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cience
원충 종류·단계 무관 공통 항원 발견 T세포 면역 유도로 장기 보호 효과 기대

말라리아 원충의 종류와 성장 단계에 상관없이 공통으로 작용하는 '암호'가 발견돼 범용 T세포 백신 개발에 청신호가 켜졌다.
7일(현지시간) 미국 오리건 보건과학대학교 연구팀은 말라리아 원충의 공통 T세포 항원을 규명했다는 연구 결과를 국제학술지 '네이처(Nature)'에 발표했다. 이번 연구는 아프리카에서 유행하는 열대열 말라리아와 아시아·미주 지역의 삼일열 말라리아 원충을 모두 겨냥했다.
세계보건기구(WHO)에 따르면 말라리아는 매년 약 2억5000만명을 감염시키고 60만명 이상의 사망자를 낸다. 기존 RTS,S 백신은 항체 기반으로 예방 효과가 제한적이고 매년 추가 접종이 필요해 한계가 있었다. 이 때문에 지속적인 T세포 면역을 유도하는 범용 백신 개발이 학계의 오랜 숙원이었다.
연구팀은 삼일열 말라리아 원충이 감염시키는 미성숙 적혈구인 '망상적혈구'에 주목했다. 이 세포는 단백질을 합성하고 표면에 항원을 제시하는 능력이 남아있어, 면역세포인 CD8+ T세포의 공격 표적이 될 수 있다. 연구팀은 면역펩타이드체학 기술을 이용해 감염된 세포가 면역계에 제시하는 기생충 유래 항원 조각을 체계적으로 분석했다.
그 결과, 166개 기생충 단백질에서 유래한 453개의 고유 펩타이드를 확인했다. 이 중 75개 항원은 말라리아 원충의 생존에 필수적인 '보존 단백질'로, 여러 원충 종과 성장 단계에 걸쳐 공통으로 발현됐다. 특히 이 항원들은 인구 집단 내 편차가 적은 HLA-E 분자를 통해 T세포에 인식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개인의 면역학적 배경 차이에 크게 구애받지 않는 범용 백신 개발 가능성을 시사한다.
연구팀은 동물실험을 통해 이 항원의 효과를 검증했다. 영장류 모델에서 해당 항원에 대한 T세포 반응이 혈액과 간에서 모두 확인됐다. 또한 설치류 모델에서는 특정 2개 항원이 보호 효과를 갖는 CD8+ T세포 면역 반응을 성공적으로 유도했다.
이번 연구는 변이가 심한 표면 항원 대신, 원충의 생존에 필수적인 내부 단백질을 표적으로 삼는 새로운 전략을 제시했다. 감염 초기 간 단계부터 혈액 단계까지, 여러 종류의 말라리아 원충을 모두 방어할 수 있는 '다단계·다종' 백신 개발의 이론적 토대를 마련한 것이다.
연구팀은 이 발견을 기반으로 한 후보 백신의 동물실험을 이미 시작했다. T세포 백신은 항체 백신보다 긴 면역 기억을 형성하는 장점이 있어, 개발에 성공할 경우 수년간 지속되는 보호 효과를 제공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이번 연구는 말라리아 범용 백신 개발을 위한 명확한 청사진을 제시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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