 넓히겠다는 구상이다. 다만 MOU 단계이므로 구체적인 후보물질이나 투자 규모가 확정된 것은 아니다.
177Lu-DGUL이 최종 허가를 받으면 한국의 국산 신약 목록에 이름을 올리게 된다. 방사성의약품 분야에서 국산 신약이 나온 전례가 없다는 점에서 상징적 의미도 크다. 그러나 허가까지는 3상 결과 도출, 규제 심사, 생산 인프라 확보 등 여러 관문이 남아 있다.
지켜봐야 할 세 가지 변수
이번 3상 승인으로 셀비온은 국내 방사성의약품 개발의 선두 주자로서 입지를 굳혔다. 그러나 앞으로의 경로는 세 가지 변수에 달려 있다.
첫째, 현재 진행 중인 조건부 허가 심사의 결과다. 승인 여부와 시기에 따라 셀비온의 재무 상황과 3상 수행 역량이 크게 달라진다. 둘째, 150명 규모의 3상에서 2상의 긍정적 결과가 재현되는지 여부다. 1차 지표인 rPFS에서 통계적으로 유의미한 차이를 입증해야 글로벌 시장 진출의 근거가 마련된다. 셋째, 노바티스를 비롯한 글로벌 빅파마들의 차세대 방사성의약품 개발 속도다. 2030년 3상 종료 시점에 경쟁 환경이 지금과는 크게 달라져 있을 수 있다.
3상 완료 예정 시점은 2030년 1월이다. 그 전에 조건부 허가 심사 결과가 먼저 나올 것으로 보여, 셀비온의 다음 분수령은 수개월 안에 찾아올 가능성이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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