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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77억원 사모 전환사채 발행 결정…기존 채무 상환에 388억원 투입 주주배정 유증에도 잔여 원금 320억원…차환의 덫 우려

의료 인공지능(AI) 기업 루닛이 477억원 규모의 사모 전환사채(CB)를 발행해 기존 빚을 갚기로 했다.
루닛은 4일 공시를 통해 477억원 규모의 제3회차 무기명식 무보증 사모 전환사채 발행을 결정했다고 밝혔다. 이번 발행은 2024년 5월 글로벌 유방암 검진 플랫폼 기업 볼파라 헬스 테크놀로지(현 루닛 인터내셔널) 인수 이후 이어진 조달의 연장선에 있다.
루닛의 재무 불안은 볼파라 인수 당시 체력을 넘어서는 1715억원 규모의 전환사채를 발행하면서 시작됐다. 인수 이후 코스닥 시장이 조정을 겪으며 주가가 전환가액을 크게 밑돌자, 투자자들은 약정된 수익을 챙기기 위해 조기상환청구권(풋옵션)을 행사했다.
풋옵션 공세에 직면한 루닛은 올해 1월 2115억원 규모의 주주배정 유상증자를 단행했다. 당시 증자 대금 중 985억원을 전환사채 상환과 장외 매입에 투입하겠다고 공시했지만, 실제 투입된 자금은 고율의 이자와 장외 매입 프리미엄이 더해지며 계획보다 660억원 많은 1645억원에 달했다.
이번 신규 전환사채는 명목상 연구개발 운영자금 88억7000만원이 포함됐지만, 핵심은 388억3000만원 규모의 기존 채무 상환이다. 기존 발행액 1715억원 중 조기상환 920억원과 장외 매입 475억원 등 약 81%인 1395억원을 정리했으나, 남은 원금 약 320억원과 금융비용을 감당하기 위해 새 사채로 기존 사채를 막는 구조다.
루닛은 신규 전환사채의 표면이자율을 0%, 만기보장수익률을 4%로 책정해 기존 사채(표면 1%, 만기수익률 8%)보다 금융비용을 절반 이하로 줄였다고 설명했다. 볼파라 인수를 발판으로 암 진단 부문 매출이 2023년 183억원에서 지난해 728억원으로 4배 늘고 상각전영업이익 손실도 줄어든 덕분이라는 논리다.
다만 회사는 유상증자 당시 투자설명서에서 2026년 상반기까지 영업수지 적자가 지속될 것으로 이미 밝힌 바 있다. 신규 전환사채의 전환가액은 주당 1만5303원으로 확정됐고, 주가 하락 시 최저 1만713원까지 낮아질 수 있는 리픽싱 조건이 붙었다. 전량 주식으로 전환되면 현재 총 발행주식수의 약 4%에 해당하는 311만7035주가 새로 시장에 풀린다.
기존 주주와 벤처캐피털은 연이은 대규모 유상증자로 지분 가치가 희석된 데 이어 메자닌 오버행(잠재적 매도 물량) 부담까지 떠안게 됐다. 본업을 통한 실질적 흑자로 차입금을 자력 상환하지 못하면 또 다른 메자닌 발행을 반복해야 하는 차환의 덫에서 벗어나기 어렵다는 시장의 경고가 짙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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