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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바이오 상업화 1세대, 1분기 실적서 갈렸다 로열티 수취 본격화 기업 vs 허가 심사 중 적자 지속 기업

K-바이오 최초 상업화 세대의 1분기 성적표가 나왔다. 미국 식품의약국(FDA) 허가를 받았거나 눈앞에 둔 기업들이 한꺼번에 분기 실적을 발표한 이번 시즌에서, '기술주'에서 '이익주'로 전환에 성공한 기업과 아직 대기 중인 기업 간 격차가 수치로 드러났다.
2026년 5월 7~8일 공시된 1분기 실적에 따르면 SK바이오팜은 연결 기준 매출 2279억원, 영업이익 898억원을 올리며 분기 사상 최대를 기록했다. GC녹십자는 매출 4355억원, 영업이익 117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각각 13.5%, 46.3% 늘었다. 반면 HLB는 간암 신약 허가 대기 상태에서 2년째 영업손실을 이어가고 있다.
"직접 파는 기업이 돈 번다" — SK바이오팜의 선순환
SK바이오팜 실적을 이끈 것은 뇌전증 치료제 '엑스코프리(성분명 세노바메이트)'다. 1분기 미국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48.4% 증가한 1977억원을 기록했다. 전체 매출의 86.7%를 미국에서 벌어들이는 구조다.
SK바이오팜의 차별점은 기술이전 없이 직접 판매 체계를 구축했다는 데 있다. 세노바메이트는 기술수출 없이 2020년 미국, 2021년 유럽 등에 출시했고 결과적으로 엑스코프리를 통해 확보한 수익과 현금흐름을 다시 연구개발에 투입하는 선순환 구조가 본격화되고 있다고 회사는 설명했다.
여기에 중국 합작사 이그니스 테라퓨틱스가 3월부터 중국 판매를 시작하며 마일스톤도 추가됐다. 회사는 올해 3월 현탁액 제형에 대한 FDA 신약허가신청(NDA)을 완료했으며 전신 강직-간대발작과 소아 환자군으로의 적응증 확대도 연내 신청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밝혔다.
GC녹십자, 알리글로 혼자 영업이익 46% 끌어올려
GC녹십자의 실적 개선 동력은 면역글로불린 제제 '알리글로(ALYGLO)'로 단일 품목이 그룹 전체 수익성을 바꿨다. 알리글로는 1분기에만 349억원의 매출을 올리며 전년 동기 대비 약 4배가량 폭발적으로 성장했다. 회사 측은 미국 내 처방 확대가 본격화됨에 따라 매분기 매출 우상향 흐름이 이어질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알리글로는 2024년 하반기 미국 시장에 처음 출시된 뒤 이번에 처음으로 뚜렷한 분기 실적 기여를 보였다. 지난 4월 미국 관세 정책에서 혈장분획제제가 면세 대상에 포함됨에 따라 미국 사업의 불확실성이 해소된 점도 향후 실적에 긍정적인 신호로 작용하고 있다.
유한양행 렉라자 — 파트너 매출은 급증, 내 손에 들어온 건 아직 미미
국내 첫 FDA 승인 신약 중 가장 주목받는 렉라자(레이저티닙)는 해외에서 처방이 빠르게 늘고 있지만 유한양행의 수익 반영은 더디다. 렉라자 병용요법의 미국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55% 증가한 1억7500만 달러, 전 세계 매출이 82% 증가한 2억5700만 달러를 기록하고 있다는 점은 글로벌 처방 확대 추세가 지속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긍정적 신호로 해석된다.
문제는 로열티 수취 규모다. 유한양행은 존슨앤드존슨(J&J)으로부터 렉라자 글로벌 매출의 10~15%를 로열티로 받는 것으로 알려졌지만 1분기 라이선스 수익은 50억원에 그쳤다. 시장에서 기대했던 약 440억원 규모의 유럽 마일스톤은 2분기로 밀렸다. 레이저티닙의 글로벌 확장 속도가 기대 대비 더딘 가운데 유럽 승인과 연계된 마일스톤 수령 시점이 늦어지면서 단기 모멘텀이 약화됐다. 실제로 1분기 렉라자 처방액은 전분기 대비 감소했으며 신규 환자 유입도 둔화된 것으로 분석됐다.
다만 렉라자는 2024년 12월 EU 승인 획득 이후 영국·스위스, 이탈리아, 독일, 폴란드 등 주요 유럽 국가에서 건강보험 등재가 순차적으로 이루어지고 있어 2분기 마일스톤 유입 가능성은 높아진 것으로 평가된다.
알테오젠 — 로열티 '대기 중', 키트루다 SC 상업화가 진짜 분수령
알테오젠은 히알루로니다제 플랫폼 'ALT-B4'가 적용된 머크(MSD)의 '키트루다 큐렉스'가 지난해 9월 FDA 허가를 받으면서 로열티 수취 궤도에 진입했다. 기존 선급금·경상 기술료에 더해 매출 기반 로열티 수익이 본격적으로 발생하게 되면서 향후 알테오젠 수익 규모도 크게 늘어날 전망이다. MSD는 향후 2년 내 기존 정맥주사 제형의 30~40%를 피하주사 제형으로 전환한다는 목표를 제시한 바 있으며 증권가 추정 로열티 비율은 1.5~5% 수준이다.
키트루다 큐렉스의 전 세계 매출이 약 295억 달러(약 43조원)인 점을 감안하면 전환율에 따라 연간 수천억 원대 로열티가 발생할 수 있다는 계산이 나온다. 다만 전환 속도와 실제 처방 비중이 확인되기까지는 시간이 더 필요하다.
HLB — 상업화 전환 준비 중이지만, 허가 없이 매출 없어
HLB의 상황은 다르다. 간암 신약 리보세라닙이 두 번의 FDA 허가 실패 끝에 올해 1월 세 번째 재신청을 완료했지만 허가 전까지는 매출이 발생하지 않는 구조다. HLB는 리보세라닙과 캄렐리주맙의 간암치료 병용요법 허가를 재신청한 데 이어 담관암 치료제 리라푸그라티닙 FDA 신약허가 신청을 마무리했다. 경영진 교체를 통해 임상과 인허가에서 상업화 체제로 무게중심을 옮기고 있다.
HLB 관계자는 "구체적인 매출 전망이나 수익성 등 상업화 관련 수치를 언급하는 것은 아직 적절한 시점이 아니라고 판단하고 있다"며 "향후 허가 및 상업화 일정이 보다 명확해지는 시점에 맞춰 현실적인 가이던스를 적절한 방식으로 공유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구조가 실적을 가른다 — 직판·로열티·마일스톤 세 갈래
이번 1분기 실적은 K-바이오 상업화 모델이 크게 세 갈래로 나뉜다는 것을 보여준다. 자체 영업조직으로 직접 판매하는 SK바이오팜형, 기술을 이전하고 로열티를 받는 유한양행·알테오젠형, FDA 허가를 앞두고 상업화를 준비 중인 HLB형이 각각 다른 실적 궤도를 보이고 있다.
2025년 주요 코스닥 바이오기업들의 핵심 지표는 연구개발 성과뿐 아니라 기술이전, 로열티, 허가 단계 등 사업모델에 따라 각기 다른 결과를 나타냈다.
직판 모델은 로열티 수취보다 수익 규모가 크지만 판관비 부담이 크다. 로열티 모델은 초기엔 마일스톤 수취 시점에 따른 실적 변동성이 불가피하다. 아직 허가 전 단계인 기업들은 상업화 준비를 위한 비용이 누적되는 구간에 놓여 있다.
업계에서는 이런 구조 분화가 K-바이오 섹터의 성숙을 보여주는 신호로 읽힌다. 과거엔 임상 성공·기술이전 계약 체결 그 자체가 시장을 움직였다면, 이제는 '진짜 돈이 들어오는지'를 확인하는 단계로 넘어왔다는 평가다.

BIOBOOK TE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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