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licy & Regulation
선행 임상연구 면제…대신 논문·제조 품질 검증 강화 식약처 허가 세포처리시설 이용 조건은 유지

보건복지부가 배양 자가면역세포 치료의 위험도를 중위험에서 저위험으로 낮춰 진입 문턱을 대폭 완화했다.
보건복지부는 30일 배양 자가면역세포를 활용한 첨단재생의료 임상연구와 치료의 위험도를 기존 중위험에서 저위험으로 하향 조정하는 내용의 고시를 제정했다고 밝혔다. 첨단재생의료 및 첨단바이오의약품 안전 및 지원에 관한 법률 시행령 제4조에 근거해 안전성 데이터가 축적된 치료법의 위험도를 고시로 낮춘 첫 사례다.
이번 조치로 환자 자신의 면역세포를 체외에서 배양해 투여하려는 의료기관과 연구자는 2~3년에 달하는 자체 선행 임상연구 없이도 축적된 근거 문헌을 바탕으로 심의위원회에 치료계획을 곧바로 신청할 수 있게 됐다.
그간 국내에서는 체외 배양을 거치는 자가세포가 체내 투여 시 예기치 못한 안전성 위험을 고려해 일괄적으로 중위험군으로 관리됐다. 중위험 이상으로 분류되면 비급여 시술 제공 전에 2~3년간 자체 임상연구로 유효성과 안전성을 직접 확인해야 했다.
이 과정에서 막대한 연구비와 시간이 투입되면서 중증 난치성 암 환자 등이 일본 등 해외 원정 치료로 이탈하는 부작용이 반복됐다. 일본은 안전성이 검증된 자가면역세포 치료를 비교적 낮은 규제 틀에서 다루며 폭넓은 임상 적용을 허용해 왔다.
다만 위험도 하향이 무조건적인 규제 철폐를 뜻하지는 않는다. 보건당국은 선행 임상연구를 면제하는 대신 대체 제출물인 근거 문헌의 수준과 제조 품질 검증 잣대를 한층 까다롭게 설계했다.
치료계획을 신청하려는 연구자는 국제적으로 공인된 SCIE급 이상 동료심사 학술지에 수록된 논문을 필수로 제시해야 한다. 데이터베이스 검색어와 검색 일자, 선정·제외 사유를 담은 체계적 문헌검색 이력도 제출해야 한다.
문헌에 수록된 환자 수는 통계적·임상적 유효성을 인정받을 만큼 충분해야 한다. 단순 치험례나 소규모 증례 보고 수준의 자료로는 저위험 치료계획 심의를 통과할 수 없다.
문헌과 실제 임상 현장 간의 일치 요건도 엄격하다. 신청 치료계획은 제출된 근거 문헌과 적응증, 치료 목적, 투여 경로가 일치해야 하며 투여 세포의 양과 횟수도 문헌에서 확보된 유사 범위 내에서만 허용된다.
세포 제조와 품질 기준에서는 생물학적 동일성을 넘어서는 규격 일치성을 요구한다. 투여용 면역세포는 문헌 속 인체세포와 기원·특성·작용기전이 동일해야 하며, 품질관리 시험항목은 허가받은 세포처리시설이 제시한 객관적 규격을 기준으로 평가받는다.
세포 채취와 검사, 배양, 처리 공정은 기존처럼 식품의약품안전처 허가를 받은 전문 세포처리시설에서만 수행해야 한다. 자가세포라도 배양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오염이나 유전적 변형, 이상 증식 위험을 통제하기 위한 조치다.
이는 병원 자체 검사실이나 일반 연구실 수준의 무분별한 세포 조작을 막고, 검증된 시설과 위탁개발생산 인프라를 갖춘 기관 중심으로 임상 치료를 유도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이에 따라 재생의료 시장의 무게중심은 기초 임상 설계 능력에서 신뢰도 높은 학술 데이터 발굴과 세포처리시설의 표준화된 공정 관리 역량으로 이동할 전망이다. 해외나 대형 연구기관에서 임상 데이터가 다수 축적된 자연살해 세포, 사이토카인 유도 살해세포, 수지상세포 기반 치료법 등이 우선 수혜 대상이 될 것으로 관측된다.
다만 제도 안착 과정에서 풀어야 할 과제도 남아 있다. 저위험 전환으로 치료계획 신청이 단기간에 급증하면 첨단재생의료 및 첨단바이오의약품 심의위원회의 심사 병목 현상이 심화될 가능성이 제기된다.
문헌과 세포 간 동일성을 어디까지 인정할지에 대한 정밀한 가이드라인과 심사 일관성 확보도 필요하다. 임상연구가 면제된 비급여 치료가 현장에 도입될 때 환자의 경제적 부담과 실제 치료 효용성을 추적 감시하는 사후 안전관리 체계가 제대로 작동할지가 이번 규제 완화의 성패를 가를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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