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licy & Regulation
7월 시행 새 기준 환산땐 실질심사 코앞 ETF 쏠림·리포트 실종, 다음 폭발은 어디

코스닥 시가총액 30%를 점유한 제약·바이오 섹터가 '공시 관행' 자체를 뜯어고치는 시험대에 올랐다.
28일 한국거래소와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삼천당제약은 지난 20일 영업실적 전망 공정공시 미이행을 사유로 불성실공시법인으로 지정되며 벌점 5점을 부과받았다. 거래소는 회사가 지난 2월 6일 실적 전망을 정식 공시(DART) 대신 보도자료 형태로 우회 배포한 점을 위반 사유로 봤다.
회사 측은 "거래소 심의 결과를 겸허히 수용한다"며 "매매거래정지·관리종목 지정 등 주요 제재와는 무관하다"고 강조했다. 누적 벌점은 5점으로 현행 실질심사 기준인 15점에는 한참 못 미친다.
문제는 7월 1일부터 시행되는 새 기준이다. 금융위원회는 지난 2월 발표한 상장폐지 개혁방안에서 코스닥 실질심사 사유 누계벌점 기준을 15점에서 10점으로 낮추기로 했다. 거래소가 시행 전 누적분에 대해 3분의 2 환산을 적용한다고 밝힌 만큼 5점은 약 3.3점으로 줄어든다.
산술적으로는 여유가 생긴 듯하나, 향후 1년 내 추가 벌점 6.7점만 쌓여도 실질심사 대상에 진입한다. 거래소가 공시위원회를 직접 소집해 심의한 것도 8점 이상의 중징계를 염두에 둔 사안이라는 해석이 지배적이었던 만큼, 회사가 입은 신뢰 비용은 벌점 수치보다 크다.
후폭풍은 섹터 전반으로 번지고 있다. 금감원은 지난 10일 '제약·바이오 공시 종합개선 TF'를 발족하고 상반기 내 가이드라인을 내놓기로 했다. TF에는 연세대 K-NIBRT, 서울대병원 임상시험센터, 국가임상시험지원재단, 한국보건산업진흥원, 삼성증권 등이 외부 자문위원으로 참여한다.
개편의 칼끝은 세 갈래로 향한다. 증권신고서의 기업가치 산정 가정 명시, 사업보고서 파이프라인 정보의 '스토리형' 재구성, 그리고 보도자료와 정식 공시 간 정합성 확보다. 사실상 삼천당제약 사례에서 노출된 결함을 모두 손보는 구조다.
코스닥 시장 전체로 보면 부담은 더 무겁다. 지난 3월 말 기준 제약·바이오의 코스닥 시가총액 비중은 29.9%(183조2000억원)에 달하며, 시총 상위 10개사 중 6개사가 이 업종이다. 2025년 기업공개(IPO) 시장에서도 시총 기준 47%를 점유했다. 한 시장 관계자는 "벌점 기준 강화로 코스닥 퇴출 후보군이 220곳까지 늘어날 수 있다는 분석이 거래소 안팎에서 나오고 있다"고 전했다.
DART 공시 흐름을 보면 삼천당제약 사례는 단발성 일탈이 아닌 구조적 누수에 가깝다. 회사는 지난해 미국 파트너사와 1억달러(약 1440억원) 마일스톤 계약, 경구용 인슐린 임상시험계획서(IND) 제출, 대주주 2500억원 지분 처분계획 등 호재성 공시를 단기에 집중 배치했다. 정점 이후 전인석 대표는 지분 매각 계획을 철회했고, 주가는 3월 30일 장중 123만3000원에서 4월 14일 52만6000원으로 약 2주 만에 반토막 났다.
증권가 견제 장치도 비어 있었다. 삼천당제약에 대해 최근 1년간 분석 보고서를 낸 증권사는 한국투자증권 한 곳에 그쳤고, 그마저도 목표주가는 제시되지 않았다. 회사가 매도 의견을 낸 애널리스트를 형사 고소하겠다고 밝히면서 추가 분석은 더욱 위축됐다.
ETF 쏠림은 변동성을 증폭했다. 삼천당제약이 다수 코스닥 대형 ETF에 편입돼 있어, 개별 기업 리스크가 인덱스 전체 수익률로 전이되는 구조다. 4월 들어 코스피가 반등하는 동안에도 상당수 바이오 종목이 동반 하락한 배경이다.
규제 사이클은 이미 돌고 있다. 거래소 관계자는 "벌점 기준 변경 전 부과분은 3분의 2 수준으로 환산 반영된다"며 "고강도 제재가 누적된 기업은 환산 후에도 10점에 도달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7월 1일은 코스닥 바이오 섹터에 누적된 부실 공시 관행이 한꺼번에 정산되는 기점이 될 가능성이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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