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큐리언트·보로노이, 적자에도 PBR 33~38배…주가가 떠받치는 건 '임상 데이터' 한쪽은 유방암 2상 첫 투약, 한쪽은 폐암 1차 치료제 진입 임박

코스닥 신약개발 기업 큐리언트와 보로노이가 나란히 순자산의 30배를 웃도는 몸값에 거래되고 있다.
두 회사의 주가순자산비율(PBR)은 각각 33.81배, 38.29배다. 통상 1배 안팎이 정상으로 통하는 지표가 30배를 넘었다는 것은 시장이 장부상 자산이 아닌 임상 파이프라인의 미래 가치에 값을 매기고 있다는 의미다. 두 기업 모두 영업이익을 내지 못하는 임상 단계 바이오텍이라 주가수익비율(PER)은 산출되지 않는다.
PBR이 비정상적으로 높게 잡히는 1차 원인은 분모인 순자산 자체가 얇기 때문이다. 신약개발사는 매출 없이 연구개발비로 자본을 소진하는 구조라 자기자본 규모가 작다. 여기에 파이프라인 기대가 시가총액을 끌어올리면서 배율이 수십 배로 튀게 된다.
다만 같은 30배라도 두 회사가 받는 평가의 근거는 다르다. 큐리언트는 자체 임상 진척으로, 보로노이는 글로벌 기술이전 이력과 후속 데이터로 시장을 설득해왔다.
큐리언트는 6월 2일 CDK7 저해제 '모카시클립'(Q901)의 임상 2상에서 첫 환자 투약을 마쳤다고 밝혔다. 기존 표준치료제인 CDK4/6 저해제에 내성을 보이는 호르몬수용체 양성·HER2 음성(HR+/HER2-) 유방암 환자가 대상이다. 회사는 선택적 에스트로겐 수용체 분해제 '풀베스트란트'와 병용해 효능을 검증한다.
모카시클립은 CDK4/6 저해제 내성의 주요 경로로 지목되는 신호 전달을 전사 단계에서 차단하는 기전을 갖췄다. 암세포가 기존 약물에 내성을 얻어 분열을 재개하더라도 우회 경로를 막아 분열을 제어한다는 설명이다.
겨냥하는 시장은 작지 않다. HR+/HER2- 유방암 치료제 시장은 화이자 '입랜스', 노바티스 '키스칼리', 릴리 '버제니오' 등이 주도하며 2025년 합산 매출 약 146억달러, 22조원 규모로 추정된다. 전체 유방암 치료제 시장의 3분의 1에 해당한다.
남기연 큐리언트 대표이사는 "이번 첫 환자 투약은 모카시클립이 실제 타겟 환자군에서 효능을 확인하는 단계에 진입했음을 의미한다"며 "항체약물접합체(ADC)와의 병용 임상 등을 통해 난치성 유방암으로 치료 영역을 확장할 것"이라고 밝혔다.
보로노이의 평가 근거는 기술이전 트랙레코드에 모여 있다. EGFR Exon20 삽입 변이 비소세포폐암 치료제 VRN07은 미국 나스닥 상장사 오릭 파마슈티컬스에 기술수출됐고, 얀센의 '리브리반트SC'와의 병용 임상 3상 진입이 예정돼 있다. 또 다른 염증 치료 후보물질은 미국 바이오텍 안비아 테라퓨틱스에 최대 1450만달러 규모로 양도됐다.
자체 개발 파이프라인의 데이터도 잇따라 공개됐다. 4월 미국암연구학회(AACR 2026)에서 보로노이는 4세대 EGFR 저해제 VRN11의 임상 1상 결과를 발표했다. 표적 치료 경험이 있는 EGFR C797S 변이 환자 8명 중 7명에서 종양이 30% 이상 줄었고, 유효 용량 이상을 투약한 6명 전원이 부분관해(PR)를 보여 객관적반응률(ORR) 100%를 기록했다고 회사는 설명했다.
VRN11은 기존 3세대 표적치료제 '타그리소' 복용 후 생기는 내성 변이를 겨냥한다. 해당 변이 환자에게 허가된 표적치료제가 아직 없다는 점이 개발 명분이다. 회사는 이 데이터를 토대로 가속승인용 임상 2상에 진입한다는 계획이다.
HER2 고형암 치료제 VRN10도 한 축이다. 보로노이는 지난해 12월 세계유방암학회(SABCS)에서 VRN10 단독요법 1a상에서 간독성이 나타나지 않았다고 발표했다. ADC 대표 약물 '엔허투'와의 병용 시너지가 확인됐다는 전임상 결과를 함께 내놓으며 추가 기술이전 기대를 키웠다.
자금 조달 방식에서도 두 회사의 결이 갈린다. 보로노이는 글로벌 임상을 기술이전 없이 단독으로 끌고 가기로 하면서, 김현태 대표가 증여한 자사주를 활용한 주가수익스왑(PRS) 계약으로 455억원을 확보했다. 큐리언트는 차세대 ADC 플랫폼 개발을 위해 독일 자회사 유상증자에 참여하는 방식으로 연구 자금을 배분하고 있다.
두 종목의 높은 PBR은 결국 임상 결과에 연동된 변수다. 보로노이는 VRN11 데이터 공개 시점마다 주가가 급등락을 반복했고, 7월 국제 학회에서 추가 데이터를 내놓을 예정이다. 큐리언트의 2상 역시 풀베스트란트 병용 효능이 수치로 확인되는 시점이 다음 분기점이 된다. 분모인 자산이 아니라 분자인 기대가 떠받치는 구조인 만큼, 데이터가 기대에 못 미치면 배율은 빠르게 되돌아갈 수 있다.

BIOBOOK TE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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