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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 '단일 파이프라인' vs 현재 '플랫폼 분산' 임상 실패 직격탄에도 시총 7조 지킨 이유

국내 바이오 업계가 이중항체 신약 임상 결과 발표 한 줄에 하루 만에 시가총액 1조원 이상이 증발하는 충격을 다시 마주했다.
7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에이비엘바이오는 지난달 28일 담도암 치료제 토베시미그(ABL001) 임상 2·3상 결과 발표 직후 22.52% 폭락한 13만3800원에 거래를 시작했다. 하루 전 미국 자회사 컴퍼스 테라퓨틱스가 콘퍼런스콜에서 2차 평가지표인 무진행생존기간(PFS)과 전체생존기간(OS) 데이터를 공개한 직후였다. 미국 파트너사 컴퍼스 테라퓨틱스 주가는 같은 날 나스닥에서 64.3% 폭락한 1.79달러에 마감했다.
수치만 놓고 보면 OS는 통계적 유의성을 확보하지 못했다. 1차 평가지표인 객관적반응률(ORR)에서 토베시미그·파클리탁셀 병용군은 17.1%로 파클리탁셀 단독군 5.3%를 3배 이상 앞섰지만 가장 중요한 생존 기간 지표에서 대조군 대비 열세를 기록했다. 미국 식품의약국(FDA) 가속승인 신청의 핵심 근거가 흔들린 것이다.
이번 사건은 K-바이오의 임상 실패 학습 곡선이 어디까지 와 있는지를 가늠하는 시험대가 됐다. 과거 대형 사고들과 결정적으로 갈리는 지점이 드러나고 있다.
가장 가까운 비교 사례는 신라젠이다. 2019년 8월 1일 미국 데이터모니터링위원회(DMC)가 항암 바이러스 펙사벡의 간암 임상 3상 중단을 권고했을 때 신라젠 주가는 다음날 29.97%에 이어 사흘 연속 하한가를 기록했다. 4만4550원이던 주가는 1만5300원으로 3분의 1 토막 났다. 시가총액 9조원을 넘기며 코스닥 2위까지 올랐던 회사가 무너지는 데 사흘이 걸렸다. 펙사벡이 사실상 단일 파이프라인이었기 때문이다.
코오롱티슈진의 인보사 사태는 더 크다. 2017년 국내 첫 유전자 치료제로 허가받은 골관절염 치료제 인보사케이는 2019년 3월 주성분 2액이 연골세포가 아닌 종양 유발 가능성이 있는 태아 신장유래세포(GP2-293)라는 사실이 드러나면서 같은 해 5월 허가가 취소됐다. 임상 실패가 아닌 성분 조작 의혹이라는 점에서 결이 다르지만 단일 제품 의존도가 회사 전체를 흔든 구조는 동일했다.
헬릭스미스의 엔젠시스도 비슷한 길을 걸었다. 2019년 당뇨병성 신경병증 치료제 엔젠시스(VM202)의 임상 3상 결과가 약물 혼용 문제로 결론을 내지 못하자 주가가 급락했고 2024년 임상 실패가 확정됐다.
에이비엘바이오의 이번 토베시미그 실패가 신라젠·헬릭스미스와 본질적으로 다른 지점은 파이프라인 구조다. 회사는 ABL301(파킨슨병), ABL103·ABL503(면역항암제), ABL111(위암) 등 다수 후보물질을 보유하고 있다. 이 중 ABL301은 2022년 1월 사노피에 총 10억6000만달러(약 1조2700억원) 규모로 기술수출됐다. 2025년 4월에는 GSK와 추가 기술이전 계약을 체결했다.
DS투자증권은 이번 임상 실패가 회사 전체 가치에 미치는 영향이 제한적이라고 평가했다. 김민정 연구원은 "회사의 기업가치 핵심은 ABL301에서부터 이어지는 BBB 셔틀, 그랩바디-B, 그랩바디-T 등 플랫폼 기술 등 두 가지로 귀결되며 해당 파이프라인 결과를 지켜볼 것을 제안한다"라고 분석했다. 담도암은 환자 수가 적고 무진행 생존기간 기준 투약 기간도 4.7개월로 짧아 상업성이 크지 않다는 판단이다.
실제로 에이비엘바이오 주가는 28일 폭락 이후 일정 수준에서 멈췄다. 신라젠처럼 사흘 연속 하한가가 이어지지는 않았다. 52주 고가 25만7500원 대비로는 33% 조정된 수준이지만 52주 저점 5만7700원과 비교하면 199% 높은 위치다. 5명의 애널리스트가 모두 매수 의견을 유지하고 있고 평균 목표가는 20만9200원이다.
펀더멘털 차이도 뚜렷하다. 신라젠 사태 당시에는 신현필 전 전무가 임상 중단 권고 직전인 2019년 7월 보유 주식 16만7777주를 매도해 미공개정보 이용 의혹이 불거졌고 거래정지가 29개월간 이어졌다. 코오롱생명과학과 코오롱티슈진은 행정소송 패소와 주주 손해배상 청구 소송이 지금도 이어지고 있다. 에이비엘바이오 임상 결과는 사전 공시 절차에 따라 콘퍼런스콜로 공개됐고 내부자 거래 의혹은 제기되지 않았다.
다만 K-바이오 전반의 신뢰 위기는 누적되고 있다. 한올바이오파마는 지난달 갑상선 안병증 치료제 후보물질 바토클리맙 임상 3상에서 통계적 유의성을 확보하지 못하면서 DS투자증권이 투자 의견을 매수에서 매도로 하향 조정했다. 삼천당제약은 지난달 유럽 11개국 공급 계약을 보도자료로는 5조3000억원 규모라고 발표했지만 실제 공시 계약금은 508억원에 그치면서 보도자료·공시 간극 논란을 일으켰다.
업계는 임상 실패 자체보다 사후 대응이 종목 운명을 가른다는 점에 주목한다. 항암제 임상 성공 확률은 2018년 기준 8%에 불과해 실패는 산업의 상수에 가깝다. 고대경 KDB미래전략연구소 산업기술리서치센터 전임연구원은 과거 인터뷰에서 "실험 결과 조작, 임상 실패 결과 발표 전 주식 매각 등은 기업 신뢰도에 타격을 주는 문제이지만, 임상 실패는 정상적인 기업 운영에서 발생할 수 있는 자연스러운 현상"이라고 지적했다.

BIOBOOK TE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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