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licy & Regulation
전임상서 경쟁약 대비 5분의 1 용량에 종양 소실 AZ는 같은 타겟 이미 후기 임상…적자 1065억 감수한 속도전

리가켐바이오사이언스가 전 세계에서 아직 단 한 건도 상용화된 사례가 없는 'CLDN18.2(클라우딘18.2) 표적 항체-약물접합체(ADC)' 시장에 공식 진입 신호탄을 쐈다.
리가켐바이오는 14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DART)을 통해 자사 ADC 신약 후보물질 'LCB02A'의 임상시험계획(IND)을 미국 식품의약국(FDA)에 제출했으며 이날 수령 확인을 받았다고 밝혔다. 공시에 따르면 이번 IND는 FDA의 최종 승인 단계가 아닌 제출 수령 확인 단계로, 정식 임상시험 승인 시 추가 공시가 이뤄진다.
이번 임상 설계는 CLDN18.2 양성 위암·췌장암을 비롯한 진행성 고형암 환자를 대상으로 한 최초 인체 대상(first-in-human) 1/2상으로 구성됐다. 미국·한국·캐나다 최대 20개 기관에서 191명 규모로 진행될 예정이며, 임상 기간은 IND 승인일로부터 약 60개월로 계획됐다.
관심은 이 공시 한 장에 담기지 않는 경쟁 지형에 쏠린다. 아스트라제네카(AZ)는 동일한 CLDN18.2를 표적하는 ADC 후보물질 '소네시타투그 베도틴'(sone-vedo)의 2차 위암 치료 임상 핵심 결과를 올해 상반기 발표할 예정이다. 리가켐이 IND를 막 제출한 시점에, 빅파마는 이미 후기 임상 데이터를 앞두고 있다.
리가켐은 LCB02A의 차별점으로 전임상 데이터를 내세운다. 정철웅 리가켐바이오 ADC연구소장은 지난달 31일 컨퍼런스콜에서 경쟁 약물 대비 "5배 정도 낮은 용량으로도 충분히 종양 소실을 확인했다"며 낮은 투여 용량으로 치료 효과를 유지하면서도 독성 우려를 줄일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LCB02A는 하버바이오메드(Harbour BioMed)의 항체에 리가켐 고유의 링커와 토포이소머라제 I(TOP1) 억제제 페이로드를 결합한 구조다.
TOP1 억제제는 DNA 복제 과정에 관여하는 효소를 억제해 암세포 증식을 차단하고 세포 사멸을 유도하는 기전이다. 리가켐이 CLDN18.2 표적에 TOP1 억제제 계열 페이로드를 선택한 것은 이번이 처음으로, 여러 페이로드를 비교 시험한 결과 위암종에서 TOP1 억제제가 우위성이 있다고 판단했다고 회사 측은 설명했다.
문제는 전임상 우월성이 임상 성과로 직결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DART 공시 본문에도 명기됐듯, "임상시험 약물이 의약품으로 최종 허가 받을 확률은 통계적으로 약 10% 수준"이다. CLDN18.2 ADC 시장에서는 중국 기업 안텐진코퍼레이션도 자사 후보물질 'ATG-022'로 FDA에서 위암·췌장암 희귀의약품 지정을 받은 데 이어 MSD의 면역항암제 '키트루다'와의 병용 임상을 추진 중이다.
리가켐이 이 경쟁에서 선택한 전략은 '속도'다. 정 연구소장은 같은 컨퍼런스콜에서 "올해 최소 4개 이상의 ADC 파이프라인이 1상 IND에 진입할 예정"이라며 "추가 가능성도 있다"고 밝혔다. LCB02A를 포함해 LCB97(L1CAM-ADC), SOT106(LRRC15-ADC), IKS04(CA242-ADC) 등 4개 이상이 올해 임상 신청 대상이다.
이 속도전에는 상당한 비용이 수반된다. 리가켐바이오의 연결재무제표 기준 지난해 영업손실은 1065억원으로 전년 대비 약 5배 폭증했으며, 2024년 78억원이었던 당기순이익도 916억원 순손실로 돌아섰다.
수익성 악화에도 회사는 전략 전환을 밀어붙이고 있다. 채제욱 리가켐바이오사이언스 수석부사장(CTO)은 올해 1월 JP모건 헬스케어 콘퍼런스에서 "리가켐바이오사이언스는 더 이상 플랫폼 전문 회사가 아니라 ADC 에셋 회사"라고 선언했다. 단순 기술 라이선스 중심에서 자체 임상 에셋을 키워 가치를 높인 뒤 기술이전하는 구조로 무게중심을 옮겼다는 의미다.
박세진 리가켐바이오 사장은 "차별성 있는 임상 과제를 빠른 시간 안에 올린 뒤, 높은 가치를 받고 기술이전을 통해 사업화하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현재 글로벌 기업 1~2곳과 기술수출 논의가 진행 중이라고 회사는 전했다.
LCB02A의 FDA IND 제출은 이 전략의 첫 번째 가시적 이정표다. CLDN18.2 ADC 분야는 여전히 '세계 최초 상용화'라는 자리가 비어 있다. 리가켐이 그 자리를 노리는 데 걸리는 60개월—그 사이 빅파마의 후기 임상 결과가 먼저 쏟아질 것이라는 점은 변수로 남는다.

BIOBOOK TE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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