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췌장·신장까지 지키는 4중 작용제, 글로벌 양강에 차별화 승부 위고비·마운자로도 원래는 당뇨병 치료제였다

대원제약이 차세대 비만약 후보물질의 동물실험에서 대조군 대비 50%가 넘는 체중 감소를 확인하며 140조원 규모로 커지는 글로벌 비만치료제 시장에 본격적으로 뛰어들었다.
대원제약은 미국 뉴올리언스에서 열린 미국당뇨병학회(ADA 2026)에서 팜어스 바이오사이언스와 공동 개발 중인 4중 작용제의 전임상 데이터를 공개했다. 이 후보물질은 GLP-1·GIP·글루카곤(GCG)에 가스트린(Gastrin)을 더한 구조로, 비만 유도 동물모델에서 공복 혈당까지 유의하게 개선한 것으로 나타났다. 시장은 즉각 반응했고 주가는 6월 5일 상한가로 마감했다.
주목할 점은 대원제약이 단순한 체중 감량 수치 경쟁에 매달리지 않았다는 것이다.
이 4중 작용제는 살을 빼는 것을 넘어 췌장 베타세포 보호와 신장 기능 개선을 동시에 노리도록 설계됐다. 현재 글로벌 시장의 중심인 삼중 작용제, 즉 일라이 릴리의 레타트루타이드(최대 28.3% 감량)에 장기 보호라는 한 겹을 더 얹은 구조다. 비만 자체보다 비만이 동반하는 대사질환을 함께 관리하겠다는 접근으로, 기존 치료제가 장기 투여 시 겪는 체중 감소 정체기나 장기 기능 저하를 극복하겠다는 전략이다.
이런 차별화 전략이 설득력을 갖는 이유는 비만약의 역사 자체가 '의외의 발견'에서 출발했기 때문이다.
현재 세계 비만약 시장을 양분하는 두 약물은 모두 당뇨병 치료제로 개발됐다. 노보노디스크의 세마글루타이드는 인슐린 분비를 촉진하고 글루카곤 분비를 억제해 혈당을 낮추는 GLP-1 계열 당뇨병 치료제로, 2017년 '오젬픽'이라는 이름으로 미국 식품의약국(FDA) 승인을 받았다. 그런데 이 약이 식욕을 억제해 체중을 줄이는 효과가 확인되면서 2021년 '위고비'라는 비만치료제로 다시 허가됐다. 같은 성분, 다른 운명이었다.
일라이 릴리도 같은 길을 걸었다. GIP·GLP-1 이중작용제 티르제파타이드는 2022년 제2형 당뇨병 치료제 '마운자로'로 승인됐고, 비만 환자에서 20%가 넘는 체중 감량 효과가 확인되자 2023년 '젭바운드'라는 비만치료제로 추가 승인을 받았다. 앞서 노보노디스크가 2014년 출시한 당뇨병 치료제 빅토자도 용법·용량을 달리해 비만약 '삭센다'로 변신했다.
혈당을 다스리는 기전이 체중까지 잡는다는 사실이 입증되면서, 당뇨와 비만의 경계는 사실상 허물어졌다. 대원제약이 비만약에 혈당 개선과 장기 보호 기능을 함께 담은 것도 이런 흐름의 연장선이다.
시장의 크기는 도전을 정당화한다. 골드만삭스는 글로벌 비만치료제 시장이 2030년 1000억달러, 우리 돈 약 140조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다. 아이큐비아는 최대 2000억달러까지 가능하다고 본다. 위고비는 2025년 매출만 약 356억달러를 올렸고, 마운자로는 2030년 단일 품목 매출 1위에 오를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국내 시장의 성장세는 더 가파르다. 2025년 1분기 국내 비만치료제 시장 규모는 1086억원으로 전년 동기 403억원 대비 170%가량 급증하며 분기 기준 처음으로 1000억원을 넘어섰다. 이 가운데 73%가량을 위고비 한 제품이 차지했다. 폭발적 수요에 비해 선택지가 위고비와 마운자로로 좁아 있다는 점은 후발 주자에게 오히려 기회로 읽힌다.
대원제약은 제형 다각화로 이 틈을 파고든다. 라파스와 손잡고 위고비 성분(세마글루타이드)을 1mm 이하 미세 바늘 패치로 바꾼 'DW-1022'를 개발 중이다. 이 후보물질은 GLP-1 성분으로는 세계 최초로 임상 단계에 진입한 마이크로니들 패치로 평가된다. 주사의 통증과 경구제의 낮은 흡수율 사이를 메우는 전략이다. 여기에 먹는 비만약 핵심 제제 기술을 확보한 'DW-5324'까지 더하면 주사·패치·경구를 아우르는 포트폴리오가 완성된다.
본업의 기반도 탄탄하다. 대원제약은 5월 15일 제출한 1분기 분기보고서에서 연결 기준 매출 1581억원을 기록하며 전년 수준을 유지했다. 영업이익은 건강기능식품 브랜드 '대원헬스' 확대를 위한 마케팅 투자로 44억원에 그쳤지만, 의약품 중심 구조에서 벗어나 사업 포트폴리오를 다각화하는 과정의 비용이라는 점에서 미래 성장을 위한 투자 성격이 짙다.
경쟁 환경은 K-바이오의 저력을 보여준다. 셀트리온은 4개 수용체를 동시에 표적하는 4중 작용제 CT-G32로 비반응률 5% 미만, 체중 감소율 25%를 목표로 영장류 독성시험에 들어갔다. 한미약품은 한국인 맞춤형 에페글레나타이드를 2026년 하반기 출시해 국내 연 매출 1000억원 품목으로 키우겠다는 계획이다. 국내에서만 15곳가량이 비만약 개발에 나서며, 글로벌 시장보다 한 단계 앞선 4중 작용제에서 선두권을 다투고 있다.
대원제약의 4중 작용제는 아직 전임상 단계다. 다만 당뇨약에서 출발해 비만약으로 꽃핀 위고비와 마운자로의 전례가 보여주듯, 혈당과 장기를 함께 다스리는 다중 작용제는 시장이 원하는 다음 세대 약물에 가깝다. 회사 R&D부문 김주일 부사장은 "대사질환 분야에서 차별화된 다중 작용제 파이프라인의 전임상 데이터를 축적해 왔다"고 밝혔다.

BIOBOOK TE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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