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licy & Regulation
항생제 처방 30% 줄었지만 약제비 절감엔 물음표 성분명 처방·대체조제 놓고 의·약 갈등 여전

의약분업이 시행된 지 25년이 지났지만 제도의 핵심 목표였던 약제비 절감을 놓고는 여전히 성패가 엇갈린다.
의약분업은 진단과 처방은 의사가, 조제는 약사가 맡도록 직능을 분리한 제도로 2000년 7월 시행됐다. 항생제 오남용을 줄이고 약제비를 절감한다는 취지에서 출발했다. 1963년 약사법에 의약분업 원칙이 담긴 뒤 시범사업과 수차례 약사법 개정을 거쳐 37년 만에 전면 도입됐다.
성과는 의약품 오남용 억제 부문에서 뚜렷하게 나타났다. 한국보건행정학회와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 2020년 개최한 심포지엄에서 제주대 의과대학 이상이 교수는 약국 임의조제 근절로 전체 항생제 사용량이 약 30% 감소했다고 발표했다. 의사의 의약품 처방에 대한 경제적 동기가 제거돼 처방 자체가 줄었다는 분석도 함께 제시했다.
이 교수는 의약분업 당시 보건복지부 사무관으로 제도 설계 실무를 담당한 인물이다. 그는 주사제 감소도 성과로 꼽았다. 다만 항생제·주사제 감소 효과가 의약분업만의 결과인지를 두고는 이견이 있다. 2001년부터 시행된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약제급여 적정성 평가도 처방률 감소에 기여했다는 것이다.
환자의 권리 측면에서도 변화가 있었다. 이 교수는 의·약사가 독점하던 처방전이 환자에게 공개되면서 알 권리가 향상됐다고 설명했다. 약국에서 조제로 해결하던 환자들이 의료기관을 찾게 되면서 검사와 진단을 거치게 됐고 질환 조기 발견에도 도움이 됐다고 덧붙였다.
건강보험 진료비에서 약품비가 차지하는 비중은 실제로 낮아졌다. 이 교수 발표에 따르면 약품비 비중은 1999년 32.5%에서 2009년 29.6%, 2018년 24.6%로 내려갔다.
반면 전체 약제비 절감이라는 목표는 달성하지 못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의약분업 예외지역과 적용지역을 비교한 통계가 이런 지적의 근거가 됐다.
경희대 김양균 교수는 2011년 국회 정책토론회에서 국민건강보험공단 자료를 공개했다. 2005∼2009년 처방 건당 약품목 수는 분업지역이 3.58% 줄어든 데 비해 예외지역은 13.95% 감소했다. 같은 기간 항생제 처방률도 분업지역 10.33%, 예외지역 16.11%로 예외지역의 감소 폭이 더 컸다.
약제비 증가의 책임을 놓고는 의료계와 약계의 시각이 갈렸다. 당시 토론회에서 대한약사회 신광식 보험이사는 약제비가 늘어난 가장 큰 이유가 의사가 처방한 약품비 비중의 증가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약제비 증가를 우려한다면 성분명 처방 도입에 찬성해야 한다고 밝혔다.
성분명 처방과 대체조제는 25년째 이어지는 핵심 쟁점이다. 성분명 처방은 의사가 특정 제품명 대신 성분명으로 처방하는 방식이고, 대체조제는 약사가 동일 성분의 다른 약으로 바꿔 조제하는 것을 말한다. 이 교수는 생물학적 동등성 시험을 거친 의약품 생산을 통해 대체조제를 활성화해 상대적으로 저렴한 약을 조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의료계는 제도 자체에 대한 재평가를 요구한다. 2020년 심포지엄 토론에서 대한의사협회 박종혁 총무이사는 심포지엄 주제에 '성과'라는 이름을 붙일 수 있는지 의문을 제기했다. 약사회는 처방전 2매 발행과 처방목록 제출 등 합의사항 이행을 촉구하며 맞섰다.
제도 개선 과제도 여전하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와 비교해 처방 건당 약품목 수가 높다는 지적이 대표적이다. 의약분업 예외지역 축소, 성분명 처방·대체조제 활성화 등이 남은 과제로 거론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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