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cience
초파리 모델 행동 분석해 2개 분자 경로·5개 하위 유형 발견 환자별 맞춤형 치료제 개발 가능성 열어

벨기에 연구진이 인공지능(AI)을 활용해 파킨슨병이 단일 질환이 아닌, 여러 분자적 아형(subtype)으로 나뉠 수 있다는 사실을 규명해 맞춤형 치료제 개발의 새 길을 열었다.
6일(현지시간) 중국 바이오 전문매체 바이오온에 따르면 벨기에 루벤 대학교 연구팀은 이 같은 내용의 연구 결과를 국제학술지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즈(Nature Communications)'에 발표했다. 파킨슨병은 전 세계 600만명 이상이 앓고 있는 퇴행성 뇌질환이지만, 동일한 약물에도 환자마다 효과가 달라 치료에 어려움이 있었다.
연구팀은 파킨슨병 관련 유전자 돌연변이 24종을 각각 가진 초파리 모델을 만들었다. 이후 카메라로 초파리의 행동을 지속적으로 기록하고, 머신러닝 알고리즘을 통해 데이터를 편견 없이 분석했다.
그 결과, 24개의 유전자 돌연변이는 크게 두 가지 분자 경로 그룹으로 나뉘었다. 한 그룹은 미토콘드리아 기능에, 다른 그룹은 레트로머 복합체(Retromer complex) 및 단백질 항상성·자가포식(autophagy) 과정에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팀은 이 두 그룹을 다시 5개의 더 작은 하위 유형으로 세분화했다.
나탈리 캠프 박사는 "마치 어두운 방에 들어가 어떤 선입견도 없이 데이터 스스로 어떤 돌연변이가 함께 속하는지 말하게 한 것과 같다"며 이번 연구가 기존의 가설-검증 방식에서 벗어나 객관성을 높였다고 설명했다.
연구팀은 각 그룹의 초파리 모델에 서로 다른 화합물을 투여해 분류의 실효성을 검증했다. 미토콘드리아 기능 경로에 맞춰 설계된 화합물은 해당 그룹의 초파리 모델에서만 효과를 보였고, 다른 그룹에는 거의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 이는 환자별 약물 반응 차이가 분자적 기전의 차이에서 비롯될 수 있음을 시사한다.
연구를 이끈 베르스트레켄 교수는 "임상 증상으로는 모두 운동 장애를 보여 파킨슨병이라는 하나의 진단명으로 묶이지만, 분자 수준에서는 서로 다른 하위 유형에 속한다"며 "하나의 약으로 모든 유형의 분자적 이상을 교정하는 것은 본질적으로 불가능하다"고 지적했다.
연구팀은 이번 연구 결과를 바탕으로 각 아형에 해당하는 바이오마커를 찾는 후속 연구를 진행 중이다. 이를 통해 진단 단계에서 환자의 아형을 판별하고, 가장 효과적인 약물을 처방하는 정밀의료를 구현한다는 목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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