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licy & Regulation
AI 신약·의료기기 위험수준 비례 감독 체계 제도화 미충족 의료수요 우선 고려·생물안보 강화도 명시

보건복지부와 세계보건기구(WHO)가 21일 인공지능(AI) 기반 신약 개발과 바이오 헬스케어의 데이터 독점을 막고 위험 수준에 비례한 규제를 제도화하는 'AI 헬스케어 서울선언문'을 채택했다.
복지부와 WHO는 이날 서울 코엑스마곡 컨벤션센터에서 열린 '2026 세계 바이오 서밋'에서 이 같은 내용의 선언문을 발표했다.
선언문의 핵심은 '데이터 활용 기반 강화 및 혜택의 공정한 환원'과 '전 생애주기별 위험수준에 비례한 감독 체계 확립'이다.
글로벌 바이오 기업들은 AI 신약 후보물질 발굴이나 가상 임상 모델 구축 과정에서 방대한 환자 데이터를 흡수해 왔다. 그러나 취약 국가나 특정 인종 집단의 미충족 의료수요는 개발 우선순위에서 밀려났고, 개발된 신약과 진단 솔루션의 가격 장벽은 개발도상국 환자의 접근을 가로막았다.
이에 선언문은 미충족 의료수요를 AI 연구개발과 인프라 투자에서 우선 고려하도록 명시했다.
AI의 임상 실증 증거 차이를 해소하고 위험도에 따라 감독을 차등화하겠다는 방침도 담겼다. 선언문은 AI가 사람의 안전과 존엄을 확보해야 한다는 원칙 아래 알고리즘의 사용 목적과 위험 수준에 비례해 전 생애에 걸친 감독을 제도화하겠다고 밝혔다.
이는 기존의 일회성 품목 허가를 넘어 시판 후 임상 데이터 업데이트와 알고리즘 변경까지 지속적으로 추적 관리하겠다는 의미다. 소프트웨어 의료기기(SaMD)와 AI 진단·치료제 개발사에는 한층 정밀한 임상 검증 데이터가 요구될 전망이다.
기술 패권과 데이터 편향성 문제도 다뤄졌다. 현재 글로벌 AI 헬스케어 기술은 북미와 유럽의 유전체·임상 데이터를 기반으로 학습된 경우가 많아 아시아·아프리카 등 다양한 인구 집단에 적용할 때 진단 오차나 약물 반응 차이가 발생할 위험이 있다.
선언문이 보건의료 난제 해결을 위한 다국적 공동연구 확대와 공정한 데이터 환원을 강조한 것은 임상 데이터 제공자와 알고리즘 개발사 간 불균형한 이익 구조를 개선하고 데이터 다양성을 확보하려는 조치로 풀이된다.
이번 합의에는 글로벌 제약·바이오 공급망의 리스크 관리도 포함됐다. AI 기술의 진화로 병원체 합성이나 유전자 변형 기술이 오용될 수 있는 생물안보(Biosecurity)와 사이버보안 위험이 커졌기 때문이다.
선언문은 공중보건위기 조기 탐지와 함께 생물안보 강화를 명시해 AI 기반 신약·백신 플랫폼 개발 기업들이 개발 단계부터 보안 통제 기준을 갖추도록 요구했다.
다만 선언의 실제 이행은 과제로 남는다. 각국이 '국내법 및 국가적 맥락을 존중한다'는 유보 조항을 둔 탓에 미국 식품의약국(FDA), 유럽의약품청(EMA), 한국 식품의약품안전처 간 규제 조율 수준에 따라 기업이 체감하는 규제 강도가 엇갈릴 수 있다.
연구개발 투자 회수를 우선하는 다국적 제약사들이 공정한 이익 환원과 저개발국 접근성 보장이라는 국제기구의 권고를 어디까지 수용할지도 쟁점이다.
이번 서울선언문은 AI 헬스케어가 기술 경쟁 단계를 지나 공공성과 안전성, 글로벌 규제 정합성을 시험받는 국면에 접어들었음을 보여준다. 신약 개발 파이프라인에 AI를 도입 중인 국내외 바이오 기업은 데이터의 윤리적 투명성과 다국가 임상 유효성을 입증할 규제 대응 체계를 선제적으로 구축해야 하는 과제를 안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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