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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립스 연구소, 나노디스크로 바이러스 표면 단백질 재현 항체-바이러스 상호작용 정밀 분석…백신 개발 가속화 기대

미국 스크립스 연구소 연구진이 바이러스의 '진짜 모습'을 재현해 항체 반응을 정밀하게 분석할 수 있는 플랫폼을 개발, 난공불락으로 여겨졌던 바이러스 백신 개발에 새로운 가능성을 제시했다.
13일(현지시간) 생명과학 전문매체 애저라이프사이언스 등에 따르면 스크립스 연구소 연구팀은 '나노디스크' 기술을 이용해 바이러스 표면 단백질을 자연 상태와 거의 동일하게 구현하는 데 성공했다. 해당 연구 결과는 국제 학술지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스'에 게재됐다.
기존 백신 연구에서는 생산과 분석의 편의를 위해 바이러스 표면 단백질에서 막 결합 부위를 제거한 합성 단백질을 주로 사용했다. 하지만 이는 실제 바이러스와 구조가 달라 항체가 바이러스를 인식하고 무력화하는 기전을 정확히 파악하기 어렵다는 한계가 있었다.
연구팀은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지질 입자로 구성된 작은 원반 형태의 '나노디스크'를 활용했다. 이 나노디스크에 바이러스 표면 단백질을 삽입해 실제 바이러스처럼 막에 박힌 상태를 재현한 것이다. 이를 통해 항체가 단백질을 인식하는 방식을 보다 정확하게 연구할 수 있게 됐다.
윌리엄 쉬프 스크립스 연구소 교수는 "그동안 바이러스 단백질의 일부가 빠진 버전에 의존해야 했다"며 "새 플랫폼은 단백질을 자연환경과 유사한 상태에서 연구할 수 있게 해, 방어 항체가 바이러스를 어떻게 인식하는지 이해하는 데 매우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연구팀은 이 플랫폼을 인간면역결핍바이러스(HIV)와 에볼라 바이러스 단백질에 적용해 유효성을 검증했다. 두 바이러스는 표면 단백질을 효과적으로 공략하기 어려워 백신 개발에 오랜 난항을 겪어왔다. 연구팀은 나노디스크 플랫폼을 통해 이들 바이러스 단백질과 항체가 상호작용하는 모습을 고해상도 구조로 포착하는 데 성공했다.
특히 HIV 연구에서는 거의 모든 변이를 무력화할 수 있는 광범위 중화 항체군이 바이러스 막 근처의 보존된 영역을 어떻게 공격하는지 상세히 밝혀냈다. 이는 향후 백신이 어떤 면역 반응을 유도해야 하는지에 대한 중요한 단서를 제공한다.
논문의 제1 저자인 킴모 란탈라이넨 박사는 "이전에는 접근할 수 없었던 수준의 세부 정보를 얻었다"며 "막 경계면에서 새로운 상호작용을 발견했고, 이것이 항체 기능에 왜 중요한지 알게 됐다"고 말했다.
이 플랫폼은 확장성도 뛰어나다. 기존에 한 달 이상 걸리던 시료 준비 기간을 약 1주일로 단축해 여러 백신 후보물질을 동시에 비교 분석하는 것을 가능하게 한다. 연구팀은 이 기술이 SARS-CoV-2나 인플루엔자 등 유사한 막 단백질을 가진 다른 바이러스 연구에도 확대 적용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BIOBOOK TE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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