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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책연구소 물질, 국내 벤처 거쳐 글로벌 상업화 완주 매출총이익 45% 경상기술료…'죽음의 계곡' 돌파 모델

국내 공공 연구기관이 발굴한 에이즈 치료제 후보물질이 국내 바이오벤처를 거쳐 중국에서 연간 5억 정 규모의 생산공장 증설로 이어졌다.
한국화학연구원은 1일 설립 50주년을 맞아 아시아 최초로 상용화에 성공한 비핵산계열 역전사효소 저해제(NNRTI) 에이즈 치료제 'KM-023'의 개발 성과를 주요 결실로 제시했다.
화학연 손종찬·이일영 박사팀은 1995년 정부 선도기술개발사업(G7) 과제로 연구를 시작해 2006년 미국 길리어드사이언스와 공동 연구를 거쳤고, 2008년 후보물질 KM-023을 발굴했다.
당시 100만 달러 규모의 기술료를 확보했지만 글로벌 제약사의 내부 파이프라인 우선순위 조정 등으로 물질이 장기간 사장될 위기를 겪었다.
돌파구는 국내 바이오텍과의 협업에서 열렸다. 화학연은 2012년 신약 개발 벤처기업 카이노스메드에 KM-023 기술을 이전했다.
카이노스메드는 기술을 이어받아 국내 임상 1상을 완주하며 약물의 인체 내 안전성과 유효성을 입증했다.
인체 데이터가 확보되자 글로벌 상업화가 급물살을 탔다. 카이노스메드는 2014년 중국 제약사 장수아이디에 중화권 판권을 넘겼다.
장수아이디는 중국 내 임상 1~3상을 신속 심사 절차로 진행해 2021년 6월 중국 국가약품감독관리국(NMPA)으로부터 단일정 복합 성분 품목허가를 취득했다. 이후 단일 복합제 후속 제형까지 허가를 받아 중국 국가 의료보험 목록에 진입했다.
상업화 성과는 단발성 기술수출에 그치지 않았다. 카이노스메드는 2023년 장수아이디와 한국을 제외한 전 세계 판권을 포괄하는 추가 기술이전 계약을 체결해 매출총이익의 45%를 경상기술료로 받는 구조를 구축했다.
장수아이디는 최근 생산공장 가동률이 90%에 육박하자 연간 5억 정 규모의 항HIV 고형제 전용 생산공장 증설을 추진하며 대량 상업 생산에 돌입했다.
제약·바이오 업계가 이번 사례에 주목하는 까닭은 국내 출연연과 대학이 보유한 기초 바이오 연구 성과물이 사업화 문턱을 넘지 못하고 사장되는 이른바 '죽음의 계곡'을 돌파한 정석 모델이기 때문이다.
국가 연구비로 발굴된 신약 물질이 글로벌 빅파마와의 직접 계약이 무산되더라도, 국내 벤처가 초기 임상 1상을 통해 불확실성을 낮추고 이를 바탕으로 현지 규제와 유통망을 뚫을 수 있는 해외 전문 제약사를 끌어들이는 징검다리 전략이 유효하게 작동했다는 평가다.
다만 진정한 글로벌 블록버스터로 안착하려면 특정 지역 중심의 정부조달 시장을 넘어 유럽과 영미권 등 선진 규제기관의 문턱을 넘어야 한다는 과제가 남아 있다.
장수아이디와 카이노스메드는 유럽의약품청(EMA) 품목허가 및 데이터 독점권 획득을 추진하고 있다. 길리어드나 비브헬스케어 등 다국적 제약사가 장악한 서구 시장의 처방 장벽을 어떻게 뚫어낼지가 핵심 시험대로 꼽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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