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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번 상장 낙방에도 하루 한 알 치매약 완주 영국 국무성 장학생 출신 정재준 아리바이오 대표

15년을 매달린 치매 신약의 임상 3상을 끝낸 정재준 아리바이오 대표는 누구인가?
정 대표는 2010년 10월 아리바이오를 세워 경구용 알츠하이머병 치료제 후보물질 'AR1001' 개발에 집중해왔다. 국내 바이오기업 중 치매 신약으로 글로벌 임상 3상을 자체 완주한 곳은 아리바이오가 유일하다. 임상은 6월 28일 마지막 환자 투약을 끝으로 종료됐다.
그의 이력은 국내 바이오 창업자 사이에서도 드물다. 정 대표는 영국 외무성 장학생으로 뽑혀 글래스고대에서 생리·생화학 학사와 석사, 박사 학위를 모두 마쳤다. 학부부터 박사까지 한 대학에서 밟은 정통 연구자 출신이다.
박사 학위 뒤 그는 영국 정부 연구소와 케임브리지대 바이오연구소에서 수석연구원으로 일했다. 한영생명과학연구협력센터 총괄소장과 재영한국과학기술자협회 회장도 지냈다.
연구자였던 그가 사업으로 방향을 튼 것은 2000년이다. 정 대표는 영국 옥스퍼드에서 신약개발 컨설팅 회사 이유바이오테크(EU Biotech)를 세웠다. 이후 20년 넘게 국내외 제약·바이오 기업의 신약개발 컨설팅과 기술이전을 맡았다. 컨설팅 마지막 성과는 SK바이오팜의 기면증 치료제 기술이전이었다.
다른 회사의 신약을 돕던 그는 직접 개발에 뛰어들었다. 그런데 하필 실패율 1위로 꼽히는 치매를 택했다. 정 대표는 판교에서 진행한 인터뷰에서 "항암제나 비만 치료제 개발은 이미 운동장이 기울어져 있지만, 알츠하이머 치매는 거대 글로벌 제약 기업도 정복하지 못한 분야라 운동장이 평평해 보였다"고 말했다.
주변은 회의적이었다. '하필 왜 치매냐', '왜 다른 치료 기전이냐'는 반문이 이어졌다. 정 대표는 이 시선을 뒤집는 데서 개발 가능성을 봤다.
초기 환경은 척박했다. 그는 한 인터뷰에서 "10년 전만 해도 다중기작 접근은 신약개발 주류에 포함되지 않을 정도로 인정받지 못했다"고 회상했다. 신약 가치를 평가할 외부 전문가가 없어 미래가치를 제대로 인정받지 못했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그가 택한 무기는 남들과 다른 접근법이었다. AR1001은 단일 표적을 겨냥한 기존 항체 주사제와 다르다. 하루 한 알 먹는 합성 신약으로 뇌혈류 개선, 신경세포 보호, 독성 단백질 제거 등 여러 기전을 동시에 노린다. 정 대표는 "실험 데이터상 AR1001은 뇌에서 인지 기능 개선과 뇌 혈류 확장 효능이 다른 계열의 PDE5 억제제보다 10배 이상 강력하다"고 밝혔다.
이 전략의 바탕에는 자체 플랫폼이 있다. 아리바이오는 통합 신약개발 플랫폼 아리디디(ARIDD)로 표적 검증과 작용기전 연구를 진행한다. 이 플랫폼은 AI와 결합된 형태로 고도화됐다. 아리바이오는 6월 미국 일라이 릴리의 AI 신약개발 플랫폼 '릴리 튠랩'에도 참여했다.
임상 유지율은 높았다. 52주 메인 임상을 마친 완료자의 95% 이상이 1년간 진짜 약을 투여받는 연장시험에 자발적으로 참여했다. 부작용으로 임상을 중단한 환자는 1.2%에 그쳤다.
높은 참여율은 곧 자금 부담으로 되돌아왔다. 연장시험 규모가 1000명을 넘어서면서 후속 비용이 급증했다. 아리바이오는 직전 1년간 16차례에 걸쳐 850억원을 전환사채(CB)로 조달했다. 이 가운데 61.7%인 524억원을 연장시험 비용에 직접 배정했다.
숨통은 지난 5월 중국에서 트였다. 아리바이오는 5월 13일 상하이에서 푸싱제약과 AR1001 글로벌 독점 옵션 계약을 맺었다. 계약 규모는 최대 47억달러다. 정 대표는 "글로벌 상장사인 푸싱제약과 직접 손잡았고 시장의 의구심도 걷어내게 됐다"며 "이번 딜은 타협이 아닌 최선의 선택"이라고 강조했다.
계약금도 곧바로 유입된다. 아리바이오는 우선 6000만달러(약 900억원)를 한 달 안에 받는다. 임상 3상 톱라인 발표 시 8000만달러(약 1200억원)를 추가로 수령한다.
오랜 숙원인 상장은 아직 진행형이다. 아리바이오는 2018년과 2022년, 2023년까지 세 차례 기술특례 상장에 도전했으나 모두 기술성 평가에서 탈락했다. 정 대표는 우회로를 택해 2023년 코스닥 조명업체 소룩스의 경영권을 인수했다. 김복덕 전(前) 소룩스 대표의 지분을 사들이고 유상증자에 참여하는 데 약 600억원을 넣었다.
이 과정에서 '정재준→소룩스→아리바이오'로 이어지는 지배구조가 만들어졌다. 소룩스가 아리바이오를 흡수합병하고 존속법인 사명을 아리바이오로 바꾸는 우회상장 방식이다. 다만 합병은 금융감독원의 반복된 정정 요구로 장기간 지연됐다. 관련 정정 공시만 27차례에 달했다.
DART 최근 공시를 보면 합병 조건은 계속 손질되고 있다. 6월 정정에서 존속회사 소룩스의 법인가치는 5331억원, 소멸회사 아리바이오의 법인가치는 5510억원으로 조정됐다. 소룩스는 6월 5일 제9회차 전환사채 발행을 결정했고, 6월 12일 임시주주총회 소집을 공고했다.
7조원대 계약이 성사되면서 상장 전략의 셈법도 달라졌다. 비상장 상태에서도 대규모 현금 유입 가능성을 확보하면서 합병이 유일한 재무 해법은 아니게 됐다. 아리바이오 관계자는 "소룩스와 합병을 통한 상장을 우선하되 직상장도 여러 방안 중 하나로 검토 중"이라고 전했다.
정 대표가 그리는 그림은 치료를 넘어 예방으로 향한다. 그는 "치매 증상이 나타나기 15~20년 전부터 뇌세포 파괴가 시작된다"며 "55세에서 60세 사이, 퇴직을 앞둔 시점에 먹는 약 또는 백신으로 치매를 원천 차단할 수 있는 예방 치료 시장을 개척하는 것이 궁극적 목표"라고 밝혔다. 모든 변수는 9~10월 공개될 임상 3상 톱라인 결과로 수렴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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