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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호 직투'로 명분 챙긴 펀드, '장기 실탄' 얻은 바이오 기술이전 9조 넘긴 회사에 정부가 베팅한 까닭

국민성장펀드의 첫 상장사 직접투자 대상으로 리가켐바이오사이언스가 낙점되면서 5000억원이 어느 한쪽의 자금조달을 넘어 양측 모두에 전략적 의미를 갖게 됐다.
26일 금융위원회는 전날 기금운용심의회에서 리가켐바이오에 대한 5000억원 투자를 승인했다. 첨단전략산업기금 2500억원과 최대주주 오리온 및 국내 기관투자자 2500억원으로 구성되며 전환사채(CB) 1700억원과 전환우선주(CPS) 3300억원으로 발행된다. 같은 날 LIG디펜스앤에어로스페이스도 5000억원을 배정받아 두 기업 투자액은 1조원에 이르렀다.
펀드 입장: 첫 직접투자 사례로서의 상징성
국민성장펀드 측에서 이번 투자는 직접투자 트랙의 첫 실제 집행 사례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펀드는 5년간 150조원 규모로 조성되며 이 중 직접투자에는 15조원이 배정돼 있다. 직접투자는 회사채 발행이나 저리 대출이 어려운 중소·중견기업의 증자에 첨단전략산업기금이 직접 참여하는 방식이다.
펀드 설계의 핵심 명분은 유망 기술기업이 스케일업 단계에서 마주하는 이른바 '죽음의 계곡'을 넘도록 신규 자금을 공급한다는 데 있다. 바이오는 펀드가 지원하는 12개 첨단전략산업 가운데 하나이며 5년간 11조6000억원이 배분 예시로 제시됐다. 첫 바이오 직접투자 대상으로 누적 기술이전 실적이 가장 두드러진 ADC 기업을 선택한 것은 정책 자금이 '검증된 기술'로 향한다는 신호로 읽힌다.
펀드는 의결권이 제한돼 경영에 관여하지 않는다. 첨단기금이 마중물로 위험을 분담하고 민간 자금을 끌어들이는 구조를 첫 사례에서부터 입증해야 하는 과제도 함께 안았다.
리가켐 입장: 전략 전환이 아닌 선택지 확대
리가켐바이오에 이번 자금은 기존 사업 운영 자금과 별도로 확보한 장기 투자 재원이라는 점이 핵심이다. 회사는 현재 약 4500억원의 현금을 보유하고 있다. 여기에 10년 만기의 5000억원이 더해지면서 임상·허가·상업화로 이어지는 장기 호흡의 자금 기반이 두터워졌다.
자금 용도는 인수합병(M&A)이 아닌 연구개발(R&D)과 임상개발에 집중된다. 핵심 파이프라인의 후기 임상 2·3상을 자체 수행할 역량 확보와 차세대 ADC 플랫폼 마련이 주된 목적이다. 회사는 기존 기술이전(L/O) 전략을 그대로 유지하되 가치가 큰 자산에 한해 후기 임상까지 직접 끌고 가는 선택지를 더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전략의 근본적 전환이 아닌 선택지의 확대라는 의미다.
이는 회사가 그간 보여온 방향과 맞물린다. 리가켐바이오는 2024년 오리온을 최대주주로 맞은 뒤 연구개발비를 빠르게 늘려왔다. 지난해 R&D 비용은 2171억원으로 매출의 153.4% 수준에 달했고 1분기 영업손실은 422억원을 기록했다. 임상 확대에 따른 비용 증가를 감당하려면 안정적 자본이 필요한 국면이었다.
주주가치 측면의 안전장치도 마련됐다. 발행가에는 별도 할인율이 적용되지 않았고 전환우선주에는 1년 보호예수, 전환사채에는 1년 권면분할금지가 걸렸다. 전환권 행사는 발행 24개월 경과 이후부터 가능해 단기 오버행 우려를 줄였다. 누적 기술이전 9조6000억원에도 시가총액이 이를 밑돈다는 저평가 지적이 시장 일각에서 제기돼온 가운데 이번 자금이 자체 개발 역량 강화로 이어질지가 향후 관전 포인트로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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