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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DA 신약 46개 중 한국산 0개…자체 상업화 대신 기술수출에 의존 중국은 2015년 규제개혁 뒤 질주, 한국은 상장폐지 공포에 발목

한국 바이오 기업들이 올해 들어 11조원 규모의 기술수출 잭팟을 잇따라 터뜨렸지만 정작 글로벌 시장에서 자력으로 성장한 신약은 25년째 단 한 개도 나오지 않았다.
한국보건산업진흥원에 따르면 국내 기업이 자체 개발한 신약 가운데 연 매출 10억달러를 넘는 글로벌 블록버스터는 아직 없다. 신약 하나를 개발하는 데 평균 11년, 423억원이 든다. 미국 식품의약국(FDA) 허가를 받은 국산 신약은 6개, 유럽의약품청(EMA) 허가는 4개에 그친다. 지난해 FDA가 승인한 신약 46개 중 한국에서 개발한 의약품은 한 건도 없었다.
기술수출 호황과 산업 정체가 공존하는 배경에는 구조적 한계가 있다. 국내 기업 대부분은 후보물질을 발굴한 뒤 임상 중간 단계에서 글로벌 제약사에 권리를 넘기는 방식에 의존한다. 자체적으로 임상 3상을 마치고 직접 판매까지 끌고 간 기업은 SK바이오팜 정도가 꼽힌다.
자금이 핵심 제약이다. 신약 하나를 후보물질 발굴부터 품목허가까지 끌고 가는 데 약 1조원이 든다. 임상 3상에만 2000억~3000억원의 현금이 필요하지만 그만한 자금을 자본시장에서 조달할 수 있는 국내 기업은 드물다. 기술수출은 이런 자금 한계를 우회하는 현실적 선택지다.
문제는 권리를 넘기는 순간 개발 주도권도 함께 넘어간다는 점이다. 기술수출 계약이 체결되면 임상 전략과 상업화 결정권은 대부분 도입사인 글로벌 제약사로 이전된다. 빅파마 입장에서 국내 기업의 기술은 수십 개 파이프라인 중 하나에 불과한 경우가 많다. 국내 기업은 파트너사가 자료를 공개하기 전까지 진행 상황을 파악하기조차 어렵다.
미국 시장의 작동 방식은 다르다. 미국 바이오텍은 빅파마에 인수되는 출구가 열려 있다. 올해 3월 암젠은 영국 다크 블루 테라퓨틱스를 약 8억4000만달러에 사들였고, 미국 바이오텍 랩트도 인수 완료 후 나스닥에서 상장 폐지됐다. 2032년까지 약 45개 블록버스터의 특허가 만료되면서 빅파마들이 외부 파이프라인 확보 경쟁에 나선 영향이다. 사라질 매출 규모만 3660억달러로 추정된다. 검증된 기술을 가진 기업을 통째로 사들이는 인수합병이 활발해지면서 창업자와 초기 투자자가 자금을 회수하고 재투자하는 선순환이 형성된다.
중국은 규제 개혁으로 한국을 빠르게 추월했다. 전문가들은 중국이 2015년 도입한 '임상시험계획(IND) 60일 묵시 승인' 제도를 결정적 전환점으로 지목한다. 기업이 임상 신청 후 60일 안에 승인 여부를 통지받지 못하면 임상을 시작할 수 있도록 한 제도다. 중국의 기술수출은 2024년 94건, 519억달러에서 지난해 150건, 1300억달러로 1년 만에 두 배 이상 늘었다. 올해 1월 JP모건 헬스케어 콘퍼런스에서 중국 기업들은 73억달러 이상의 기술수출 계약을 체결했다.
국내 바이오 기업은 성장은커녕 생존을 걱정하는 처지다. 코스닥 상장사는 매출 30억원 미달, 자기자본 대비 법인세차감전계속사업손실(법차손) 50% 초과 등의 요건에 걸리면 관리종목으로 지정되고 이듬해 해소하지 못하면 상장폐지 심사를 받는다. 매출이 거의 없고 적자가 누적되는 신약 개발 기업에는 불리한 구조다. 2024년 결산에서 바이오 기업 9곳이 관리종목으로 새로 지정됐고, 올해 4월에는 바이오·헬스 기업 20곳이 퇴출 위기 종목으로 분류됐다.
상장폐지를 피하려 본업과 무관한 인수합병에 나서는 사례까지 등장했다. 매출을 억지로 늘리기 위해 빵 공장이나 버섯 농장을 사들이는 식이다. 이런 행태는 자본시장에서 바이오 기업 전반에 대한 신뢰를 갉아먹는 요인으로 지목된다.
정부도 제도 개선에 나섰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신약 허가·심사 기간을 주요국 최단 수준인 240일 내로 단축하겠다고 밝혔고, 바이오시밀러 허가 기간도 406일에서 295일로 줄이는 방안을 추진한다. 다만 업계가 요구하는 임상 승인 규제 완화는 이번 대책에서 빠졌다.
올해 기술수출은 과거와 질적으로 달라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계약 규모만 화려했던 과거와 달리 반환 의무가 없는 선급금 비중이 커졌기 때문이다. 한미약품은 6월 1일 일라이릴리에 소네페글루타이드를 기술이전하며 계약금 7500만달러를 확보했고, 같은 날 오스코텍도 미국 아지오스에 자가면역질환 치료제를 넘기며 선급금 2500만달러를 받았다. 자체 신약을 미국에 직접 출시한 SK바이오팜, 셀트리온, 유한양행의 사례가 쌓이면서 신약 매출을 연구개발에 재투자하는 선순환의 초입에 들어섰다는 분석도 있다.

BIOBOOK TE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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