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licy & Regulation
비공개 문서 839건·개인번호 2208건 노출…API 설계 결함 국감 지적 뒤에야 625개 보안 조치…뒤늦은 수습 비판

식품의약품안전처가 국회에는 기업 영업비밀 보호를 내세워 자료 공개를 막으면서 정작 자체 공공 포털에서는 신약 개발 기업의 임상시험 원자료 수천 건을 인증 없이 외부에 노출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 사안은 10월 13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의 식약처 국정감사에서 국민의힘 이소희 의원의 질의로 수면 위에 올랐다. 이 의원은 11월 1일 국정감사 주간 우수의원으로 선정됐다.
당시 의약품 통합 정보 시스템인 의약품안전나라 화면에서는 임상시험 결과가 점검 중이라며 문서가 한 건도 공개되지 않았다. 그러나 일반 상용 생성형 인공지능(AI)을 활용한 접근에서는 로그인이나 비밀번호 입력 같은 기초 인증 없이도 임상시험 결과 문서 2672건이 내려받아졌다.
유출 문서 가운데 시스템상 비공개로 분류된 기업 핵심 정보는 839건에 달했다. 제약사와 연구기관 실무 담당자의 개인 휴대전화 번호가 노출된 문서는 2208건으로 집계됐다.
문서에는 약물 유효성 데이터뿐 아니라 중대한 약물 이상반응과 안전성 평가 등 신약 파이프라인의 명운을 좌우할 민감한 원천 수치가 포함됐다. 고도의 해킹 기술이 아닌 대민 포털의 응용프로그램 인터페이스(API) 설계 결함으로 누구나 열람할 수 있는 상태로 방치됐다.
식약처는 국정감사 지적 이후 외부 접근을 차단하고 5개 대민 사이트의 4998개 연계 기능을 점검해 625개에 보안 조치를 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뒤늦은 수습에 불과하다는 비판이 나온다.
식약처는 국회의 자료 제출 요구에는 약사법상 영업비밀 보호와 사익 침해를 이유로 지난 10년간 공익 목적의 자료 공개를 사실상 한 건도 인정하지 않았다. 반면 수백억 원의 연구개발비가 투입된 민간 기업의 핵심 임상 데이터가 공공망의 허술한 뒷문으로 새나가는 사태는 사전에 인지하지 못했다.
사후 대처도 도마에 올랐다. 식약처 수장은 10월 13일 국감장에서 자료 유출을 전날에야 알았다고 인정하며 국회에 확보 자료의 폐기를 요청했다. 이어 의원실을 찾아가 자료 삭제를 요구하거나 보도를 준비하던 언론사에 접촉해 보도 통제를 시도했다는 의혹까지 제기됐다.
데이터가 노출된 제약·바이오 기업에 피해 사실을 즉각 통보하고 유출 범위를 전수조사해 보상·보호 방안을 마련하는 조치는 뒤로 밀렸다는 지적이 나온다.
임상시험 데이터는 바이오 벤처 기업의 기업가치 산정과 기술수출 협상에서 핵심 영업 자산이다. 해외 경쟁사나 기관에 미공개 이상반응이나 비임상·초기 임상 수치가 무단 노출되면 특허 방어와 기술이전 계약 전반에 차질이 빚어질 수 있다.
식약처가 임시방편식 접속 차단을 넘어 등록 단계부터의 데이터 분리와 비식별화 시스템을 구축하고 피해 기업에 대한 투명한 실태 공개에 나서야 한다는 요구가 거세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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