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licy & Regulation
기술이전·플랫폼 요건 완화…사업화 전략 입증하면 통과 전문평가기관 편차·모호한 잣대는 여전한 난제

한국거래소가 바이오 기업의 코스닥 기술특례상장 평가에서 기술이전(L/O) 실적과 플랫폼 기술 보유 요건의 문턱을 낮추기로 했다.
한국거래소는 10월 19일 주관사와 전문평가기관, 벤처캐피털(VC), 상장준비기업을 대상으로 설명회를 열고 바이오 분야 기술성 평가 개선 방향을 공개했다. 기술이전 실적이 없거나 플랫폼 기술을 갖추지 못한 단일 파이프라인 기업도 독자적인 사업화 전략과 파이프라인의 내재 가치를 입증하면 전문평가를 통과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게 골자다.
그동안 신약 개발 기업의 기술특례상장에서 기술이전 계약이나 플랫폼 기술 확보는 사실상 필수 통과 의례로 여겨져 왔다. 기술성 평가에서 최소 A, BBB 등급 이상을 받아야 상장예비심사 청구 자격이 주어지는데, 심사위원들이 글로벌 제약사 등 외부 기관과의 계약 실적을 가장 확실한 안전장치로 취급해 왔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기업들은 임상 가치가 더 높은 후속 단계까지 파이프라인을 끌고 가기보다 상장 요건을 맞추려 헐값에 조기 기술이전을 단행하거나, 사업 모델에 맞지 않는 플랫폼 명칭을 억지로 붙이는 부작용을 겪었다.
거래소가 제시한 대안은 단순한 임상 진행 단계 대신 해당 단계에서 실제로 확보한 임상 가치와 후속 단계 진척 역량, 자체 개발을 통한 상업화 전략을 종합적으로 살피겠다는 것이다. 개발 초기부터 무리하게 최종 약가나 잠재적 시장점유율, 먼 미래의 매출 추정치를 끌어와 과도하게 반영하던 구조를 걷어내고 개발 진척도에 맞는 시장성을 검증하겠다는 취지다.
외부에서 물질을 도입한 뒤 초기 임상만 수행하고 재실시권을 넘기려는 단순 중개형 바이오텍에 대해서는 권리 범위와 실제 수익 배분 구조, 자체 후속 개발 능력 등을 정밀하게 따져 실질적인 부가가치 창출 역량을 가려내겠다는 의도도 담겼다.
다만 기술이전이라는 가장 객관적인 시장 검증 지표를 평가 중심에서 제외했을 때 이를 대체할 사업화 평가의 실효성을 어떻게 확보하느냐가 관건이다. 신약 개발은 임상 1상부터 상용화까지 막대한 자금과 10년 안팎의 기간이 들고 실패 확률이 극히 높은 고위험 산업이다. 자체 개발 기업이 제출한 사업계획서나 매출 전망치가 실현 가능한 구조인지 가려낼 세부 가이드라인이 없으면 주관사와 벤처캐피털은 여전히 기술이전 없는 기업의 상장 도전을 주저할 수밖에 없다.
전문평가기관 간의 평가 편차도 즉각 해소되기 어려운 난제다. 바이오텍 현장에서는 동일한 임상·전임상 자료를 제출해도 배정받는 평가기관의 심사위원 성향에 따라 등급이 엇갈려 상장 일정이 무기한 지연되는 사례가 끊이지 않았다. 평가 양식과 중점 심사 기준이 기관마다 달라 한 기관에서 낙제점을 받은 뒤 다른 기관에서 무난히 통과하는 기형적 사례가 나오는 이유다.
거래소는 이런 부작용을 줄이기 위해 기술사업계획서 표준 서식과 공통 데이터룸 제출 자료 목록을 규정하고, 평가 자문 인력을 기존 4명에서 산업계 또는 사업화 전문가 1명을 포함한 6명으로 늘리기로 했다. 평가 수수료도 국내 기업 기준 기존 2000만 원에서 3000만 원으로 현실화하고, 평가위원의 명백한 하자나 절차상 오류가 입증되면 재평가를 허용하는 분쟁 조정 절차도 신설한다.
거래소는 연내 개편안을 확정하고 관련 지침 정비를 거쳐 2027년 2분기 이후 신청 건부터 새 평가체계를 본격 적용할 계획이다. 다만 평가 인원 확충과 서식 통일만으로 신약의 과학적 가치와 미래 상업성을 객관적으로 재단하기에는 구조적 한계가 뚜렷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기술이전 없는 파이프라인의 사업성을 어떤 데이터와 방법론으로 공정하게 측정할지 세밀한 평가 잣대가 확정안에 명시되지 않으면 기술특례상장 시장의 혼선만 가중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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