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licy & Regulation
복지부, 퇴장방지의약품 신규 지정…11월 1일부터 804원→5682원 수입 의존 시 연 235억원 vs 국내 생산 유지 35억원

보건복지부가 소아 경련·뇌전증 치료제 삼진로라제팜주의 약가를 7배 넘게 올려 국내 생산 기반을 지키는 동시에 연간 200억원 규모의 건강보험 재정 누수를 막았다.
보건복지부는 30일 삼진제약의 삼진로라제팜주를 퇴장방지의약품으로 신규 지정하고, 상한금액을 기존 804원에서 5682원으로 606.7% 인상한다고 밝혔다. 적용 시점은 11월 1일이다.
정부 추산에 따르면 이번 약가 현실화와 퇴장방지의약품 지정으로 추가 투입되는 건강보험 재정은 연간 약 35억원이다. 반면 국내 유일 생산 기반이 무너져 동일 성분 약제를 전량 해외 수입에 의존할 경우 지출해야 할 재정은 연간 235억원에 달한다.
결국 연간 35억원의 원가를 보전해 국내 생산을 유지함으로써 매년 200억원의 재정 유출을 선제적으로 막은 셈이다.
로라제팜 성분 주사제는 수술 전 진정과 소아 경련, 뇌전증 중첩증 등 중증 응급 현장에서 다른 진정제로 대체하기 어려운 국가필수의약품이다. 그러나 앰플당 804원의 극단적 저가 탓에 채산성이 바닥이었다.
오리지널 제품인 아티반주를 수십 년간 독점 공급해 온 일동제약은 노후 설비와 무균주사제 품질 관리 기준 강화에 따른 개보수 비용을 감당하지 못하고 지난해 7월 생산을 중단했다. 이는 곧 전국 응급실과 소아신경과 현장의 수급 대란으로 번졌다.
정부가 맞닥뜨린 대안은 고가 수입 완제품을 들여오거나 국내 다른 제약사가 제조 기반을 이어받도록 하는 것이었다. 해외 의약품을 긴급 수입하면 운송비와 환율 변동, 글로벌 제약사의 높은 판가가 더해져 약가가 치솟고 공급망 충격 시 공급 자체를 통제할 수 없다.
이에 보건복지부와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삼진제약을 대체 생산 기업으로 투입했다. 삼진제약은 2022년 약 700억원을 들여 확충한 충북 오송공장의 최신 주사제 설비를 보유했고, 디아제팜 등 수익성이 낮은 국가필수 응급 주사제를 단독 생산한 경험이 있었다.
정부는 제조원 변경과 품목 권리 이전 절차를 밀착 지원해 지난 5월 신규 허가를 승인했고, 7월 1일 건강보험 등재를 거쳐 11월 1일 자로 7.07배의 약가 인상을 단행했다.
이번 인상은 정부가 8월 1일부터 개편한 강화된 퇴장방지의약품 지원체계의 첫 상징적 성과로 꼽힌다. 정부는 원가 산정 시 당해 연도 인상 요인과 시설투자비를 직접 반영하도록 제도를 고치고, 적정 이윤 대비 최대 10%의 약가 가산을 신설했다.
퇴장방지의약품 생산 기여도가 높은 기업에 대한 약가 우대율도 45%에서 50%로 상향했다. 삼진제약이 단종 위기 주사제를 넘겨받아 제조 라인을 다시 가동할 수 있었던 것도 이 같은 원가 가산과 시설투자 보전 장치가 뒷받침됐기 때문이다.
보건복지부가 이날 함께 약가를 현실화한 악성림프종·다발성 골수종 기초항암제 홀록산주와 엔독산주 역시 전량 해외 수입에 의존하다가 글로벌 원료비와 해상 운송비 폭등으로 공급 불안에 직면한 품목이다.
다만 약가 7배 인상이 단일 품목의 응급 수급난 해결에 그쳐서는 안 된다는 지적도 나온다. 여전히 다수 기초 수액과 필수의약품, 국가비축용 주사제가 앰플당 수백 원에 묶인 채 제약사의 손실 감내에 기대어 생산되고 있다.
이번 로라제팜주 사례를 계기로 국내 생산 기반 유지가 곧 재정 절감이라는 기준을 정량화하고, 수급 위기 징후가 나타나기 전에 원가를 선제 보전하는 상시 체계로 이어질 수 있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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