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rket
글로벌 비만치료제 5위 진입, OECD 비만율은 최하위권 경구형 GLP-1 두 종 동시 미국 출시…한국 시장 재편 가속

비만율이 가장 낮은 나라 중 하나인 한국이, 비만치료제를 세계에서 다섯 번째로 많이 소비하는 나라가 됐다.
시장조사기관 아이큐비아(IQVIA)가 발표한 '2025년 글로벌 비만 시장 현황'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비만치료제 매출은 3억7700만 달러(한화 약 5000억원)를 기록하며 미국·브라질·캐나다·호주에 이어 세계 5위에 올랐다. 특히 한국은 상위 5개국 가운데 성장 속도가 가장 가팔랐다고 보고서는 짚었다.
통계적으로 한국은 'OECD에서 가장 날씬한 국가'에 속한다. OECD 기준(BMI 30 이상)을 적용한 성인 비만율은 4.3~5.9% 수준으로, 미국(약 40%)의 10분의 1 수준이다. 브라질이나 캐나다와 비교해도 현저히 낮은 수준이다.
그렇다면 왜 한국은 '비만이 적은 나라'이면서 비만치료제 소비 대국이 됐을까.
첫 번째 이유는 '기준 차이'다. 한국에서는 세계보건기구(WHO) 서구 기준(BMI 30 이상)이 아닌 아시아·한국인 기준(BMI 25 이상)으로 비만을 판정한다. 질병관리청 국민건강영양조사(2023년)에 따르면 한국인 성인 비만율은 이 기준으로 37.2%에 달한다. 세 명 중 한 명 이상이 한국 기준 비만인 셈이다.
두 번째는 GLP-1(글루카곤 유사 펩타이드-1) 약제의 '적응증 확장'이다. 글로벌 비만치료제 시장을 이끄는 위고비와 마운자로는 비만 치료 효과 외에도 혈당 조절, 심혈관 및 대사질환 위험 완화 효과가 주목받고 있다. 노보노디스크의 위고비가 국내에 출시된 2024년 10월 이후 단기간에 품절 사태가 발생했고, 2025년 8월 출시된 마운자로는 처방 시작 12일 만에 1만8500여 건 이상 처방됐다. 같은 해 출시된 위고비의 첫 한 달 처방 건수를 2주도 안 돼 넘어선 수치다.
세 번째는 미용 목적의 비임상적 수요다. 분당서울대병원 내분비내과 최성희 교수(대한당뇨병학회 홍보이사)는 "이 약제로 가장 이익을 볼 수 있는 환자군은 체질량지수 30 이상에 당뇨·심혈관질환이 동반된 경우지만 실제 처방 비율이 가장 높은 집단은 체질량지수 25 수준의 청장년 여성층일 것"이라고 지적했다. 대한당뇨병학회와 한국의학바이오기자협회는 지난해 공동 심포지엄을 열고 GLP-1 주사제가 불법 유통돼 단순 미용 목적으로 오남용되는 사례가 늘고 있다고 경고했다.
글로벌 시장 자체의 팽창도 한국 시장 성장의 배경이다. 글로벌 GLP-1 수용체 작용제 시장은 2026년 737억달러(한화 약 106조원) 규모로 성장한 뒤 2035년에는 3153억달러(약 454조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모건스탠리는 2035년까지 체중감량 치료제 시장이 1500억달러에 달할 것으로 내다봤다.
2026년은 한국 시장에서도 변곡점이 될 전망이다. 노보노디스크는 지난 1월 5일(현지시간) 미국에서 세계 최초 경구용 GLP-1 비만치료제 '위고비 알약'을 출시했다. 일라이 릴리 역시 지난 4월 1일 FDA로부터 경구용 GLP-1 치료제 '오포글리프론'(상품명 파운다요·Foundayo)을 승인받았다. FDA 출원 후 50일 만의 초고속 승인으로, 현재 미국 약국에서 판매 중이다.
주사제 중심이던 GLP-1 시장에 경구형 두 종이 동시에 출시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주사에 대한 심리적 거부감이 큰 한국 소비자 특성상 경구형 확산은 국내 처방을 한층 끌어올리는 계기가 될 수 있다.
국내 제약사들의 움직임도 빠르다. 한미약품의 에페글레나타이드는 장기 지속형 GLP-1 비만 치료 신약으로 2026년 하반기 임상 종료, 빠르면 2027년 출시를 목표로 한다. HK이노엔은 중국 사이윈드 바이오사이언스에서 도입한 에크노글루타이드의 국내 임상 3상을 진행 중이다. JW중외제약은 지난 9일 중국 간앤리 파마슈티컬스(Gan & Lee Pharmaceuticals)와 격주 1회 투여 GLP-1 후보물질 '보팡글루타이드'에 대한 국내 독점 라이선스 계약을 체결했다. 계약 규모는 선급금 500만달러를 포함해 최대 8110만달러(약 1170억원)다.
보험 적용 여부도 시장을 가를 변수다. 위고비와 마운자로 등 GLP-1 계열 비만치료제는 현재 비급여로 한 달 30만~50만원을 환자가 전액 부담하며, 국회입법조사처는 고도비만 및 합병증 동반 환자에 한해 건강보험 적용이 가능하다는 의견을 최초로 제기했다. 보건복지부와 건강보험심사평가원도 정책 검토를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정작 약이 필요한 환자가 비용 때문에 처방을 포기하고, 덜 필요한 계층이 미용 목적으로 소비하는 구조는 한국 GLP-1 시장이 안고 있는 구조적 모순이다. 세계 5위 시장의 내실을 채우는 것이 2026년 이후 한국 GLP-1 시장의 진짜 과제다.

BIOBOOK TEAM
biobookmedia@biobook.co.kr
한사바이오파마, 나스닥 상장 추진∙∙∙FDA 승인 앞두고 미국 시장 정면 승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