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licy & Regulation
경제적 사유 공급중단 보고 반기 기준 최고치 항암제·백신까지 이탈…대체약 잣대 탁상행정 비판

제약사들이 수익성 악화를 이유로 백신과 필수 항암제 생산을 잇따라 포기하는 가운데 식품의약품안전처가 대부분을 사실상 방치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11일 바이오북(biobook_d)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경제적 사유로 보고된 필수의약품 공급중단 건수는 47건으로 집계됐다. 이는 2025년 상반기 30건보다 56.7% 급증한 수치다.
2025년 한 해 동안 발생한 경제적 사유 공급중단 보고 57건의 82.5%에 육박하는 규모다. 전체 공급 차질 보고에서 경제적 사유가 차지하는 비중도 전년 동기 21.6%에서 13.2%포인트 치솟아 2021년 이후 반기 기준 최고치를 기록했다.
생산이 중단된 품목은 생명과 직결된 중증 치료제가 대부분이다. 올해 상반기 경제적 이유로 보고된 47건 중 9건(7개 성분)이 다카르바진, 시스플라틴, 빈블라스틴, 다우노루비신, 미톡산트론, 빈크리스틴, 풀베스트란트 등 항암 주사제였다.
뇌전증 중첩증 응급처치에 쓰이는 포스페니토인 주사제와 중증 만성신부전 환자용 복막투석액, 국가예방접종(NIP) 대상인 자궁경부암 백신도 공급 중단 목록에 올랐다.
식약처는 경제적 사유로 보고된 47건 중 63.8%인 30건에 대해 '국내에 동일 성분 또는 동일 효능의 대체 의약품이 존재한다'는 이유로 '조치불필요' 처분을 내렸다. 나머지 중 15건은 모니터링 또는 검토 중으로 분류됐고, 정부가 직접 개입한 주문제조 조치는 단 2건에 그쳤다.
대체약 존재 여부만 따지는 행정 방식은 탁상행정이라는 비판을 받는다. 특정 제약사가 철수하면 시장에 남은 소수 업체로 수요가 한꺼번에 쏠리는데, 잔류 업체 역시 원료의약품 가격 상승과 낮은 보험약가로 한계 상황에 놓여 있기 때문이다.
남은 제약사마저 생산을 멈추거나 공급량을 늘리지 못하면 현장에서 치료제 품절과 투약 중단이 벌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다카르바진 등 일부 항암제는 제조사가 뒤늦게 공급 재개를 밝히거나 정부의 긴급 주문제조 지원이 결정됐지만, 환자와 의료 현장의 호소 끝에 이뤄진 사후 조치에 가까웠다.
전문가들은 저마진 필수의약품의 채산성 악화가 구조적 문제인 만큼 사전 모니터링과 원가 보전, 약가 현실화 같은 선제적 유인책이 없으면 생산 포기 도미노가 되풀이될 수 있다고 지적한다.
보건당국이 대체약 보유 제조사의 실제 가동률과 원료 확보 여력, 시장 전체 공급 한계를 정밀 점검해야 한다는 요구도 나온다. 퇴장방지의약품 지정 확대와 원가 상승분을 반영한 약가 조정, 공공 주문제조 계약의 사전 확대 등 제도 보완이 없으면 공급 차질 피해가 환자에게 전가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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