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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라미터 300억개 중 50억개만 활성화…온프레미스 구동 겨냥 암 다학제 치료 방침 86.2% 타당성 평가

루닛이 병원 내부 서버에서 자체 구동할 수 있도록 연산량을 대폭 줄인 의료 특화 인공지능(AI) 모델을 공개했다.
루닛은 6일 과학기술정보통신부 국가 전략사업인 의과학 특화 파운데이션 모델 개발 프로젝트를 완료하고 의료 특화 AI 모델 '러닝유닛 2.0(LearningUnit 2.0)'을 개발해 AI 플랫폼 허깅 페이스에 오픈소스로 공개했다고 밝혔다.
지난해 10월 정부 과제 주관기관으로 선정된 뒤 약 10개월 동안 23개 산·학·연·병 기관으로 꾸려진 컨소시엄을 이끌며 모델을 고도화하고 현장 검증을 거친 결과다.
이번 모델은 하드웨어 부담을 낮추기 위한 매개변수(파라미터) 운용 방식이 특징이다. 전체 파라미터는 300억 개지만 실제 연산과 추론 과정에서는 약 50억 개만 선택적으로 활성화된다.
수천억 개 단위의 파라미터를 갖춘 초거대 범용 언어모델은 대규모 그래픽처리장치(GPU) 자원과 클라우드 서버가 필수적이다. 그러나 민감한 진료 기록을 다루는 종합병원은 데이터 외부 반출 규제로 외부 클라우드 접속을 꺼린다.
루닛은 연산 효율을 높여 50억 개 수준의 부하로 추론을 처리함으로써 대형 데이터센터 없이도 병원 내부 온프레미스(사내 구축형) 인프라에서 모델을 직접 돌릴 수 있도록 진입 장벽을 낮췄다.
결과물을 오픈소스로 공개한 점도 병원과 의료 연구진의 채택 허들을 낮추는 요소다. 의료기관은 표준화되지 않은 전자의무기록(EMR) 체계와 폐쇄적 네트워크를 유지해 단일 상용 소프트웨어를 일괄 적용하기 어렵다.
루닛은 모델 구조를 개방해 의료기관이나 연구진이 각 병원의 내부 전산 규격에 맞춰 자체 미세조정(파인튜닝)하거나 임상 연구에 즉시 활용하도록 유도했다.
단순 질의응답 챗봇을 넘어 실무 단계를 연속 수행하는 에이전트 구조를 취한 점도 원내 활용도를 높이기 위한 포석이다. 루닛은 지난 6개월 동안 국민건강보험 일산병원, 건양대학교병원, 고려대학교 의료원 등 전국 9개 의료기관과 협력해 실제 임상·행정 데이터로 현장 실증을 진행했다.
가장 복잡도가 높은 암 환자 대상 다학제 진료 평가에서는 모델이 제시한 치료 방침의 86.2%가 임상적으로 타당하다는 평가를 받았다. 응급실 중증도 분류체계(KTAS)와 약물이상반응(ADR) 인과성 판정에서는 전문의 판정과 한 단계 이내로 일치한 비율이 각각 98%에 달했다.
보험 심사·청구 영역에서도 고난도 질의 44건을 실무진이 검증한 결과 답변의 85.6%가 실무에 바로 쓸 수 있는 수준으로 평가됐다. 회사 측은 제안 당시 수립한 4종의 벤치마크 목표치를 모두 달성했고 17개 평가 지표 전반에서 글로벌 빅테크의 프런티어 모델과 견줄 만한 정확도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일부 평가에서는 1200억 개 파라미터를 지닌 GPT-OSS를 웃돌았다는 설명이다.
다만 경량화와 오픈소스 전략이 실제 병원 도입 확대로 이어지기까지는 과제가 남아 있다. 오픈소스로 모델을 공개하더라도 원내 자체 서버에 안착시키고 EMR 시스템과 연동하는 작업에는 여전히 적잖은 전산 자원과 전문 인력이 필요하다.
중소형 병원은 50억 파라미터급 연산조차 유지보수에 부담이 될 수 있어 대형 상급종합병원 중심의 도입에 그칠 가능성도 제기된다. 의료 행위와 직결되는 환자 분류나 치료 방침 제시는 법적 책임 소재와 직결되는 만큼 80%대 중후반의 타당성 비율을 실제 진료 현장에서 안심하고 참고할 수 있을 만큼 안정화할 수 있는지도 관건이다.
기술적 경량화로 병원 전산망 진입 문턱을 낮춘 루닛이 임상 현장의 보수적인 신뢰 기준을 충족하고 본격적인 상용 레퍼런스를 확보할 수 있을지 업계의 시선이 쏠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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