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licy & Regulation
인력 숫자보다 데이터·의사 심사관 구성이 승부처 식약처 564명으로 증원, FDA 따라잡기 첫발

한국의 신약 심사 인력이 미국의 24분의 1 수준에 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식품의약품안전처(식약처)가 국정감사에서 제출한 '주요국 심사 인력 현황'에 따르면 식약처 심사 인력은 369명으로 미국 식품의약국(FDA) 9049명, 유럽의약품청(EMA) 4000명, 일본 후생성 산하 PMDA 600명과 큰 차이를 보였다.
인력 규모의 차이는 조직 구조에서 비롯된다. FDA에서 신약 심사를 총괄하는 곳은 의약품평가연구센터(CDER)로 FDA 산하 기관 중 규모가 가장 크다. 생물학적 제제는 별도의 생물학적제제평가연구센터(CBER)가, 의료기기는 의료기기·방사선건강센터(CDRH)가 나눠 맡는다. 제품군별로 독립된 대형 센터가 심사를 전담하는 구조다.
한국은 식품의약품안전평가원 산하 의약품심사부와 바이오생약심사부가 이 역할을 담당한다. 평가원은 식품위해평가부, 의약품심사부, 바이오생약심사부, 의료기기심사부 등으로 구성돼 있다. FDA가 제품군마다 수천 명 규모의 센터를 두는 것과 달리, 한국은 하나의 평가원 안에 부(部) 단위로 심사 기능을 배치한 형태다.
투입 인력의 밀도 차이도 크다. 신약 한 건을 심사하는 데 미국은 약 40명, 유럽은 약 20명이 투입되는 반면 식약처는 3~5명에 불과하다는 지적이 국정감사에서 제기됐다.
소속 신분에서도 차이가 있다. FDA 심사관 9000여명은 미국 보건복지부(HHS) 소속 연방 공무원으로 과학자, 통계학자, 법률 전문가 등으로 구성돼 있다. 일본 PMDA의 심사 인력 1300여명은 정부 공무원이 아닌 독립행정법인 직원 신분으로 활동한다.
전문가들은 인력의 양적 비교보다 구성의 특징에 주목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식약처 전 임상심사위원은 "식약처 허가 심사 인력의 숫자를 선진 규제 당국의 인력과 비교하는 것은 1차원적인 접근이 될 수 있다"며 "과거 식약처에서 일했을 당시 신약 허가 데이터를 해석하고 이를 이해할 수 있는 데이터 전문가 인력 풀이 부족하다는 느낌을 받았다"고 밝혔다.
데이터 전문 인력의 확보 여부가 핵심 변수로 꼽힌다. 신약 허가 심사는 임상 1~3상 시험에서 쌓인 데이터를 어떻게 해석하느냐에 달려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견해다. 심사관의 판단을 돕기 위해 데이터 전문가가 허가 자료를 취합하고 통계적 오류를 바로잡는 역할이 중요해지고 있지만 식약처 내부에는 이런 인력이 부족하다는 것이다.
FDA는 이 분야 인력을 선제적으로 늘려왔다. FDA는 2020년 이후 데이터 과학자, AI 전문가, 통계 분석가 채용을 확대하고 있다. CDER은 2023년 5월 발표 자료에서 "통계 모델링, 머신러닝, 컴퓨터 과학, 데이터 마이닝 지식 전문가를 찾고 있다"며 약물 안전 데이터 분석과 안전 신호 평가를 담당할 인력을 모집한다고 밝혔다.
의사 심사관의 전문성도 격차 요인으로 지목된다. 또 다른 식약처 전 임상심사위원은 "다만 이들이 '최신 규제과학'을 숙지하고 이를 허가 심사에 활용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선진 규제 당국 의사 심사관들은 신약 허가 심사를 위해 약물의 유익과 위해의 균형을 규제과학적 측면에서 어떻게 다뤄야 하는지를 끊임없이 훈련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규제와 심사 관점의 전문성을 지닌 의사 심사관을 늘리고 육성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식약처는 인력 확충에 속도를 내고 있다. 식약처는 신규 인력 195명을 확충해 심사 인력을 369명에서 564명으로 늘렸다. 신규 임용자는 신약·희귀의약품 품질심사, 바이오시밀러 안전·유효성 평가, 인공지능 등 신기술 의료기기 검증 분야에 배치됐다.
조직 개편도 병행됐다. 식약처는 바이오시밀러심사과를 신설하고 인력을 보강해 전담 심사 여건을 마련했다. 확충된 인력을 바탕으로 기존 순차 심사를 동시·병렬 심사 체계로 전환한 것이 핵심이다. 오유경 식약처장은 "지난 4월 심사 인력을 369명에서 564명으로 확대해 심사 체계를 전면 개편한다"고 말했다.
증원의 재원은 수수료 인상으로 충당한다. 식약처는 신약 허가 수수료를 기존 803만원에서 4억1000만원으로, 바이오시밀러는 3억1000만원으로 각각 올렸다. FDA가 처방약사용자수수료법(PDUFA)에 따라 2025 회계연도 전문의약품 심사 수수료로 431만달러, 약 59억원을 받는 것과 비교하면 여전히 낮은 수준이다.
다만 인력 확충의 실효성에는 신중론도 있다. 전문가들은 심사관 채용을 늘리는 것과 함께 데이터 전문가와 의사 심사관 같은 전문 인력을 어떻게 확보하고 육성하느냐가 격차 축소의 관건이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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